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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를 보내며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를 욕조에 넣고 거품목욕으로 아이의 기분을 맞추며 구석구석 씻긴다. 아이는 빛나는 얼굴로 수건 한 장에 온몸을 돌돌 말아 욕실에서 나온다. 욕실과 다른 공기에 흠칫 놀라 자신의 방으로 달려간다. 베이비파우더 향이 나는 로션을 얼굴과 몸에 발라주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준다. 말간 아이의 얼굴을 보니 이른 겨울 아침 나의 숨이 아직 아무도 내뱉은 숨이 없는 공간에 지각을 일으키는 것 같은 기분이다.
세 식구가 먹을 밥을 하고 아이의 반찬을 만든다. 오늘따라 엄마를 쉴 새 없이 부르며 내 곁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논다.
요리를 하면서 틈틈이 아이를 안아주고 볼을 비벼댄다. 배가 고픈 아이는 밥을 먼저 먹는데 신랑이 집에 도착했다. 겨울바람에 볼이 발갛다.
드디어 셋이 다 모였다.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를 토닥인다.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기특한 마음과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내일을 기약하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