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다시 쓰는 글

뭐가 그리 어려웠을 까

아주 아주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고자 자리에 앉았다.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발행하지 못한 글들이 서랍 속에 쌓여만 갔다. 

한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쉽사리 문장을 끝맺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내 밑천이 다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이야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지만 근 30년 간을 책과는 동떨어져 살아왔고, 특별한 취향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온 삼십대 남자사람. 그런 내가 그나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몇 년간 고심했던 '퇴사'와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내 안에 마치 독소처럼 쌓아 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오랜 기간 몸속에 품고 있던 찌꺼기를 짜내듯이 글을 썼다. 그렇게 모든 것을 짜내고 나니 더 이상 뭔가 쓸 게 없었다. 충분히 비웠으니 이제 다시 채워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이번에 채우는 것은 찌꺼기가 아닌 영양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끄럽지만 다름 사람들을 너무 의식하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넋두리처럼 시작했던 글이, 브런치를 계기로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책을 출판하는 것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 괜스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꾸 신경을 쓰다 보니, 내가 쓰는 모든 글이 계속 부족해 보였다. 문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어떻게 하면 더 있어 보이게 쓰지?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며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과 나의 글을 비교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어찌 보면 이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한 더 큰 이유인 것도 같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그리고 앞으로는 자주 글을 쓰려고 한다 

비워진 내면이 충분히 채워지진 않았지만 채우는 과정도 글로 써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 의식 그만하고 그냥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예전의 넋두리처럼 써보려고 한다. 

읽었던 책의 내용에 내 생각을 더해서 쓰고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겨온 이후의 새로운 내 일과 커리어에 대해서 쓰고 

퇴근 후 2시간, 회사와 일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쓰이는 시간에 대해 쓰고자 한다. 

언제나 모든 글들이 쓸데없이 진지하고 재미없어서 조금은 밝고 재밌게도 써보려 한다.

처음에 시작한 글이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듯

다시 쓰는 이 글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