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티두 마을과 해변은 높은 해안 절벽에 둘러 쌓인 만 깊숙이 숨어있어 예부터 은둔의 땅이라는 불리던 곳이었다.그렇잖아도 한적한 웨일스에서 은둔의 땅이라면 대체 얼마나 적막하고 고요할까 싶어 호기심반 설렘반으로 이곳을 찾았다.
너무나도 외진 곳이라 과거 해적들이 이곳 해안 동굴(유난히 동굴이 많은 해안 마을)에 숨어있다 지나는 배의 약탈을 일삼았던 곳이고, 해적뿐 아니라 18세기에는 밀수꾼들의 거점이었단다. 밀수꾼들은 이곳 해안을 통해 아일랜드에서 프랑스 브랜디와 소금을 밀수해 동굴에 숨겨뒀다 밤에 말을 이용해 내륙으로 물건을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마을을 소개하는 글 첫머리에 등장한다.
Seals Bay(바다표범 만)이라 불리기도 한 이곳은 현재는 National Trust 소유로생태계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을철에는 마을사람이든 산책객이든 낚시꾼이든 해변은 출입 금지다. 해안 동굴과 바위 위에서 바다표범은 새끼를 낳고 육아와 사냥을 번갈으며 지내기 때문이다. 그렇게 표범들에게 선택된 이곳을 인간은 한 발짝 물러나 지켜보며 보호해주고 있다.
콤티투 마을 순환 산책로
마을 앞 해변 뒤쪽에 오래된 석회가마(석회암을 태워 비료를 만들었던 곳)가 있고, 마을과 해변에 주차장이 몇 곳 있다.
지도에서 처럼 이곳 순환산책로는 한나절 산책과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West 웨일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과 해안길을 끼고도는 언덕 위에는 세상의 모든 야생화를 모아 논듯 드넓은 야생화 초원이 펼쳐지고, 초원 위에 서면 탁 트인 시원한 해안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마을과 해변은 적막했지만 해안길을 걷다 보면 저 멀리 구릉지대나 해안 절벽 위를 여유롭게 산책하는 이들이 더러 보인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강아지와 함께 나선 이들은 대부분 이곳의 순환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해변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가 산책을 마무리하는 이들이다.
콤티두 해변에서 해안길로 오르는 길이 완만해 보였지만 제법 가파른 길이다. 힘들게 언덕(해안절벽) 꼭대기에 오르면 넓은 구릉지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벽 위에는 가시금작화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여름철 이곳 Cwm Soden의 작은 계곡은 나비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이곳에도 절벽 위에 고대 정착지(카스텔 바흐)가 있다.
고대인들은 웨일스 아름다운 곳만 골라 언덕 위에 요새(흔적만 있음)를 많이도 세웠뒀다. 요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곳을 찾다 보니 이렇게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을 택했으리라.
이 전망 좋은 요새는 고대인들에게나 현대인들에게 한결같이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해주고 있다.
언덕 아래 계곡을 따라 조금 내려가다 보면 숲으로 둘러싸인 교회가 보인다.
성 타실리오 교회(Eglwys Llandysiliogogo)다. 잠깐 방향을 틀어 교회 앞으로 다가가 본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 직은 교회는 두 명의 타실리오 성인중 어떤 분을 기리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두 분 중 한 분이 이곳에 와서 교회를 세우고 기독교를 전파했단다. 도시의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지만, 이 외딴곳의 작은 교회는 아직도 일요일 아침 예배를 드리고 있다.
교회를 지나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다 Cwm Silio숲으로 들어가 숲 속 작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작은 바위투성이 해변이 나타난다. 숲에서 흘러나온 개울물이 해변으로 흘러 나가고, 그물줄기 위로 작은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다리를 건너 이어지는 능선 해안길을 따라 다시 절벽 위로 올라가야 한다. 가는 길에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한 블랙베리가 지천이다. 잘 익은 베리를 한 줌 따서 입에 넣는데 아직은 시큼하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 능선에 올라 뒤 돌아본 남쪽 해안 풍경, 저 멀리 내륙에서 길게 뻗어 나온 긴 꼬리가 바다위에서 아른 거린다.
힘든 구간은 아니지만 길은 다시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또다시 높은 해안 절벽 위에 오른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정지된 화면처럼 적막감이 흐른다. 작은 파도 한 줄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면 밖에서 보트 하나가 숨죽인 바다를 가르며 카메라 안으로 쑥 들어오지만 고요함은 여전하다.
길은 다시 내려왔던 계곡 건너 능선으로 휘돌아 올라가야 한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다시 언덕 위 넓은 초원이다. 이 지역은 National Trust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그들은 야생동물들을 위해 주변 토지와 동식물들의 생태환경 관리에 열정적이다. 이들이 자연을 보호∙관리하는 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하고 지켜내는 것이다.
웨일스 해안길을 고대부터 있었던 길이었다. 북으로 향하던 순례자였거나, 지역 어부나 농부, 웨일스 마을 소개에 자주 등장하는 밀수꾼들..., 그들이 오가며 자연스레 생겨난 이 오솔길이 1,400km나 되는 하나의 길로 이어 2015년 5월 <Wales Coast Path>로 정식 개장했다.
남부 쳅스토우를 시작으로 북부 퀀스페리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세계 최초로 전체 해안을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국가로, 세계 최고의 여행지 10곳 중 1위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이런 화려한 타이틀을 쥐고 있으면서도, 길은 여전히 원시적이다.
인간을 위해 특별히 편리하게 다듬어 빠르고, 보기 좋게 만들지 않는다. 돌부리가 있으면 있는 채로, 가시덤불이 길을 가로막아도 덤불이 있어야 할 곳이기에 인간은 어렵게 비껴가야 하고, 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고 있어도 살짝 길만 터놓고 쓰러진 채로(그것 또한 자연의 모습이기에) 놔둔다. 원형 그대로의 자연 지키고 보존하려 할 뿐이다.
길을 걷거나, 산책을 멈추고 잠시 뒤돌아 볼 때나, 집에서 사진을 뒤적일 때마다 그들이 지켜낸 이 황홀한 자연에 경외심과 함께 그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다.
언덕 위에 과거 해안 경비대 망루였던 곳이 지금은 산책객들이 휴식하며 아래 해안에서 노니는 돌고래와 바다새를 살피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초여름 이곳은 산철쭉부터 바다 석죽등 야생화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