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대학교 선배가 자주 입에 담던 말이다. 그의 별명은 ‘두루’다. 별명만큼이나 넓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보유하고 있었고, 졸업한 후로도 그런 관계를 끊임없이 유지했다.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 역시 관계를 넓히거나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좋은 첫인상의 정의, 사람에게 다가가는 기술, 더 사회적으로 보이는 방법, 더 많은 사람과 원활하게 지내는 요령 같은 것들이다.
그는 나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어느 날 물었다. 왜 사람을 가려 사귀냐? 두루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두루 : 빠짐없이 골고루
그는 대범인이다.
두루 선배의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내가 많은 사람과 잘 지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도 전에 대인관계의 정설로 다가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고 어떤 상황에서든 능숙하게 반응하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이따금 꼭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런 의문 자체가 덜 사회적이고 더 폐쇄적인 성격의 산물처럼 보였으니까. 고립된 이들은 그 자체로 기회를 잃을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결국 나는 대범인의 옷을 입었다. 많은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다. 능숙하게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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