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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볼까?

이 길의 끝은 어디인지...,

by 봄이 Feb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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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이사스에서 펜브린, 란그레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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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salth마을을 벗어나 Penbryn 방향 해안길로 접어들면 제법 가파른 계단길이 버티고 있다. 해안 절벽을 굽이쳐 올라가는 이 길은 금방이라도 언덕꼭대기에 다다를 것 같이 살짝살짝 언덕 라인이 보이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길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뒤돌아 보니 Tresaith해변이 내려다 보인다. 그 와중에 절벽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롭다. 다시 풀이 산발한 길을 조금 더 걸어 나가면 드디어 평평한 언덕이다. 시원한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 콧등에, 이마에 송글 송글 맺혀있던 땀방울을 고운 바람결로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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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는 들꽃들로 가득한 넓은 초원이 펼쳐져있고, 그 끝자락 노란 가시 금작화 꽃무덤 사이로 해안길이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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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아래 바다는 고요하기 그지없다. 잔잔한 파도가 해안으로 다가와 부드럽게 모래와 바위를 적시고 다시 되돌아 나간다.

언덕 위에 무리 지어 핀 야생화 너머로 펜브린 해변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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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빼꼼 펜브린을 보여주고는 길은 다시 내륙으로 돌아 숲길을 걷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간다.  줄곧 해안풍경을 눈에 담아 오다 숲으로 들어오니 갑자기 아열대림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원시림 같은 숲은 쥐라기 시절에나 있었음직한 거대 고사리 줄기가 지나는 이들의 옷깃과 발길을 살랑살랑 어루만져 준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푸르름과 숲이 풍겨내는 자연의 향기에 저절로 피로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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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에는 개울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있다. 나무다리 아래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 또 발걸음을 멈춘다.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진 새들의 지저김이 별천지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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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무다리 위에서 다시 한번 자연 카페인 충전을 하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계곡을 따라 내려왔으니 이제 다시 올라갈 시간이다. 긴 오르막길이다. 그렇게 가파른 계곡을 오르다 보면 다시 언덕이 나온다. 언덕에 서면 숲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익숙한 해안 풍경이 또다시 펼쳐진다. 긴 모래사장이 있는 펜브린 비치가 내려다 보인다.


⇲ Penbryn Beach는 밤하늘 별자리 관찰하기에 완벽한 장소로 소문난 곳이다. 영국은 이런 외딴 시골이나 해안뿐 아니라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기만 해도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펜브린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펜브린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어릴 적 봐 왔던 북두칠성을 형성하고 있는 큰 곰자리, 작은 곰자리, 북극성과 은하수, 은하수 아래로 수많은 별똥별이 우수수 떨어지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겨둔 나는 별이 하늘에 넘쳐나던 그 시절을 아련한 향수와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살았었다.

이곳에 살면서 그때 그 기억 속 모습과는 조금 달라진 별자리지만 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별에 대한 향수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그 총총한 별숲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Penbryn이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어느 여름날, 여유롭게 오후 산책을 마치고, 밤이 으슥해지면 손전등과 피크닉 담요 한 장 들고 해변으로 나와 파도 소리 들으며, 별구경하러 나온 다른 이들 무리에 섞여 거림 낌 없이 하늘을 보고 누울 수 있는 곳,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해안 절벽에 가려 위에서 내려다본 해변은 작아 보였지만, 2.4km나 된다.  

시골 마을에 꼭꼭 숨겨져 있던 이 해변은 영화 '제임드 본드,

'Die Another Day'의 촬영지로 세상에 알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적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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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서  400-500m 정도 떨어진 곳 작은 마을에는 예쁜 코티지(숙박할 수 있음)와 그림처럼 예쁜 카페와 주차장이 있다. 장미 덩굴이 정원을 메우고 있는 'The Plwmp Rart' 카페에 앉아 맛있는 타르트와 따뜻한 차 한잔으로 음식 세러피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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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카페를 떠나 Llancrannog으로 향하는 길은 다시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해안길은 여전히 아름답다. 가시금작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와 하얗게 꽃을 피운 관목이 가득하다. Llanceannog에 가까워지면서 건너 해안의 Pen Y Badell(철기시대의 요새)의 곶이 보이고 바다로 뻗어 있는 Ynys-Lochtyn의 긴 지느러미가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있다. 풍경에 빠져 걷다보니 벌써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다.


그곳에는 초췌한 모습의 동상이 마을을 향해 서있다.

이분은 대체 어디서 부터 오신  분일까?

마을이 내려다 보는 언덕에 서 있는 이는 긴 여정의 고단함과 함께 안도감이 가득 묻어 있는 표정으로 마을을 내려다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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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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