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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리더'란

by Opellie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지방 공장에서 사고가 났다. 새로 들여온 기계 시운전 과정에서 기계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신제품을 위해 큰 비용을 들여 도입한 기계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이었다. 기계 작동을 알려주기 위해 임원분이 기계 바로 앞에서 직접 시운전을 보이고 있었고, 앞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할 구성원들이 임원분의 시운전을 보며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다쳤다. 기계 바로 앞에 있던 임원분이 가장 크게 다쳤고 기계 작동을 배우고 있던 구성원 중에는 입사하고 몇 개월이 막 지난 신입사원도 있었다. 우리는 다친 분들을 모두 서울로 이송하기로 했다. 필요한 치료에 보다 전문성을 가진 병원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친 구성원분들이 여럿이었기에 개인별 전담 상담을 진행했고, 나는 이제 입사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신입사원을 담당했다. 나는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경험해 본 적 없는 규모의 사고였고 사람들이 다친 사고였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만나서 설명해야 하는 사람은 어렸다. 취업했다는 일종의 즐거움이 아직 남아 있을 시점이었고 이제 시작인데 사고를 당했다. 나라도 많이 속상했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OOO님 안녕하세요"

"본사 인사팀에서 나온 Opellie입니다"


"어, 안녕하세요오오오~"


예상과 달리 그는 나를 보며 밝게 인사를 했다. 몸 상태와 치료 경과, 회사의 지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는 사고를 당한 상황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나를 대했다. 대화를 나누고 마무리를 하며 질문을 드린다


"뭐 필요하시거나 한 것 있으시면 말씀 주세요"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상무님 괜찮으신가요?"

"몇 개월 걸리겠지만 치료하고 빨리 복귀하고 싶어요"


사고를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리더와 현장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구성원들을 만나고 온 인사팀원들이 모인다. 각자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 임원분을 맡고 있는 담당자가 말을 꺼낸다. 사실 누구보다 기계에 가장 가까이 있었고, 누구보다 많이 다친 상태였던 임원분이 깨어나셨다고. 그리고 임원분이 정신을 차리셨을 때 가장 먼저 한 말을 전한다.


"다른 이들은? 괜찮은 거지?"


임원분은 의식을 찾은 순간 가장 먼저 현장에 함께 있었던 구성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신입사원분이 나에게 건넨 물음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속상할 법도 한데, 무서울 법도 한데 그는 자신의 리더의 안부를 묻고 현장에서 다시 일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의식을 찾자마자 가장 먼저 자신보다도 구성원의 상태를 확인하는 리더의 모습과 오버랩되고 있었다.


리더란 무엇일까? 우리는 늘 리더를 이야기한다. 리더의 자질, 역량, 역할 등을 이야기하고 화려한 문서로 만들어내며 리더란 이래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국내 최고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업해서 일을 해왔음을 근거로 자신이 리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외형적 이야기들만으로 우리는 '리더'라는 단어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리더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해야 할까?


함께 생각해 볼 질문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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