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밀고 당기는 기술 / 2) 뒤에서 챙겨줌
문근영과 김래원의 주인공으로 한창 화제가 되었던 영화 '어린신부'. 그리고 지금은 어느덧 스타급으로 부상된 앳된 문근영의 친구 신세경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기도 한 작품이다. 어린신부라는 이 설정 자체가 다소 말이 되지 않지만 그 속에서 한 어린 아내를 배려하면서 챙겨주는 아버지같기도 한 따스한 남편의 심성이 고스란히 묻어난 드라마다.
* 어린신부 (OST - MY LOVE, 심은진)
https://www.youtube.com/watch?v=yJ5QtFSOdbg
우선 서보은(문근영)은 너무나도 철없는 말 그대로 고등학생이다. 그러한 그녀는 어릴적부터 할아버지 친구사이로 그저 알고 지내는 집안으로 박상민(김래원)과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하도 어릴적부터 봤기 때문에 딱히 이성적인 관계가 아니라 그저 선생님과 학생같은 느낌이 들기에 더 적합한 관계다. 그러한 그들이 결혼을 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선택은 병이 든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자 유언이기 때문이다. 두 손자 손녀는 말이 안된다며 난리쳤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살아있기 전 정약결혼을 성사시키는 것에 부랴부랴 진행이 된 것. 김래원은 이제 20대 중반으로 그나마 혼기가 서서히 물어 익는다쳐도 보은은 막 고등학생이기에 아직 스킨쉽조차 어색하기 그지없다. 이 자체가 너무나 재미난 코믹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문근영은 때가 되면 학교에 가야 하지만 그 때마다 남편 밥차리기와 빨래감까지 신경써야 하는 가련한 여고생이다. 남편은 서서히 미술전공 대학교 졸업반이 되어서 실습을 나오는데 다름 아니라 아내가 다니는 학교라서 더 상황은 복잡미묘하게 꼬여만 가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재미난 설정은 바로 그러한 남편 김래원이 아직도 총각으로 알며유혹하는 한 여성이 있다. 바로 문근영의 담임선생님인 김쌤(안선영)이다. 그녀는 젊고 유능한 래원을 보자마자 온갖 정성과 혼심으로 사로잡으려 안갖힘을 쏟는다. 그러다가 결국 근영과의 정약 결혼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돌연 불화통처럼 보은을 못 살게 군다. 바로 이번 축제에 혼자서 강당의 벽지를 그림으로 그리라는 말도 안되는 미션이다. 근영은 속이 상할 때로 상했다.
제 아무리 잘 해봐도 할 수가 없었다. 양은 너무나 많고 할 시간은 촉박하다. 김쌤의 눈살이 더 차갑기만 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을 때 세경이 그나마 단짝이라서 그 아픔을 알고 거들어 주었다. 제 아무리 여고생 둘이서 강당의 벽지를 훌륭하게 그릴 수는 없었다. 고작해야 풀과 나무 하늘을 그리는 것이었다. 비록 남편이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나 바쁘다고 하니 더 화가 날 것이다. 근영은 래원은 무심한 사람이라면서 더 투덜거렸다. 안팍으로 고생하지만 그녀에게 단짝 세경이 있어서 한자락 마음이 나아진 거 같았다. 하지만 로멘티스트는 사실 상대 이상의 이벤트를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것도 놀라움과 감동을 동반한 깜짝스럽고 멋진 쇼다. 미대생인 래원은 친구 2명을 강제로 끌고와서 아내가 그리다가 만 작품을 보면서 기가 찼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전공을 발휘하면서 그렇게 철야로 밤을 세워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리고 밤 늦게 피곤하여 돌아온 남편. 그가 한 일도 모른 채 근영이 아침부터 남편이 아니라 웬수라고 여기며 등교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근영에 눈앞에 펼쳐진 이 화려한 그림. 물론 그 그림에 감동을 받은 것은 학우들 모두겠지만 근영만은 그 감동 이면의 추억마저 생각하게 한 것이다. 바로 옛 추억이 담긴 그림. 바로 래원이가 그네탄 근영이를 밀던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는 딱히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림과 주인공의 표정으로 충분히 감정적인 사랑을 너머 헌신적인 사랑의 진한 감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제 아무리 부자라 해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시간과 그 힘든 과정에서도 상대를 생각하면서 버텨온 정성이 고스란히 보이는데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 뒤에서 챙겨주는 것 = 그저 표면적 잘해주는 것(x)
=> 순수한 마음 + 헌신적 행동
(단, 상대 또한 마음에 있어야 함)
돈으로는 순간적인 사람의 육체 쟁취할 수 있겠지만, 그 마음의 영원함마저 공유할 수 없는 것이다. 오로지 그 마음은 같은 마음을 가진 자들만이 얻을 수 있는 값진 특권이다.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상대의 마음으로 전해질 수 있는 통로는 오직 순수와 헌신적 마음이다. 뒤에서 단순히 챙겨주는 것이 그저 잘해주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앞에서 하지 않고 뒤에서 한다고 다 자상한 게 아니다. 바로 이렇게 온갖 정성을 다한 그 순수함 마음과 헌신적인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