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설립은 쉬운데 운영은 어려운 이유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는 기관에서는 법인 설립을 "다섯 명만 모이면 된다"라고 안내한다. 법인 설립이 어렵지 않으니 기초 교육만 받고 추진하라고 등을 떠민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임의단체와 비슷한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세무서에 임의단체를 등록해 보조금을 받아 활동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협동조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센터의 도움을 받아 법인을 만들고, 공모사업이나 보조금으로 운영하려 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법인이다.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재무 관리, 세무 신고, 법적 책임까지 따르는 조직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6차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까지 설립된 협동조합은 총 2만 3,892개로, 2020년(19,429개) 대비 23.0%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설립된 협동조합 중 약 45.9%만이 실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많은 협동조합이 설립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폐업 절차가 복잡해 공식적으로 폐업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협동조합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은 설립보다 유지가 훨씬 어렵다.
2018년 협동조합 커뮤니티플랫폼 이유를 설립한 후,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씩 배워가며 운영해 왔다. 작은 협동조합은 직원을 두기조차 어려워 행정적·재정적 책임이 이사장에게 집중된다.
설립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실제로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기총회를 개최하려면 먼저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이사회는 7일 전 공고해야 하며, 여기서 정기총회 안건을 확정한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확정되면, 정기총회 7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 조합원의 과반이 참석해야 개회할 수 있다. 조합원이 많을수록 날짜 조율이 쉽지 않다.
정기총회에서는 감사보고서 채택 안을 의결해야 한다. 세무사가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준비하고, 감사가 입출금 내역과 결산자료를 검토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번 제7차 정기총회에서는 임원선거와 주사무소 이전도 의결했다.
정기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을 반영하려면 등기 변경이 필요하다. 이번 변경 사항은 임원 변경과 주사무소 이전이다. 등기 변경에 필요한 서류가... 이렇게 많다.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행정복지센터 방문 발급)
주민등록초본
법인 등기부등본
법인 인감증명서 (등기소 방문 발급)
법인 인감도장
조합원 명부
정관 사본
총회 의사록
사업자등록증
그나마 조합원 절반 이상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필요해서 7개다. 조합원이 더 많았으면 준비할 서류도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다.
인감증명서는 온라인 발급이 불가능하다. 개인은 행정복지센터, 법인은 등기소를 직접 방문해야 하며, 모든 서류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조합원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경우라면 더 복잡해진다. 우리 법인처럼 파주, 부천, 서울 등 거주지가 다양한 조합원이 많을수록 조율이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는 법무사에게 등기 절차를 맡기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등기 변경은 반드시 기한 내에 마쳐야 하며, 이를 넘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도 과태료를 내본 경험이 있다.
매번 절차 하나하나가 이렇게 어렵고 버겁다. 일은 많은데, 도와줄 사람은 부족하고, 행정 절차는 복잡하고, 신경 쓸 건 끝도 없다. 이게 협동조합 운영이다.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빡치지만, 그래도 한다.
남편이 왜 하냐고 묻는데,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