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 다름의 미학

10년 터울 입사동기

by Opellie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이직을 하고 입사 첫날, 근로계약서 작성까지 마치고 OJT가 있다는 말에 시간 맞춰 회의실로 이동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이었기에 내가 경험한 대규모 OJT를 기대하진 않았고, 도착한 회의실에는 채용과정에서 만나 조금은 친해진 인사담당자와 조금은 앳된 얼굴의 한 남자가 있었다


"소개드릴게요. 두 분은 입사동기입니다"


공채가 아닌 수시채용이었지만 그와 나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첫 출근을 하고 있었다.


출근일은 같았지만 그와 나는 많이 달랐다. 일단 그는 유학파였다. 아주 어릴 적 영미권 국가로 넘어가 석사까지 줄곧 해외에서 살았다고 했다. 물론 나는 순수한 국내파이다. 그는 영어를 원어민처럼 사용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공학도였다. 그리고 나는 사회대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나는 인사분야에서 10년이 넘는 경험을 가지고 입사한 경력직이었고, 그는 신입으로 입사를 했다. 무엇보다 그는 나보다 어렸다. 그것도 10살이나.


살아온 환경도 배경도 관심 분야도 다른 그와 나는 입사 동기로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와 나는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어릴 적에 해외로 나가 줄곧 해외에서 살아온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자들을 마주할 때 종종 당황하곤 했다. 그건 내가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영역이었다.

사회대, 경영대를 거쳐 인사를 해온 나에게 취약한 건 기업 내 직무로 존재하는 공학에 대한 이해였다. 기업 내에서 일에 관한 대화가 원활하기 위해 나는 공학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건 그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었다.


나는 나이가 많다거나 경력직 인사라는 걸 내세우지 않았고, 그는 자신이 유학파라며 으스대지 않았다. 대신 그와 나는 서로가 잘하는 것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와 나는 서로를 틀린 것으로 규정하거나 상대의 부족함을 내 우월감으로 인식하는 대신 서로의 다름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갔다


그와 나는 많이 달랐지만 서로를 자신의 기준점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대신 서로를 기준으로 서로 도와줄 수 있는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신이 잘하는 부분, 자신 있는 부분을 활용해 상대방을 도와주고 상대방이 잘하는 부분을 배움으로써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했다.


다름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다르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 걸까? 그냥 도덕책에 나오는 바람직하고 이상적이지만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인 걸까?


나는 다름을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 말한다. 잠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보면 사람으로서 우리 각자는 모두 다르다. 이 세상에 나와 외모와 성격 등이 모두 같은 사람은 없다. 우리가 외모가 닮은 사람을 보고 신기해하듯, 어느 가수의 모창능력자가 그와 똑같게 노래를 부르는 걸 보며 놀라워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우리들이 암묵적으로 서로 다르다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다름을 대할 때 우리는 종종 나와 같음을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나와 같으면 맞고 같지 않으면 틀린 것으로 본다. 그게 다름이라는 가치가 멀게 느껴지게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름은 나 자신이 아닌 다름을 가진 상대방의 존재로부터 시작된다



2025년 4월 세상에 나온, Opellie의 책을 소개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이론과 현장 경험을 오가며 인사제도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jfdnjs1949/1938


keyword
이전 15화15. 자율적으로 일 하도록 통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