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 피드백 구조의 제도화(feat.OKR)
잠시 쉬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그동안 HR이라는 일에 대해 생각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늘 그렇듯 생각이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멈출 수 있습니다. HR에 대한 제 머릿속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아홉 번째 이야기 주제는 성과관리 | 피드백 구조입니다.
다면평가를 설계할 때 두 가지 카테고리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 두 가지 카테고리 중 하나가 이전 글에서의 전문성이고 다른 하나는 협력입니다. 본 글에서는 협력을 '피드백 구조'라고 표현을 합니다. 한 가지 염려스러운 점은 피드백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평가자가 피평가자에게 하는 것 혹은 평가결과를 통보하는 것으로 이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점입니다. 앞서 글들에서는 이러한 우려로 피드백 대신 코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협력의 관점에서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 합니다. 평가결과의 전달이나 단위 조직 리더가 그 구성원에게 하는 일방적인 형태로 이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일을 처음 만나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늘 아쉬움을 마주하곤 하지요. A라는 일을 하다가 막혔을 때 "나 이렇게 해봤었어"라고 말을 해주거나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말 혹은 "이것을 같이 해보면 좋을 거 같은데"라는 말을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던 경험입니다.
이러한 누군가의 말을 우리는 피드백이라 말합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다음 몇 가지 특성을 가집니다.
1. 필요할 때 도움이 제공된다.
나는 도와준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간섭이라 생각할 수도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움이란 누군가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제공되어야 비로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도움이 필요할 때를 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도움이 필요한 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직접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제3자를 통해 요청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은 관찰입니다. 개인적으로 리더분들에게 갖추실 것을 요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을 중심으로 상대방이 일을 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관찰'은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일의 진행과정에서의 산출물과 일정을 관리하고 그 산출물과 일정을 중심으로 일의 진행을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더의 관점에서 해당 산출물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되었음에도 움직임이 없다면 체크해볼 필요가 있겠지요. 리더분들이 실무에 대해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충분히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정보가 공유된다.
수직계층구조가 강한 조직부터 수평조직에 이르기까지 조직진단 설문을 해보면 정보공유 항목은 상대적으로 다른 항목들보다 낮은 점수를 보이곤 합니다. 규모가 있고 기능별 분화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곳에서는 정보공유에 대한 항목이 그리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정보가 잘 공유되고 있다기보다는 각 기능별로 분화가 되어 있어 일을 하는데 걸림이 없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피드백은 나 아닌 상대방에게 내 경험, 생각,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해봤더니 잘 되더라 거나 이 일을 하는 원리는 이렇다거나 이 일을 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조금 더 배우면 좋겠다거나 이런 방식으로 할 경우 산출물에 이런 리스크가 있다거나 이렇게 해보면 상대방이 전문가로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겠다거나 다른 연결된 고객, 동료, 숫자에서 이렇게 하면 좀 더 좋겠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들입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기반으로 합니다. 상대방이 하는 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상대방이 일의 해결 경험을 통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등이 포함됩니다. 이렇다고 무조건 좋은 말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경험을 예로 시간을 기준으로 7년 이상 된 어느 개발자분에게 외부에서 바라볼 때 7년 차 개발자로서 스킬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지요. 결코 좋은 말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고맙습니다'였습니다. 스스로도 그런 걱정이 있었는데 그 누구도 자신한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어떤 분은 정보를 공유한다고 말하면서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레드오션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상대방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순간 자신의 것을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Red ocean이 아닌 Blue ocean으로 일을 인식한다
일을 레드 오션, 즉 파이가 정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파이를 지키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는 그것이 자신 개인에게 이익이 되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블루 오션, 즉 파이를 늘려갈 수 있는 개념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생각과 생각이 만나서 몰랐던 새로운 생각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몰랐던 상대방의 생각을 알 수도 있고 서로의 대화 과정을 통해 함께 새로운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코칭이라는 개념을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보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들고 그 균열을 채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은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피드백 구조-제도화 하기
언제나 그렇듯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의 고민은 이러한 피드백 구조를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입니다. 여기에서 '제도화'라는 단어를 조금 생각해볼까요? '제도화'는 크게 제도의 외형을 설계하는 것과 그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제도의 외형을 설계하는 것은 사실 상대적으로 쉬운 영역에 해당합니다. 문서화할 수 있고 눈에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반면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HR제도는 그 제도가 사라져도 되는 상태, 즉 기업 구성원분들에게 그 제도를 운영하는 이유가 내재화된 상태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Kostova(1999)는 이러한 제도 내재화의 하위 항목으로 제도에 대한 몰입, 제도에 대한 만족 수준, 제도에 대한 심리적 주인의식의 3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짐작하시듯 이들은 기본적으로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이 아닌 제3자로서 구성원분들의 제도에 대한 이해와 인식 변화를 요구합니다.
피드백 구조를 위한 도구 OKR
"우리가 주니어 시절에 일을 하면서 막히는 상황에서 누군가 도와주었다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OKR은 그걸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 제도화하는 것입니다. "
OKR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동료분에게 제가 드린 답변의 내용입니다. 필요할 때 일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므로 상시 대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스스로 일을 해나간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하므로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일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므로 산출물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 산출물은 우리가 목표를 달성했음 혹은 목표 달성을 향해 잘 가고 있음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목표 Objective, 산출물 Key Resutls, 그리고 그 산출물을 수행하는 과정으로서 방법론에서의 자율성을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 더하면 그 자율성이 발휘되는 과정에서의 피드백으로서 관찰이 있겠지요.
이와 관련해 최근 영어공부도 할 겸해서 보기 시작한 글의 사례를 하나 소개를 해보려 합니다. 3X2 framework이라는 제도인데 개략적인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You're free to make a decision as long as you feel confident that it will benefit your clients, colleagues, and numbers(3), and that it will do so both today and tomorrow(2). The company collectively articulates objectives and key results but gives its tribes a high degree of freedom in figuring out how to achieve them. Formal rules and processes are out. Instead, to share learning and information across team and functions, the company encourages active dialogue on Slack and in community gatherings - a minimal approach to coordination that several companies in our cluster refer to as "no nonsense" or "no bullshit."
-HBR, how to successfully scale a flat organizaiton
위의 붉은색 글씨가 OKR의 기본이고 그 핵심은 피드백에 있습니다. 일방적인 이야기의 전달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서로 필요할 때 언제든 주고받을 수 있는 생각과 정보의 공유체계입니다. 우리가 수평조직을 추구하는 건 이러한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는 조직구조가 수평조직이기 때문이지 수평조직 자체가 언제나 항상 진리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정 Recognition
피드백과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피드백을 이야기하며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점에서 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피드백의 또 하나의 측면에는 인정 recognition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잘한 것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으로서 피드백을 말합니다. 인정을 제공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함께 일했던 어느 동료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기 전에 타 부서에서 일을 못한다는 낙인이 찍힌 상태였고 조직개편 과정에서 아무도 그를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제안이 왔지요. 함께 일해보겠냐고. 그렇게 같이 일을 했습니다. 하루는 속지를 달기 어려운 화일철을 살짝 바꿔 여러 장의 서류를 철할 수 있게 만들어 서류를 관리하는 걸 보았지요. 솔직히 저는 그렇게 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잘했음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그 이후 그 친구는 함께 일하는 동안 계속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라고 시킨 적이 없었음에도 신이 나 있었지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죠. 잘한 것에 대한 인정도 우리가 말하는 피드백에 있어 중요한 요소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HR프랙티셔너로서 우리들이 조직 내 모든 피드백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도라는 도구를 활용해 피드백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볼 수는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제도에는 그 제도의 구조를 활용하면 조직 내 피드백이 좀 더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으리라는 HR프랙티셔너의 확신과 예측을 담을 수 있어야 하고 제도를 설계하고 구성원에게 제안하는 사람으로서 그 제도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모습이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협력 #피드백 #피드백구조 #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