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님과의 대화, 방법론, 자율성
Fiction HR 매거진에 기록되는 모든 이야기들은 말 그대로 '픽션'입니다. 픽션은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함을 밝힙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가정에서는 아들과 딸, 부부와 부모로서, 직장에서는 리더이자 동시에 팔로워로서 역할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 역할이라는 건 무엇일까? 그건 때로는 주어진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우리 스스로 만들거나 부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서 왔든지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역할'이라는 건 우리의 행동의 반경을 정해준다는 점에 있다.
"대표님, 저녁식사를 하고 산책을 나왔는데 저 앞에서 시비가 붙어 싸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어떤 느낌이실까요?"
"일단 무섭겠죠.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일단 보이는 건 싸우는, 좋은 모습은 아니니 피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겠죠. 신고를 하셔서 경찰이 오셨습니다. 저 앞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경찰관분들이 도착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어떤 느낌 혹은 생각을 하실까요?"
"일단 안심이 되지 않을까요?"
"무서움이라는 감정이 경찰관이라는 새로운 상황의 등장으로 안심이라는 단어로 바뀌었습니다."
"왜 바뀌었을까요?"
"네? 경찰관이 도착했으니까요"
"그 경찰관은 아시는 분이실까요?"
"모르죠"
"그런데 왜 경찰관이 도착했다는 사실에 안도를 느끼게 되었을까요?"
"경찰이니까 그렇죠"
우리는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경찰이라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그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상을 해결해 줄 거라 기대한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일이 제공한 역할이 제공하는 믿음이다. 동일한 사람이 경찰차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을 타고 다가왔다면 우리는 그가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앞서 경찰이 도착했을 때와 같은 안도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말씀하신 '경찰'은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경찰이라는 직무역할'을 수행하며 그 '역할'은 그가 정한 것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직무가 이미 정한 것이고 그 사람은 그 직무의 역할을 수행하기로 약속하고 지원하여 통과한 사람들이죠. 경찰관분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안도를 하는 건 그들이 경찰의 역할을 수행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는 제1호부터 7호까지의 규정을 통해 경찰관 직무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건 결국 경찰관이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죠. 제가 이야기드리고 싶은 지점입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대표님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현장에서 경찰관은 상황을 판단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하여 경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테이저 건 사용과 같은 판단들을 하기도 하죠. 그러한 행동이 지향하는 방향성에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의 직무의 범위가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같은 방향성/목표 말이죠"
"앞서 우리는 경영의 방향성과 일(직무)의 방향성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방향성은 구성원에게 앞서 경찰관의 사례에서 법령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경영에 필요한 각 직무별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율성은 어떻게 확보할까요?"
"경찰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볼까요? 법령에서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라는 역할을 부여했고 경찰관은 현장에서 상황을 마주하고 이 역할에 부합하는 최선의 행동을 판단하고 움직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상황의 판단과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발휘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법론에서의 자율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영활동을 우리는 유기체의 항상성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기체를 구성하는 각 역할들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작용의 원활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구성원은 그 상위 방향성에 대해서는 영향을 줄 수 없는 건가요"
"방향성 영역에서 구성원은 자신의 직무 역할에 있어 직무방향성을 정하는데 의견을 제시하고 그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1차로 방향성 영역에 관여를 합니다. 아울러 방법론 영역에서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직무 방향성이 현장과 맞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방향성 영역에 영향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공장에서는 공정절차에 있어 기계에 이물질이 끼는 현상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품질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추가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리더는 본격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아볼지 등에 대해 회의를 하고 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이 선풍기를 틀고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신입사원은 선풍기를 돌려서 이물질들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랜 시간의 경험은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하지만 그 경험은 때로는 리더들의 시야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방법론 영역에서의 새로운 생각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향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3M의 15% rule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음, 사실 우리도 비슷한 걸 하고 있긴 합니다. 과업을 하고 나면 그 과업에 대해 팀리더와 팀구성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세션을 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만족도가 그리 좋지 않게 나옵니다. 했다고는 하는데 많은 경우 '했음'으로 끝나고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구요.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어요."
제도는 보이지만 맥락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화의 과정에서 '맥락'이라는 걸 종종 느끼곤 한다. 지금 리더가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있지만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이 진심으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은 리더로 보이기 위해서 혹은 회사에서 하라고 하니까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한다.
"모든 리더분들에 대해 공통으로 나오는 반응일까요"
"익명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일부 긍정적인 응답이 보이긴 하더군요. 아마도 리더 스타일 차이일 듯 하긴 합니다. 그런데 어떤 리더 스타일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또 어려움이 있잖아요. 직무마다 그 수행 방식과 환경에 따른 특성도 다르고"
"모든 환경에 적용되는 단 하나의 완벽한 리더 스타일은 없을 겁니다. 말씀주신대로 직무특성, 환경,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등 모두가 다르니까요."
"앞서 리더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리더의 말과 행동을 포함한 리더십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죠"
#픽션 HR#FictionHR#Opellie#인사소설#직무역할#자율성#방향성과방법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