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내재적 접근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5년차 생존율은 약 33.8% 라고 한다. OECD 평균은 45.4%.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5년이 지나면 셋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것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내 친구 둘은 얼마 전 폐업을 했다. 나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나도 숨이 붙어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란 그저 도박과 같은 확률 게임이란 말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확률 게임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대수의 법칙에 따를 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흥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단순한 1/n의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스타트업의 흥망을 좌우할까.
(인터넷에 굉장히 많은)통계를 보면 순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거의 비슷한 요소들을 꼽고 있다. 통계의 내용이 매우 투박해서 재해석이 필요하지만 살펴볼만은 하다.
실패 요소는 다른 말로 하면, 생존 요소이다. 그런데 위 자료와 같이 분류해서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각 요소들이 담고 있는 의미가 크기도 하고, 요소들 간의 유기적 맥락이 생략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 요소는, 시장 요소와 경쟁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좋은 제품이란 시장의 수요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경쟁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창업자, 투자, 제품, 그리고 시장, 이렇게 네 가지를 스타트업 흥망의 요소로 꼽고 싶다.
☑️ 창업자는 스타트업의 시작이다. 투자, 제품, 시장의 경우는 선후가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제품에 맞는 시장을 찾을 수도 있고,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좋은 제품의 개발을 위해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좋은 제품으로 투자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창업자를 고용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전문경영인이지 창업자가 아니다. 때문에 창업자는 모든 경우의 유일한 선행 조건이다. 투자자의 능력과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 (외부로부터의) 투자는 중요한 요소이나, 창업자와 같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좋은 시장에 맞는 제품이 제때 갖춰진 상태라면 충분히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제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과 제품, 두 요소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데, 스타트업에게는 투자가 바로 시간과 자금이기 때문이다.
☑️&☑️ 당연하게도 제품(서비스)은 언제나 시장과 연결된다. 다만, 시장과의 핏fit이 맞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망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자금(자금이 곧 시간이지만)이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피봇pivot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봇은 제품과 시장 간 핏이 맞지 않는 경우, 제품에 맞는 시장 혹은 시장에 맞는 제품으로 조정해 보는 것이다.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이 과정을 거친다. 창업자의 능력은 탁월하나 제품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경우 투자자가 피봇을 전제로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시장이 시차를 두고 형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규제나 의식 변화, 지속적인 교육, 또는 완전히 새로운 혁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때문에 당장에 핏이 맞아보이지 않다 하더라도, 무작정 피봇을 진행하기 보다는 시장을 전망해 볼 필요도 있다.
결국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자본을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것이 목적이지만, 제품과 시장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요소이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보다, 강점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특정 요소의 부재가 실패를 단정 짓지는 않다는 말이다. 창업자의 의지로 버텨낼 수도 있고, 풍부한 자본력으로 리스크risk를 최소화 할 수도 있으며, 강력한 제품으로 승부를 볼 수도 있다.
냉정한 자기객관화를 바탕으로, 단순한 생존 이상을 이루어 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