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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l 25. 2024

Merthyr Mawr, 동화 속 풍경 마을

요정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닐 것 같은 동화 속 마을

웨일스 브리젠드 Merthyr Mawr마을,

'Merthyr Mawr(서모어)는 웨일스어로 '위대한 순교자'를 의미한다. 브리젠드 카운티에 속한 서모어 마을은 브리젠드 타운에서 800m 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없다. 차 한 대 겨우 지나는 시골길과 특히 마을입구에 있는 등고선처럼 휜 좁은 다리를 건널 때는 매번 가슴이 콩닥 거린다.  다리 반대편에서 누가(뭔가가) 오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잔뜩 긴장하고 다니면서도 계절마다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요소들이 넘치는 곳이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마을 앞을 스쳐 지나가기만이라도 하고 싶은 곳이다.


↓ 마을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오그모어강과 New inn Bridge

다리 아래엔 오래전 농가에서 방목해 키우는 양(sheep)에 기생하는 기생충(진드기, 이 등)을 씻는 양들 목욕탕이 있다. 과거엔 그 구조물에 살충제와 살균제를 넣고 양을 담갔다 꺼내는 방식으로 양을 씻어 Dipping Bridge라 이름이 붙여졌다. 현재는 독성이 강한 화학 살충제로 인한 토양오염, 수질오염 등  양들에게도 매우 위험해 이곳에서 양을 씻기지는 않고, 오래된 유물로만 관리 중이다.


Merthyr Mawr 마을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곳, 웨일스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마을이다. 마을도 그렇고 마을에서 조금 걸어 해안가로 나가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다. 이곳에 식생하는 각종 식물과 난초, 희귀한 꽃들이 보고 싶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 마을 이름이 된  위대한 순교자는 누구일까? 이곳에도 여러 가지 설이 많지만 가장 유력한 건,

     Myfor 가 'Mawr'(웨일스어 : 위대한 또는 '큰'을 의미)로 혼동되어 'Merthyr Myfor'(Mawr)라 주장,

      Myfor의 이름을 가진 실제 순교(411년) 성인이 있었다. >

      마을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다가 중요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헷갈리기만 한다.

 

⇲  동화 속 첫 풍경이 펼쳐지는 곳, St Teilo's 교회

좁은 돌다리를 지나 울창한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 초입에 오래된 교회가 보인다. 교회 앞에 잠깐 주차를 하고 들어가 보려는데 문이 굳게 잠겨있다. 보통은 누구든 들어가게 항상 열어두는 걸로 아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유럽의 여느 마을처럼 마을 입구에 있는 이 교회는 구석구석이 묘지로 꽉 차있다. 이곳에 누워있는 이들(평생 이곳에 살다 간 이들)은 아마도 마을이 영원히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며 잠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객인 나도 그러는데...,

↓St. Teilo's 본당은 1852년에 지어졌지만 훨씬 전 폐허가된 교회터에 재 건축된 빅토리아풍의 아담한 시골 교회다. 헌정한 성인 Teilo은 6세기 웨일스 남부 Pembrokeshire 출신 수도사이자 주교였으며, 초기 웨일스 성인인 그는 웨일스와 잉글랜드 콘월, 브르타뉴에 25개가 넘는 교회를 지었다.  교회 안엔 11-12세기 묘지나 중세교회에서 발견된 십자가 컬렉션이 있다.

작은 교회 앞마당에 서있는 비문들이 이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건 이곳이 처음이다.  

잠긴 교회 출입문 앞에 주차를 하고,  혹여 누군가 교회문을 열고 들어가 주길 한참을 기다렸지만 지나는 이 아무도 없다.  번잡한 게 싫어 일부러 주말을 피해 시골여행을 다녀서 그런지 영국이나 한국이나 시골마을은 왜 이리 사람들이 없는지, 이럴 땐 누군가 와서 '안녕~ 들어가 볼래?' 하고 물어주길 바라지만 바람일 뿐이다.

시골길에서 우리를 반기는 건 새들과 망아지들과 양 떼들 뿐이다.


 St. Teilo교회를 지나면, 요정의 나라가 나온다.

길 양쪽엔 어느 화가의 손에서 이제 막 채색이 끝난 수채화처럼 맑디 맑은 모습의 아름다운 초가집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가집도 이렇게 품격 있게 아름다울 있구나 싶다. 집집마다 주인의 취향과 감각에 따라 창문도 대문도, 가든도, 나무도,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게 없다. 어떤 집을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고, 어떤 집은 정말 동화책 그림처럼 꾸며놨다. 장미로 울타리를 삼은 집도 있고, 숲 속에 집이 있는지 집이 숲이 되었는모르게 자연에 깊이 녹아든 모습에 아~~ 하는 감탄사만 나오고 또 나온다.  

마을은 온통 숲이다.

울창한 숲은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주변 집들과 하나로 연결된 듯하다. 담장도 굳이 높게 올려 집을 꽁꽁 숨기지 않았다. 자연과 분리하지 않는 이 자연스러움, 순간 우리 집이 생각난다. 머리를 요리 저리 굴려본다. 우리 집 뒷산에 있는 거대한 너도밤나무를 가든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뒷산과 우리 집을 분리시켜 놓은 담장을 먼저 허물어야겠다.


서모어 마을 첫 번째 집, 집 앞 아름드리나무가 오래된 초가지붕에 초록모자를 씌워줬다.

↓ 이 마을의 집들은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어 집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원래 없었던 유리창을 달고  출입문을 교체하고, 난방장치 설치하는 정도로만 고쳐 살고 있다.



↓ 장미덩굴 집 앞 넓은 녹초지에 말들이 지들 앞을 어슬렁 거리며 사진을 찍고 다니는 나를 구경한다.

마을의 집과 집 사이엔 이런 숲길이 있다.


↓ 가장 마음 가는 집, 이 집 앞을 지날 때면 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진다. 가든도 , 가든 앞과 옆의 숲도......

↓ 이 한적한 동내에 아이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우람한 나무 사이에 놀이터가 있는 걸 보니 있나 보다.

Merthyr Mawr마을의 아름다운 집들은 개인 영지(부지)에 있는 집이다. 과거 이곳 영주의 부지나 저택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주거 공간이었단다. 후대엔 그들의 자손들이 살고 있고, 지금도 부지 내 대저택에서 일하는 이도 있다.


마다 열리고 있는 'Forest Feastival'

이곳에서는 매년 '숲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 19일부터 5월 19일까지 한 달 동안 열렸다는데 아쉽게 참가하지 못했다.  그런 연유로 숲축제 관련은 소개해 드릴 게 없습니다.

 - 내년엔 참가해 후기 올리겠습니다.-

* 사진출처 :  Forest Feastival 홈페이지

⇲ 버려지고 방치된 Candleston Castls

동화책 속에서 빠져나와 마을 길(마을 길은 오직 하나)을 따라가다 보면(5분 남짓 거리) Candleston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입구에 담쟁이덩굴을 뒤집어쓴 건축물이 보인다. 처음엔 성인줄 모르고 지나치다 외벽에 Candleston Castls이라 표시되어 있어 들어가 봤다. 신경 쓰고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이 성이 한 때는 거칠 거 없는 튼튼한 요새로 제 역할을 했을 테지만,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먼지같이 부드러운 모래알갱이에 이렇듯 허무하게 자리를 내줄 수도 있구나..., 이게 자연의 법칙이구나.

<14세기에 지어진 요새화된 저택으로 14세기 후반부터 모래언덕에서 모래가 이동하기 시작하여 근처의 Kenfig성을 침범해 오자 이곳 주인도 피난처로 대피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했고,  몇 번의 매각을 거치다 19세기 이후, 이 성의 주인은 모래의 불편함을 이기지 못해 성을 떠난 후 담쟁이덩굴로 풀로 뒤덮인 채 폐허로 방치되고 있다.>


'Merthyr Mawr warren 

         국립 자연보호 구역'

Candleston성 주차장은 자연보호 구역의 입구역활도 한다. 주차장 안내표시를 따라 숲길을 잠깐 걸어 나가면 사구의 시작임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모래 알갱이가 벌써 신발 속에서 서걱 거린다. 주차장도 사구의 일부분이지만, 주차장을 빠져나가면 영화에서 봤던 거대한 모래사막의 Dune이 펼쳐질 거 같았는데 아니다.

얕은 모래언덕과 언덕 주변은 이끼를 잔뜩 뒤덮고 있는 관목숲과 가시덤불뿐인 이곳이 모래 언덕의 시작이다.

광포바람에 날린 모래축적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면적(국제규격 럭비구장 340개)의 해안 사구다. 모래언덕퇴적과정은 13세기에서 15세기 사이, 중세 후기에 매우 활발했다. 시기에 이곳은 폭풍과 강우량 증가, 비정상적인 조수가 합쳐 기후가 악화되었고, 모래퇴적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없었던 자연재해에 지역 선사시대와 중세시대의 고고학적 유물들을 완벽하게 삼켜 버렸다지만, 그 후 모래이동이 잠잠해지고, 이곳 환경(모래언덕)에 맞춰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현재 Merthyr Mawr Warren National Nature Reserve (머서모어 국립 자연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이 지역 생태계의 보고(寶庫)가 되었다.  이곳 시구는 야생동물, 온갖 균류, 다른 곳에서는 식생불가한 식물들에게 특별한 서식공간을 만들어 줬고,  습지, 염습지등이 보호구역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 주차장에서 해안으로 나가는 길목의 모래언덕에 자라는 가시덤불

주차장에서 사구로 나가면 관목과 가시덤불이 정신없이 뒤섞여 자라고 있다. 그로 인해  모래 이동이 다소 안정화 됐다지만,  오래전 모래의 이동을 막기 위해(사구 안정화) 바다 갈매나무(가시덤불)를 심었는데, 맹렬하게 번져서 지금은 토종식물을 몰아내고 있다고들 걱정이 많다, 그저 걱정만 하는 건지,  사구안 오솔길은 그것들에 의해 점점 좁아져 걸어 나가려면 가시나무를 피해 걸어야 한다. 해안까지는 빠른 길은 왕복 30분 정도, 바닷가에 머물지 않고 산책만 한다면 한두 시간이면 족하다.

↓ 이곳이 다 모래언덕이다. 언덕 위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죽었다 살기를 반복하며, 진화하고 진화해 이젠 사계절 내내 푸르른 잔디밭 같아 보인다.

계절마다 다채롭고 화려한 꽃들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희귀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이곳에 꼭꼭 숨어 살고 있지만, 가끔씩 인간에게 이렇게 발견되고 만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숲 이곳저곳을 살피면 태어나 처음 본 식물과 다양한 버섯,  화려한 난초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모래언덕은 사진처럼 풀과 이끼로 뒤덮여 습기를 많이 품을 수 있어,  습기를 좋아하는 야생 난초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 이 아름다운 것들이 모래언덕에서 자란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생명의 신비다.

⇲ 국립 자연보호 구역인 만큼 길 안내는 물론 주변 환경이 너무나 말끔하다.

영국의 대자연이나 국립공원을 방문할 때마다 <아직 익숙지 않아>, 항상 놀라는 일이지만, 정말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다. 주차장에 있는 화장실외엔 작은 편의점하나 없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먹거리나 음료는 미리 챙겨 온다. 여행자들은 탐방을 마치고 밖(도시)으로 나가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가능하면 아니 절대 자연을 파괴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불편하더라도 좁은 길로 다니고, 더 불편하더라도 10분 거리를 30분을 돌아가는, 직선길보다 곡선길이 훨씬 많고, 왕복 2,3,4차선 길보다 좁은 편도 길에서 서로 비껴주고 기다려 주는 곳이 더 많다. 마음 불편해지니 한국의 국립공원, 계곡, 바닷가 이야기는 삼가겠다.

어른은 자연을 지키고, 아이는 그곳에서 자연이 되어 뛰어논다. 모래언덕을 굴러내려 오거나 졸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첨벙첨벙 강아지랑 물장구치며 뛰어노는 아이가 어찌 자연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해안가로 걷다 쉬고 싶어 모래언덕 한 귀퉁이에 피크닉 블랑캣을 깔아놓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책을 읽거나(요즘은 휴대폰으로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작품 읽는 것으로 책 읽기를 대신하고 있다.) 무료해지면 야생화 탐색도 하다가, 견주와 지나가는 반려견들의 견종(種) 알아맞히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청춘의 시간엔 그렇게 사람 많은 곳만 쫓아다녔었는데, 요즘은 이런 한적하고 조용한 자연이 좋다. 굳이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홀로도 좋지만 그건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고, 한 곳에서 조용히 자연 속에 묻혀 따뜻한 햇살 받으며 오늘처럼 휴식하고, 산책하는 여행이 좋다.

요즘 내게 여행은 = 휴식이다.


웨일스 머서모어 마을 가는 방법

1. 자가용을 이용 적극 추천(길은 불편하지만 동화마을에서 모래언덕까지 걷는 게 불편할 경우)

2. 런던에서 출발한다면 런던에서 브리젠드까지 기차가 다니기 때문에 가차 여행 추천.

    브리젠드역에서 내려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시내버스 303번 버스를 타고 오그모어 마을에서 내려        

    언덕길을 조금 걸어가면 숲이 우거진 둘러싸인 모서모어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구경을 하고 모래언덕에서 해 질 녘 노을까지 감상하고 오시기를 추천한다.

3. 더 자세한 사항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자세히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게시된 사진은 다닐 때마다 찍어뒀던 것 중 그나마 보기 좋은 것을 올린 겁니다.



     비슷한  배경일지라도  계절이 달라,  달라 보일 수 있는 점 참고해 주세요.

#유럽 #영국 소도시 여행 #시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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