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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깨기?  OK 목장의 결투?

천하의 싸움꾼 개냥이 양아치 호동이

by 봄이 Apr 13. 2024

대체 밤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우리 집을 영역삼은 길냥이(사실 개냥이) 호동이가 밤사이 한쪽눈은 찢어져 눈퉁이가 밤탱이가 돼있고, 온몸에 털들이 숭숭 빠지거나 삐져나온 채로 오늘 아침 제 식탁 위에 나타났다. 몸이 상처 투성이고 성한 곳을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오늘 아침 모습,                                                                                  이틀 전 모습오늘 아침 모습,                                                                                  이틀 전 모습

호빵같이 통통한 볼살도 온데간데없다.

이놈, 어젯밤 판봉이가 제 밥그릇 넘보던걸 응징한 건가 싶었지만,

판봉이는 절대 이렇게 할 냥이는 못된다.

워낙 소심하고 겁이 많아 호동이 앞에선 늘 생쥐처럼 잔뜩 움츠려 있다.

호동이와 판봉이, 사진만으로도  서열이 보인다.호동이와 판봉이, 사진만으로도  서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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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니?

네가 그 정도라면 너와 맞짱 뜬 녀석 모습 또한 볼만하겠다.

너의 아저씨 모모는 너의 오늘 모습을 보고 치정싸움이라고 하지만,

난 네가 요즘 들어 너무 자주 싸우고 다니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하다.

몇 주 전엔 정수리에 커라란 구멍을 내고 와서 근 두 주를 앓고 몸을 사리더니,

그거니?

장수리 빵구 낸 놈과의 복수혈전?

이제 겨우 상처가 아물어 몸을 추스르나 싶었는데,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구나.

정수리에 구멍이 나 그 귀한 마데카솔 가루를 술술 뿌려줬더니 다행히 쉽게 아물었다정수리에 구멍이 나 그 귀한 마데카솔 가루를 술술 뿌려줬더니 다행히 쉽게 아물었다

요즘 이 놈은 영역관리는 뒷전이다.

이 영역에서는 그저  주는 밥 잘 받아먹고, 비 안 맞고  편안하게 잠만 자면 된다는 심보인 거 같다. 밤에는 우리가 지켜볼 수 없어 그렇다 치지만, 낮에도 배만 채우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배가 고프거나 끼니때가 되면 다시 나타나 요런 요망한 자세로 누워 밥 달라 야옹 거린다.

상당이 방자한 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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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심하게 물린 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질만 하고 다닌다.

한쪽발을 절고 절며 들어오질 않나, 호피 털이 이곳저곳 숭숭 빠져 오기도 하고,

심지어 귀까지 찢겨 귀털에 피가 흥건해 들어오기도 한다.

............

우리 읍내 길냥이들 영역을 돌며 영역 깨기를 하고 다닌가?

아님, 우리 동네 뒷산 양목장에서 양몰이 보도콜리와 한판 붙은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끔씩 우리 집에 나타나는 여우랑 맞짱 뜬 건가?

저 모양을 하고 들어오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오늘도 저런 몸으로 아침을 먹고는 왼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뒷 가든 산으로 작은 샛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 버린다.

조만간 목발을 집고 나타날 거 같아 걱정이다.

............

이제 그만 싸움을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하지만 이건 나(인간)의 바람이겠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싸우고, 헐뜯고, 뺏고, 뺏기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데,

그저  제 목숨 하나 부지하고 살아가는 길냥이의 삶은 오죽할까 싶다.

호동아!

복수혈전, 도장 영역 깨기, 이제 그만하고 평화롭게 해바라기나 하며 우리 집 뒤뜰이나 잘 지켜 주려무나.

그럼  맛있는 츄르 사다 줄게!



                                                호동군의 포토


↘︎ 나는야 낭만고양이 : 라벤더 향~~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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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뎅의 생각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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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다리 찢기 함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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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달냐옹~~ 안 주면 냥펀지 날아간다 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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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배 좀 봐~~ 홀쭉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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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준다면 기다릴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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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척 하기...

난 이 모습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난 이 모습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영국#길냥이#개냥이#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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