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만들어가는 우리들
자기계발에 대한 생각을 기록하면서 한편으로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무거움(?) 같은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자기계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opellie라는 저 자신은 자기계발을 얼마나 잘 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마음에 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죠.
제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그 시간 속에서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는 그리 중요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자기계발을 해야겠다 내지 해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는 제 삶에 있어 그리 중요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외부에서 볼 때 자기계발을 위한 활동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들도 상대적으로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점심시간에 자기 위해 밥을 빨리 먹고 올 때, 저는 똑같이 빨리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와서 동영상 강의를 들었고, 평일 저녁에는 학원 아니면 제가 하는 일과 관련된 세미나와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고, 당시 제 한달 월급보다도 비싼 온라인 교육과정을 신청해서 듣기도 했습니다. 조금씩 주니어 티를 벗기 시작하면서는 직접 직무관련 모임을 만들어 운영을 해보기도 했고, 시니어의 시간을 맞이하면서는 대학원이라는 방법론을 제 삶의 한 축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외부에서 볼 때 충분히 자기계발을 위한 활동이라 보일 여지가 있는 활동들을 하면서 저는 한번도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거나 자기계발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자기계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음에도 자기계발을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월급보다 비싼 교육을 신청하고 이런저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꺽이지 않고 세미나 등을 쫒아 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제가 가지고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기준을 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저는 늘 '현재'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에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에 매이거나, 이렇게 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 할 수 없음에 속상해하는 대신 그래서 지금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그걸 해왔죠. 한달 월급보다 비싼 교육과정을 신청하고 한달 생활비를 10만원으로 버티는 일은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세미나 등에 참석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듣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필요할 것 같은 자료들을 모으는 것, 점심 시간에 잠을 자는 대신 강의를 듣는 것 등은 당시 고시원, 반지하에 살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자기계발에 관한 글 연재를 시작하는 글에 소개드렸던 문구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아래에 인용을 합니다.
저에게 자기계발은 위의 문구와 같습니다. 하나의 긴 여정, 물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인 인내와 헌신을 필요로 하는 과정 말이죠. 그 여정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성과가 있었고 그 크고 작은 성과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채우는 소소한 실패의 경험들을 통해 하나씩 배움을 늘려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계발은 완벽함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마주하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 배우기 위한 생각, 기록, 활동을 하고 있죠.
기업에서 나와서 현재 '자유로운'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한 선배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이제 나이가 있으니 미래를 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사실 무언가 말이나 행동을 한다는 건 그 말과 행동이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으로서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조금 아이러니한 건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을 뒷받침하는 미래의 모습으로서 방향성에서 '나'라는 존재는 메인에 있지 않습니다. 그 메인에는 제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제가 하는 일이 보다 온전하게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여정을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를 적용할 수 있는 말, 생각, 행동 등을 하게 되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자기계발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지금 현재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아주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자기계발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이란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바로 나오는 음료수와 같은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음에도 자기계발에 대한 연재글을 쓰면서 드리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자기걔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식과 같은 답을 만나고 싶었던 분들이라면 아마도 제 글을 보며 실망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은 답은 없고 그 답을 결정하는 건 '나'라는 각 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원칙론으로 귀결되니까요. 그 아쉬움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공식이다 라는 말씀을 드리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제 우리들만의 자기계발의 여정을 만들어가볼 시간입니다.
브런치북「자기계발, 뭔데?」의 연재는 이번 글 17화로 마무리를 합니다.
부족한 글,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글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자기계발에 대한 Opellie의 생각 기록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