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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트럭 Jan 19. 2016

상업시설 역사 기행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 (2)   < 상업시설 제1편 >

지난 글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이번 시간부터 당분간 상업시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우리나라 상업시설의 역사(리테일 위주로)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두 번째 시간은 상업시설 개발의 주요 포인트, 세 번째 시간은 상업시설 최신 트렌드, 그리고 마지막 시간은 성공적인 개발 사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트럭과 떠나는 상업시설  역사 기행


먼저  상업시설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바로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은 인류가 자급자족의 시대를 지나 물물교환을  시작하면서부터 함께한 공간이다.


재래시장은 인적, 물적, 시간적, 공간적 요소가 한데 모여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場"이다.이러한 재래시장은 물품의 거래라는 전통적인 기능 외에도 정보의 교환, 사교, 유흥 등의 역할을 하며 민중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 왔다.


Source :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http://www.archives.go.kr)



그런데, 이러한 재래시장으로 대표되던 상업시설은 1900년대 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상업시설 근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백화점의 등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이자 신세계백화점의 전신인 미스코시 백화점이 서울 명동에 오픈한 것이다. 이는 일본 미스코시 백화점의 경성 출장소 형태였다. (참고로 미스코시는 일본 최초의 백화점이기도 하다(1904년 오픈). 세계 최초의 백화점은 파리의 봉 마르셰이며(1852년 오픈), 미국 최초의 백화점은 메이시이다.)  


미스코시 백화점은 연면적 7,335㎡ 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규모였다. 종업원 수도 360여 명이었으며,  옥상에는 차를 마시는 일종의 카페가 있었는데, 모닝커피를 마시려는 모던보이, 신여성 들로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 였다고 한다.  


영화 "암살" 에 등장한 미스코시 백화점의 모습



1980년 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유통시장이 개방되며, 상업시설은 다시 한번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편의점의 등장이다.


당시 동네상권은 구멍가게와 슈퍼가 양분하던 시기였다. 그런데 1989년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에 24시간 편의점을 표방하는 글로벌 CVS(convenience Store)인 세븐일레븐(7-ELEVEN)이 처음 입점한 것이다.


 세븐일레븐 1호점. 현재 세븐일레븐은 GS25, CU에 이어 업계 3위이다.
한때 편의점은 점포수 급증과 할인마트, 백화점 등 타 유통채널에 밀려 쇠퇴하는 듯 보였으나, 최근 1년 동안 지속적인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량/근거리 구매 추세, 자체 PB상품 개발로 인한 경쟁력 강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은 '15.2월 이후 10개월 연속 매출 급증 추세이며,  '15.1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나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출 상승률은 최근 5개월 연속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지 4년이 지난 1993년 11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창동에 들어선다.


"국내 최초의 할인점 이마트. 신세계가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선보입니다."  (당시 이마트 창동점의 오픈 광고 문구)



옷은 백화점에서, 식료품은 시장에서, 가전제품은 대리점에서 사던 당시의 소비패턴으로 인해 할인마트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냉소적이었지만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현재 할인마트는 백화점을 제치고 최대의 유통채널이 되었다.


이후 상업시설은 온라인 쇼핑의 증가, 해외직구의 발달, 소비자 기호의 다변화로 인해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상업시설의 트렌드는 복합화, 대형화, 테마화, 세분화, 그리고 거리 상권의 활성화, 이렇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복합화 : Ex. 타임스퀘어(영등포), 디큐브시티(신도림), 이마트 타운(일산)


복합화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One-Stop으로 충족시킬 수 있도록 쇼핑, 비즈니스, 문화, 오락, 휴식기능을 집적시켜 집객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온라인의 발달로 원하는 제품을 저렴하게,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됨에 따라, 상업시설은 쇼핑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여가를 결합한 몰링(Malling)의 개념으로  진일보했다.


이러한 몰링을 즐기는 사람을 몰 고어(mall-goer), 운동삼아 몰을 산책하는 사람을 몰  워커(mall-walker)라고 하는 등 몰과 관련된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몰(Mall)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속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어딘지 짐작이 가시나요? 여기가 이마트라고 하면 믿으실까요? 바로 작년 6월 일산에 오픈한 이마트 타운의 모습입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수준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원스톱 쇼핑 공간"을 표방하며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앞으로 이마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상징적인 매장입니다. 이마트(할인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매장), 더라이프(생활용품), 일렉트로 마트(전자제품), 피코크키친(식품)을 한 곳에 모아 다양한 계층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일렉트로마트(사진 오른쪽 아래)는 쇼핑에 소외되었던 남성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며 크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2. 대형화  : Ex. 신세계 센텀시티, 현대백화점 판교


기존 상업시설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경쟁우위 및 비용 효율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대형 앵커시설(핵심시설) 도입으로 인지도를 강화하고 집객력을 증대시켜 상권 내 경쟁시설의 소비자를 빨아들이는 일명 스트로크 효과를 노린다.  


2009년  오픈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매장면적 82,645㎡, 전체면적 293,906㎡, 대지면적 509,000㎡)  


백화점에 온천&찜질방(스파랜드), 아이스링크, 실내골프장(골프레인지), 영화관(CGV) 등이 있어 막강한 집객력을 발휘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2007년 오픈) 바로 10m 앞에 신축, 부산 맹주를 자처하는 롯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롯데백화점과 인접한 신세계백화점의 모습  




3. 테마화 : Ex. 웅진플레이도시(놀이), 원마운트(놀이/관광), 쌈지길(문화),  커먼그라운드(문화)


색다른 경험 제공을 통해 타 시설과 차별적 인지도 및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쇼핑몰 내부와 외부공간에 일관된 테마와 스토리텔링을 적용, 비일상적 상환경을 조성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건국대 인근 주차장 부지에 선보인 초대형 팝업스토어. 컨테이너 200개를 쌓아 올린 건물로, 20대 감성의 문화 플랫폼이다. 자연스러운 독특함을 추구하며 리사이클링 마켓, 플라워 마켓, 버스킹 마켓 등 매주 새로운 테마로 방문객들에게 새로움과 활기를 제공한다. DFA(Design For Asia Award) 2015 에서 Finalist를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 커먼그라운드 홈페이지)

 



4. 세분화 : Ex. 하이마트(가전), ABC마트(신발), 토이저러스(장난감), 하나로마트(농산품), 베스트오피스(사무용품)


일반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처럼 다양한 분야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달리 특정 분야의 상품만을 모아 판매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소위 "카테고리 킬러" 라고 부른다.


1948년 미국 워싱턴 D.C. 에 처음 등장한 토이저러스가 카테고리 킬러의  원조격이다. 현재 전 세계 36개국에서 1,500여 매장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롯데쇼핑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롯데마트에서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구로점 토이저러스가 가장 크다.



5. 거리 상권의 활성화 : Ex. 가로수길/세로수길(신사동), 경리단길(이태원), 삼청동길  


앞서 기술한 네 가지 트렌드가 유통업체의 인위적인 변화 노력이었다면, 이것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형성된 복합 상업시설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작고 유니크한 매장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거리에 하나 둘 모이면서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결합하여 차별화된 개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의 인공적인 상업시설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늘어나 명소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거리 상권은 실내시설이 가질 수 없는 상환경(계절, 날씨 등)의 변화와 자연스러운 감성, 개성있고 독특한 점포 등 매력적인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가로수길(좌)과 삼청동길(우)의 모습



그런데, 거리 상권이 발달함에 따라 점차 임대료가 오르게 되자 기존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던 작고 유니크한 매장들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나고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매장이 입점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전문용어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독특한 거리문화는 거대 자본에 잠식되어 특색 없는 평범한 거리로 전락하게 된다.

과거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가 보세가게 등으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으나, 임대료 상승에 따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 금융기관 들로 대체되면서 오히려 상권이 쇠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홍대 앞 상권도 이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의 가치 있고 소중한 공간이 소멸되는 안타까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임대료를 감당 못해 떠나는 임차인의 문제라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도 상권 자체가 쇠퇴해 신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또한, 명소화된 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영유하고 즐기는 장소로서의 공적인 의미도 지니고 있는바, 이러한 공간은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노력을 통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성동구는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성수동 일대를 "지속가능 발전구역"으로 지정해 임대기간을 늘리거나,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임차인 임대인 간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재정적 지원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아울러, 자본화 상업화를 경계하는 건전한 시민의식도 수반되어야 한다.

 

가치있는 공간이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시간은 상업시설 개발의 주요 포인트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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