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1:1로 연봉계약하기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인사평가가 끝났지만 사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이라 말할 수도 있는 연봉계약의 계절이 다가온다. 인사담당자로서 경험상 연봉계약에 '만족'을 느끼는 구성원은 극소수이다. 심지어 인사 관점에서는 높은 수준의 인상이라 생각했던 연봉에 대해 '수락' 대신 '인정 못함'의 답이 돌아오는 일이 바로 연봉협상이다.
사실 연봉협상이라 표현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협상'이라는 단어보다는 '통보'라는 단어로 이해하기도 한다. 평가보상 담당자로서 마음 한 켠에 늘 가지고 다니는 생채기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평가보상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공정한 배분 기준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공정한'이라는 어려운 단어가 등장한다. 공정함이 달성되기 위해서 나는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말 그대로 '공정한 기준' 그리고 그 공정한 기준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능력이다. 나름 공정하다고 생각한 기준을 이미 평가에 적용했고 남은 건 그 공정함을 전달하는 일이었고, 이는 연봉협상에 있어 내가 생각한 CSF였다.
문제는 '전달자'였다. 각 조직의 리더들에게 맡기면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나는 잠시 주저앉고 말았다. 이 질문에 나는 긍정의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본부장님과 논의 중에 이야기가 나온다
"Opellie팀장이 직접 하면 어때?"
"본부장급은 내가 할 테니 팀장, 팀원들은 Opellie팀장이 해봐"
팀장급 이하만 대략 70여 명이다. 연봉협상하다가 내가 쓰러질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과 조금이나마 공정성을 담보해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 직접 하기로 한다.
다음 날부터 한 명씩 미팅을 시작했다. 어떤 이는 상대적으로 쉽게 대화를 했고 어떤 이들은 한두 시간을 넘길 정도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유독 반복해서 나에게 주어진 질문이 있었다.
"모두 적용 기준이 동일한 거죠?"
많은 이들이 연봉의 절대적 수준과 더불어 적용 기준의 동일 여부를 묻고 있었다. 나는 평가등급과 연봉산정 기준과 절차를 개인별로 공유하고 한발 더 나아가 평가 과정에서 제기된 상대방에게 요구된 개선점과 잘한 점들을 정리하여 전달했다.
70여 명을 1:1로 연봉계약을 마치는 데 3주가 걸렸다. 3주 동안 순수하게 연봉협상 면담만 진행했고 70여 명 모두 계약을 마쳤다. 구성원분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들은 어느 정도 전달했다는 생각, 안도가 남았고 그리고 맞이한 주말에 나는 몸살이 났다. 3주 동안 긴장상태였던 몸이 풀린 듯했다.
이런 고생을 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인사를 인사담당자가 아닌 조직의 리더들, 특히 팀 리더들이 인사를 하게 하면 된다. 나는 종종 인사란 인사담당자가 아닌 단위조직의 리더가 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사는 리더들이 인사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인사는 리더가 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동시에 기업 경영에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단위 조직의 리더가 인사를 보다 온전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일, 2025년 7월 현장에서 잠시 떨어져 있음에도 고민하는 주제이다.
2025년 4월 세상에 나온, Opellie의 책을 소개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담담하게 이론과 현장 경험을 오가며 인사제도를 이야기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jfdnjs1949/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