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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06. 2024

2.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인사팀에 와서 알게 된 세가지 사실이 있었다. 지금 나는 인사담당자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지만 인사(HR)라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나에게 인사라는 일을 알려줄 사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두 가지  사실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당장 실무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 말이다. 


당장 실무를 해야 하는데 왜 하는지(WHY), 그래서 산출물은 무엇인지(WHAT), 그걸 어떤 과정, 절차로 진행하는지(HOW)를 모른다. 심지어 알려줄 사람도 없다. 이 상황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일의 2W1H를 아는 것이다. 치트키가 있다면 좋겠지만 2W1H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할 수 있는 일 하기 - 기존의 절차를 따라하다

난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우선 당장 실무를 해야 하니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기존에는 어떻게 했었는지를 알고자 노력했다. 기존의 문서를 살펴보고, 다른 팀 동료분들께 물어보면서 기존에 어떤 절차로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최대한 확인하고 최대한 기존과 동일한 방법으로 동일한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경험조차 없었던 나에게는 기존과 동일하게 문서 하나를 만드는 경험 하나도 결국 내가 일을 알게  되는 과정이니 말이다. 


할 수 있는 일 하기 - 다른 인사담당자분들을 만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로서 했던 또 다른 일은 인터넷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는 일이었다. 물론 인터넷의 정보들이 모두 옳은 정보만 있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정보, 생각  등을 만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니까. 그러다 어느 인사 커뮤니티를 자주 찾게 되었고, 회원 가입을 했고, 조금씩 활동을 시작했다. 무료로 열리는 세미나, 소모임, 스터디 모임  등에 최대한 참석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기업의 인사와 그 인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마주한 모든 생각, 이야기들이 항상 즐겁고 반갑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어느 세미나에 참석한 나를 보며 어느 인사담당자분이 나에게 건넨 말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어짜피 하지도 못할텐테 왜 세미나 모임에 그렇게 열심히 나와요?"


솔직히 그 말이 많이 아팠지만, 그때 난 이렇게 답을 했다.


"그냥 인사가 좋아서요"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한 이유를 물어보진 못했다. 당시 내가 속한 기업이 중소기업이고 워낙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당시의 내가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렇게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그 이후로도 인사담당자로서 살면서 간혹 비슷한 말을 듣곤 했다. 중요한 건 인사담당자로서 나를 만드는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점이다. 인사담당자로서 나는 남이 만들어줄 수 없다.


그렇게 계속 참석한 어느 세미나를 마치고 뒤풀이 자리가 있었다. 술잔이 몇 차례 오고가고 다들 조금은 취기가 올라갈 무렵, 옆 자리에 앉은 어느 인사 선배는 술 기운을 빌어 약간의 하소연(?)을 하고 계셨다. 내용인즉, 속해 있는 기업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는데 잘 안됬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는 다음의 말로 하소연의 마무리를 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적합한 표준인사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성공할 거야"


술자리에서 맨정신으로(*난 술을 잘 못한다. 그래서 늘 맨정신으로 술자리 끝까지 가곤 했다) 바로 옆자리에서 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거 내가 만들어볼 수 있을까?"


그 말을 들은 사람마다 생각과 반응은 달랐겠지만, 인사담당자로서 1년차를 보내던 내 머리 속을 채운 생각은 이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인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인사담당자가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엉뚱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인사담당자로서 내 목표가 되었다. 인사담당자로서 현장에서의 18년이라는 시간과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목표이자 지금은 어느 정도 설계를 하고 운영할 수 있는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는,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현재의 내가 직접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상태로서 답을 가지고 있는 인사담당자로서 방향성을 갖게 해준 질문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중소기업에서 사수없이 인사업무를 처음하는 인사담당자에게 환경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다. 기업에서는 사외위탁교육을 잘 보내주지 않았고, 세미나와 소모임 등에 참석하면 할수록 사람들에게 Opellie는 인사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었다. 


'두렵다'


인사팀 발령을 받아 인사라는 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들었던 느낌은 '두렵다'였다. 그건 일종의 '모르는 것'에 기반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잘 알지 못함을 다른 이들이 알게 될것에 대한 두려움, 모르는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두려움, 모르는 일을  하면서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렇게 되면 자칫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들이 한데 얽혀 있었다. 


그 두려움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면서 "내가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의 질문으로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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