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오랜만에 이전에 몸담았던 기업의 대표님과 식사를 했다. 옛날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A대리는 잘 있죠"
내가 해당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내내 같이 일했던 A대리 안부에 대표님은 이렇게 답을 하셨다
"A대리가 많이 힘들었지. 팀장하고 사이가 많이 안 좋았어"
내막은 이랬다. 내가 나가고 온 인사팀장은 A대리를 못마땅해 했다고 한다. 그는 A대리가 일을 못한다고 팀원을 바꿔달라는 요청도 공식적으로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인사팀원임에도 인사업무를 배제시켰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나빠지고 있었다.
사실 A대리와는 매년 한두번씩 만나 식사를 하곤 했다. 나는 그에게 새로운 인사팀장이 나와는 많이 다를테니 많이 노력이 필요할 거라 말을 건넸고 그는 늘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팀장님과 많이 다르네요"
그가 힘들어한다는 건 알았지만 대표님을 통해 전달받은 이야기는 그 보다는 좀더 심각했다.
A대리라는 동일한 사람, 그리고 A대리를 팀원으로 두고 일을 하는 B팀장과 Opellie팀장이 있다. A대리와 3년이 넘는 시간을 일을 해온 경험을 근거로 나는 그가 기본적인 일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B팀장은 A대리와는 일을 같이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A대리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A대리 입장에서는 팀장만 바뀌었는데 저성과자가 되어 버린 셈이었다.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여기 MBTI가 J(Judging)로 끝나는 리더가 있다. 그는 매사 계획적이고 정리되어 있는 것을 선호한다. J리더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일을 하는 것에서 편함을 느낀다. J리더에게는 팀원이 한명 있는데 그는 P(Perceiving)팀원이다. P팀원은 유연하고 즉흥적인 업무스타일을 선호한다. J리더와 P팀원의 만남은 그 상호작용 방식에 따라 시너지를 낼 수도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 나는 리더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리더가 팀원을 판단하려고 하면 대립하게 되지만 리더가 팀원을 진단하게 되면 시너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이다.
B팀장은 A대리를 두고 판단을 하려 했던 듯 했다. 판단에는 기준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B팀장은 그 기준으로 자신의 경험, 그리고 인사팀장이라는 직책을 두고 있었다. B팀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A대리가 틀렸다고 판단했다. 틀렸음에도 인정하지 않는, 그래서 같이 일할 수 없는 저성과자로 판단을 했다
나는 A대리와 첫 만남에서부터 그를 알고자 노력했다. 내가 팀장으로 그를 사용하여 일의 성과를 내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의 태도와 이전 경험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나사못을 사용하는데 쇠망치를 사용하면 나사못은 망가진다.
리더만 바뀌었다. 기업환경도 일도 경영진과 동료도 모두 그대로였다. 하지만 A대리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사실 그는 바뀐 것이 없다. 바뀐 건 리더, 하나 뿐이다.
리더란 스스로도 일을 잘 해야 하지만 동시에 팀원들이 일을 하게 만드는 역할이라 말한다. 누군가는 리더라는 계층구조를 그 힘으로 사용하여 강제로 누군가의 행동을 끌어내려 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오늘날 리더라면 구성원이 강제가 아닌 자발성에 기반해, 적어도 최소한의 호혜성에 기반해 움직이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리더들이 과거보다 중요한 이유이고 더 어려운 자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지금 리더로서 우리가 저성과자로 낙인 찍은 팀원과 마주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리더로서 내가 판단과 진단 중 무엇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물론 간혹 우리들의 허용 범위에서 저 멀리 나가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 그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한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다. 그 영향력은 누군가를 움직이게 할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인사제도를 이야기하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이론과 현장 경험을 오가며 인사제도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