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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n진오 Jun 27. 2017

퇴사자의 각오

#20

 많은 사람들이 퇴사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는지,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준비하는지, 보다 깊은 배움을 찾아서 대학원이나 어학연수를 떠날지, 그도 아니면 자유를 찾아 전 세계를 떠돌며 여행을 할지. 

 

 지금까지 이 글을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예상을 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위에 이야기 한 그 어떤 것도 계획을 하지 않고 퇴사를 했다. 나는 오직 단 하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가지고 퇴사했다. 나는 위에 열거한 이직, 창업, 대학원, 유학 등 모든 것들은 그 목표를 찾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열린다’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길 없는 이야기를 주문 외우듯 되뇌었을 뿐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비포장 된 흙 길, 풀로 무성한 산길, 나무로 이어진 아슬아슬한 징검다리 같은 길의 종류와 형태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동쪽으로 갈지 서쪽으로 갈지, 위로 갈지 아래로 갈지, 내가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였다. 


 동쪽으로 가는데 가장 빠른 길이 풀이 무성한 산길이라면 산길로 가는 것이고 서쪽으로 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라면 그 도로를 선택하면 그만인 것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되었고 본질을 바라봐야 했다. 


 그렇기에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다 본질적인 답을 찾는 활동에 집중하고자 했다. 나에게는 앞으로 내딛게 될 한 걸음이 내가 살아가며 낼 수 있는 가장 큰 용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나는 무수히 많은 제자리걸음과 때로는 뒷걸음질을 칠 각오를 했다. 그 각오가 내가 퇴사를 결심하는데 가장 큰 밑거름이자 버팀목이었다.




 사실 온갖 좋은 말은 하고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현실적인 부분을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과 책임감을 느낀다. 혹시라도 누군가이 책을 읽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며 나는 이왕이면 그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이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떠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그 결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최소한의 호구지책도 없이 벌이는 결정은 결국은 무책임하고 소모적인 행동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당장 다음 달에 낼 월세조차 없어 쫓겨날 형편이라면 꿈이 무슨 소용이고 인생의 방향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의 경우에는 소비를 줄이고 지출을 조절만 한다면 최소한 1년 이상은 경제적인 활동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을 확보해 놓았다. 아마도 이 여윳돈이 없었다면 나는 퇴사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하나는 기한의 설정이다. 나는 1년 안에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그 기간 동안에 위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수많은 제자리걸음과 뒷걸음질을 치더라도 결국은 앞으로 한 발을 내밀수 있는 ‘방향을 찾는 활동’을 하는데 스스로 1년이라는 기한을 두었다. 


 그 안에도 어떠한 실마리나 방향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면 단호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결심을 했다. 물론 그러한 경우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지만 언제까지 막연하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나의 인생’이므로 나는 비록 그 행동이 지독하게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과 대가가 따름을 명심해야 한다. 





가끔은 퇴사를 하고 

사람들의 부러움과 응원에 취해 

마치 왕관을 쓴 것과 같이 

괜히 으쓱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내 이런 말이 떠오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물론 

퇴사는 왕관도 아니고 벼슬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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