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이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자기계발은 우리 자신의 행동으로 구체화됩니다. 책을 보고, 학원을 다니고, 자료를 찾아보고, 세미나 등 모임에 참석하고, 게임을 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들 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계발을 한다는 건 우리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벗어나 생각을 하고 때로는 판단을 하고 움직이고 말을 하고 누군가의 말을 듣기도 하고 글을 보거나 반대로 쓰기도 하는 행동들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아무도 '나는 자기계발중이야'라고 붙이고 다니지 않지만 그 모든 행동의 순간이 자기계발의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사람이기에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은 언제나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는 사람이기에 가지고 있는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피곤해지기도 하고 잠도 자고 먹기도 해야 하니까요. 전 가끔 사람이 잠을 자는 시간이 필요 없다면 인류가 더 많은 무언가를 해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농담섞인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과거형이죠. 언젠가 부터는 이 말을 하지 않고 있긴 합니다.
또 시간과 공간 역시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받고 있죠. 점심시간이면 점심을 먹어야 하고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간도 그렇죠. 공간과 건축물의 이용 가능한 공간만을 이용할 수 있고, 때로는 건축물이나 인테리어의 멋짐에 감탄하기도 합니다. 공동체의 규율은 또 어떨까요? 법, 도덕, 통상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늘 존재합니다. 우리는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지만 사실 모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유한한 존재로서 사람이 가진 한계이자 동시에 제법 괜찮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중 어떤 말과 행동을 좀더 자주하고 좀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배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죠. 그 선택을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자기 이해라는 게 참 어렵다는 점이에요. 집 세면대 배수관이 낡아 물이 샙니다. 교체를 해야 하죠. 그런데 해본 적이 없습니다. 부품을 사서 직접 교체가 가능하다면 부품값만 들지만 사람을 부르면 인건비가 추가됩니다. 막연히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부품을 사서 직접 교체를 합니다. 엇 되네요? 이건 나도 가능하구나!를 알게 됩니다. 나를 알게 되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 말이죠.
그런데 이런 자기이해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과 행동으로 경험해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문제죠. 사람은 유한하니까. 모든 말과 행동을 다 경험해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들 중에서도 우리가 의식해야 하는 것과 의식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 후자를 저는 '루틴'이라고 부릅니다.
루틴(routine)은 일종의 반복적인 무언가의 속성을 가진 단어 입니다. 일상적인 일 혹은 틀에 박힌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루틴은 원래 하던 것 수준으로 그 중요성이 간과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정장을 입고 출퇴근을 할 때 제 옷장에는 정확히 와이셔츠 5벌이 있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벌이죠. 이는 아침 출근준비를 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게 도와 줍니다. 옷을 고르는 시간을 줄여주니까요. 물론 최근 몇 년간은 정장이 아닌 자유복장을 하고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그 루틴은 저에게 유효합니다. 나름 '교복'이라 부르는 티셔츠를 두고 입고 있거든요. 이러한 루틴을 저는 '의도된 루틴'이라고 말합니다. 아침에 옷을 고르는데 드는 시간과 고민에 투입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나름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제가 이야기드리는 루틴은 일종의 '의도된 습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좀더 집중하는 일에 제가 가진 유한한 자원을 보다 온전히 투입하기 위해 다른 곳에 사용할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의도된 습관' 말이죠. 제가 아는 분이 잠시 회사를 쉬는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출퇴근을 하지 않는 시간동안 그 무엇보다 스스로 느슨해지는 것이 걱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분은 매일 조금은 이른 아침시간에 스쿼시를 등록했다고 합니다. 조금은 강제적인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두고 평소 본인의 루틴을 지키려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만든 루틴에 시간이 더해지면 어느 순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습관이 될 겁니다.
우리가 만드는 의도된 루틴은 결국 우리의 말과 행동으로 구체화됩니다. 따라서 이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요소의 영향을 늘 받게 됩니다. 의도된 루틴을 만든다는 건 특정한 시간의 특정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시간에 나름 정한 공간의 특정 장소나 지점에 가면 우리가 의도한 그 '무엇'이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일종의 기대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한알씩 약을 먹어야 한다면 아침에 일어나 무조건 약을 먹는 의도된 루틴을 만들면 될 겁니다. 아침 기상한 시간에 책상의 어딘가를 보면 항상 그 약이 있어야 하죠. 만일 그렇지 못하면 약을 찾는데 추가적인 시간과 약을 찾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필요할 겁니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죠.
신발은 신발장에 있어야 하겟지만 생각해보면 신발장이란 신발을 두기 위해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무언가입니다. 이는 우리가 신발이 필요할 때 신발장에 가면 신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신발은 신발장에 둔다고 우리가 정의를 해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발을 신발장에 두는 건 오로지 우리 개인이 정한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신발은 우리가 신발에 부여하는 의미와 다른 의미를 두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어떤 신발은 신발장이 아닌 진열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많은 자기계발에 관한 글들이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이 글에서 저 역시 습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모두 동일한 습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유수의 기업 CEO들이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보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쓴다고 해서 우리들도 그들의 습관을 따라해야 한다는 논리는 사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들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이해 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잘 할 수 있는 일과 덜 잘하는 일을 이해하고, 같은 일이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가 집중할 것과 덜 집중할 것을 구분하고 있을 겁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경험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드린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경험들을 다 해볼 수는 없습니다. 직접 경험 이외의 다른 경험들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글에서 좀더 풀어보겠습니다.
#Opellie#자기계발#브런치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