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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 임민아 Nov 08. 2023

실험 속, 또 다른 실험

신문협동조합 ‘파주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공동체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었지만, 쌓여 있는 일이 산더미 같아 원고를 써보겠다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 우리 활동을 정리해서 신문에 기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호랑에게 슬쩍 이야기를 건넸다. 호랑은 마을강사로 시작해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겪는 희로애락을 글로 써서 10회 연재하기로 했다.


공동체 활동이나 프로그램 안내를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현수막을 제작해 걸어두는 거다. 주차장 입구, 주민들이 걸어 다니는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옆에 크게 출력해서 걸어두면 언제 무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현수막을 만들지 않았다. 게시 기한이 지나면 일반쓰레기나 대형폐기물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현수막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합성섬유라 재활용할 수 없는 재질이다. 


경기도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받은 사업비 중에 일부를 신문 광고비로 지출했다. 협동조합으로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파주에서’를 후원하고, 지역신문을 통해 우리 활동을 홍보하고, 무엇보다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전략이 숨어있었다.


봄과 가을, 두 번의 마을축제에서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플리마켓을 열었다. 우리는 부스와 테이블을 대여해서 깔지 않고, 참여한 주민들이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꾸미고 운영할 수 있게 했다. 형형색색의 돗자리, 텐트, 캠핑 의자, 파라솔이 깔렸다.


두 번의 축제가 모두 일요일에 진행됐는데, 관리소장님과 부장님은 휴일을 반납하고 현장에 나와주셨다. 볼멘소리를 할 법도 한데, 축제가 다 끝나고 환한 얼굴로 “주민들이 즐거워하셔서 참 좋다”라고 말씀해주셨다.


인천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바람처럼은 잔디광장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애니메이션 <코코>를 상영해줬다. 그는 2년 전 우리에게 했던 약속을 지켰다. 적은 예산으로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끊임없이 실험 속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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