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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실수

by Opellie
어느 인사담당자의 경험은 그대로 두면 그냥 한 사람의 경험일 뿐이지만, 그 경험이 공유되면 다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기존의 글들보다는 조금 더 주관적인 인사담당자 Opellie의 경험을 소개합니다. 기억의 조각에 크고 작은 살을 붙였기에 기본적으로 브런치북 '인사담당자 Opellie'는 실제 인물과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인사담당자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인사담당자로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이젠 그래도 내가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회사 내에서 나름 인사를 할 줄 안다는 인정을 받고 있었고 직위는 과장이지만 인사실무를 나름 책임지고 있었고, 어느 정도 내 입지도 만들어졌다. 그때 나에게 만나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찾아왔다. 그 무언가의 이름은 '오만과 착각'이었다. 내가 틀릴 일이 없다는 오만과 착각 말이다.


"부장님 A가 맞습니다"


"아닌데, 나는 B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라니까요. A가 맞습니다"


법령 해석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법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법을 잘 안다고 생각했고, 법에 대한 거부감도 높지 않았던 나는 내 해석이 맞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나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순간 잊고 있었다.


"Opellie 대리가 그렇게 말하면 그게 맞겠지"


부장님의 말을 끝으로 대화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온 나는 여전히 내가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 해석이 맞음을 재확인하고 싶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계열사 노무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고 법에 대한 내 생각을 전하자 수화기를 통해 강한 어조의 말이 들려온다


"그렇게 하면 안돼요!!!"


"네?"


노무사와 통화를 마치고 난 이후의 나는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내 실수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부장님,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부장님 자리로 찾아가 노무사와 통화 내용을 보고 드렸다


"전 정말 그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난 Opellie대리가 하도 맞다고 말하니까 그게 맞는줄 알았지"


그때부터 내가 갖게 된 습관은 '꺼진 불도 다시 본다'이다. 내가 많이 해보고 많이 공부하고 많이 생각해서 나름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글이나 말, 행동으로 드러내기 전에 다양한 루트로 확인해보는 습관이다.


나는 사람이란 '언제든 틀릴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람은 불완전하다. 한 사람이 알 수 있는 지식의 범위는 치즈피마냥 얇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언제든 틀릴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이다. 그래서 사람은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른 사람과 경험과 교육을 통해 그 의심을 검증하고 꾸준히 채워가야 한다


사람으로서 우리는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틀릴 준비가 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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