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wbridge(소의 다리)는 웨일스 수도 카디프에서 서쪽으로 19km 떨어져 있는 오래된 시장마을이다.
Cowbirdge(웨일스어 : Pontyfuwch소의 다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마을 이름에 얽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대 로마인들의 정착지(소들을 키웠던 장소)에 마을이 세워져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일부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2017년(오래전 이야기) 영국 'The Sunday Times'는 이곳을 웨일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했다지만, 그때뿐 아니라 여전히 살기 좋은 마을로 정평이 나있다. 뭐랄까? 나름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으면서, 시골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며, 그것들을 영원히 지키려는 고집세고 깐깐한 이들이 사는 마을?
웨일스 수도 카디프와 가깝지만, 도시의 번잡스러움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전 이 마을을 통과하려는 고속도로 공사 계획을 반대해 결국 고속도로가 마을을 한참 벗어나 지나가게 했단다. 편리함 대신 이들이 선택한 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옛길을 지켰고, 도로가 세워지면서 닥칠 자연환경(생태계) 파괴와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의 소음과 공해로부터 마을을 지켜냈다.
중세시대의 옛 모습은 물론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자연을 흩뜨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게 너무나 당연한 마음들이 온전히 녹아있는 마을이다.
↓ 중세시대의 건축과 성벽・성문
↓ 마을 이곳저곳을 돌다 보면마을이 자연이고, 자연이 마을속에 묻혀 있다.
↓ 마을 골목으로 살짝 들어가 보면 곳곳에 강이 흐르고 숲이 우거져있다.
숲 속엔 아이들 놀이터가 있고,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새들의 노래처럼 숲 속에 울려 퍼진다.
⇲ 타운 홀(Town Hall)
Cowbridge 중심가에 위치한 이곳은 엘리자베스 시대 건물로 1830년까지 감옥(교도소)으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개조하여 시청사 사무실, 시의원사무실,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박물관은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전 11부터 오후 4시까지 공개하지만, 지역 역사박물관인 만큼 이 지역 역사자료가 대부분이다.
⇲ Cowbridge 번화가(High Street)
한적하기를 자처한 이곳의 거리는 웨일스 여느 시골마을 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웨일스 부자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마을답게 대부분의 상점들이 고급지다. 우리 동네랑은 비교할 수가 없다.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보다 훨씬 큰 '스완지 City'에도 없는 영국에서 가장 비싼 슈퍼 'Waitrose'(왕실납품업체)가 들어와 있고, 고급 부띠끄, 화려한 보석상점, 가죽제품상점, 신발, 골동품이나 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거리 저 끝까지 길게도 늘어서 있다. 오래된 펍과 레스토랑도 수두룩하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화려한 상점 구경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 물리학정원 가던 길에 만난
'Happy Days Vintage Homestore'
이곳은 정말 우연한 발견이었다. 물리정원 가던 길목에 화려한 핑크깃발이 눈길을 끌어 들어가 보니 좋아하는 골동품들이 즐비하다. 입구부터 혼을 쏙 빼놓는다. 그림, 엔틱가구, 찻잔, 가든테이블, 타자기, 엔틱 촛대, 적당히 이끼 낀 토분, 돌화분 등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것 같다. 이끼 낀 토분이랑 돌화분 몇 개 가져오고 싶었지만, 부자 동네라 그런지 스완지 카부치세일 장터보다 좀 비싸다.
⇲물리학(Physic) 정원, 고요한 마을 속 더 고요한 휴식처
거리에서 눈호강 실컷 했으니, 이제 부띠끄 앞에서 갈등했던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며, 내 안의 번민(煩悶)을 치유할 시간이다.
물리정원 조감도는 아니지만 이 모습 그대로다.
Physic(물리학) 정원은 번화가에서 Church Street를 따라 몇 발짝 걷다 보면 높은 돌담이 보인다. 이 담안에 물리정원이 숨어있다. 이 정원은 18세기 이곳에 거주했던 한 가문이 조성한 정원의 일부였던 곳으로, 그 가족이 이곳을 떠나면서 방치되어 있던 걸 이곳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여전히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이 정원의 식물에 하나하나 라벨을 붙여 식물 이름과 어떤 목적으로 재배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Physic가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용 식물과 다양한 허브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부지는 작지만 정형화된 패턴으로 아름답고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의 모든 식물들은 1800년 이전의 영국에서 발견된 식물들이란다. 뭐든 관리 보존 잘하는 이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 매주 목요일,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에서 약용식물들을 판매한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내가 만들어낸 소음은 물론, 온갖소음들과 뒤섞여 지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가끔 그것들이 소음인지도 못 느끼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곳은 정말 세상의 모든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듯하다. 돌담 너머 도로가 있건만 자동차 소리는 물론, 소곤거리는 사람들 소리도 안 들린다. 새들마저도 고요함을 깨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날아와 우리가 뭔가를 떨어뜨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 조용한 날갯짓으로 살포시 내려앉아 우리 앞을 종종거리며 오간다.
높은 돌담장 때문일까? 아니면 저 나무들이 소음을 차단하나?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저택들이 방음 효과를 낸 걸까? 할 일 없으니 별의별 상상을 다하고 앉아있다.
평일이라 그런지 공원엔 우리뿐이다.
그래서 더 고요한가 보다.
그러니 이 순간은 나의 정원이다.
건너편 허브 구역 벤치에 앉아, 남은 한나절을 오롯이 니 혼자만 있고 싶다.
오늘은 이곳에서 더 이상 다른 세상(곳)으로 나가지 않으련다.
이곳 꽃밭에 앉아 꽃향기 허브향기 맡으며 남은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그래야 내 어지러운 마음과 정신이 조금이나마 온전해질 것 같다.
잠시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남편에게 커피 한잔만... 부탁했다.
그를 보내고 잠깐동안 눈을 감는다.
요 며칠 이웃과 주차문제로 받은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고,
내 마음에 쌓인 먼지도 탈탈 털어내 버리자.
......,
......,
↓ 물리학정원 남장너머엔 또 다른 정원(올드 힐 정원)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 물리정원 안쪽 아치문을 통과해 나가면 또 다른 정원(일반)이 나온다.
이 정원 안에는 마을 도서관과 어린이집이 있다. 꽃과 숲이 우거진 곳에 도서관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유치원에 손주를 찾으러 오는 어느 노부부의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따뜻해 보인다. 그들의 따뜻한 모습에서 난 행복감을 느꼈다. 그래, 오늘 난 이곳에서 충분히 행복했다. 한마디 말을 섞진 않았지만 지나는 이들의 미소가 아름다웠고, 그 미소보다 더 아름다운 오래된 정원에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음에 더 감사하고 행복하다. 돌아가면 또다시 생각 나는 곳, 또다시를 미리 예약해 두는 마을 '소의 다리'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