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빛나 Apr 17. 2016

평화의 대상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가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겹쳐지는 것 그러다 종말에는 서서히 하나가 되는 것 합쳐지는 것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철저히 다른 말이다 서로의 공간을 넘어서는 순간 모는 것이 넘쳐 버린다 감당할 수 없는 감정과 복잡하게 엉킨 감정의 실들과 망가진 말들이 그의 영역을 침범한다 무섭게도 이것은 다정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하나야' 끌어안았던 얇은 어깨 길을 잃은 시선은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는 모호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온도의 전장 속을 헤메는 능력없는 고관이었으며 그는 적군도 아군도 아닌 그저 '그'였다 나는 무너지는 온도들을 바라만 봐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닌 합쳐지는 과정에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지막까지도 우리의 전쟁은 계속됐다 차가운 바람이 다 떠나고 따뜻한 꽃잎만 휘날리는 날 그는 나에게 몸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후에 숨을 고르다 다시 한번, 가끔은 연락해도 괜찮아 그리고 나 역시 말했다 잘 자 정말 웃긴 일이다 나에 대한 걱정을 그에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다정한 전쟁을 하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예술가의 비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