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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보고 Dec 17. 2023

베트남에 가면~

D-75

미리 상상해 보는 베트남에서의 일상 계획표


    어제부터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이제야 겨울이 왔음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겨울이 없는 나라로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부부동반 퇴사 후 처음 갈 도시인 베트남 나트랑(냐짱)에서 바라는 일상을 그려봤습니다.


04:30 해변 조깅 1시간

    베트남에서는 맑고 습한 날씨가 대부분인 나라 특성상, 해가 뜨기 전 새벽 4시부터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 여행에서 베트남의 아침은 우리나라의 아침보다 훨씬 이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마도 거기에 머무르려면 그들의 아침에 나도 따라가 봐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트랙이나 도로가 아닌 해안가가 조깅코스라니, 이건 정말 놓칠 수 없지요.


5:30 헬스  

    지금은 저녁 7시-8시 30분 아주 타이트하게 근력운동+유산소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유지의 개념이죠. 일을 마치고 헬스장에 가는 거 자체가 대단한 의지를 땡겨쓰는 거라 더 오래, 더 길게 하면 일상이 유지가 안될 듯하여 합의를 본 시간입니다. 늘 아쉬움이 있었지요. 가끔 토요일 아침 운동을 갈 때면, 평일에도 이렇게 아침에 운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 계획이 제일 두근거리고 기대가 됩니다.

* 1시간 30분 동안 근력운동-20분 쿨다운 유산소-10분 스트레칭


8:00 아침 식사 (반미, 쌀국수...)

    직장생활을 하고 아침을 안 먹은 지 꽤 되었습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힘이 나지!라는 부모님 말씀과 다르게 먹고 나면 더 졸리고 힘들었습니다. 미숫가루도 먹어보고, ABC 주스도 먹어보고, 사과+계란 조합도 먹어봤는데 안 먹는 게 제일 편하더라고요.(그리고 무엇보다 아침을 챙겨 먹는 시간에 더 자고 싶다는 욕망이 컸습니다. 하하) 퇴사 후에는 아침이 몸에 잘 받을까요? 그 답은 여행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다 챙겨 먹어도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한 데이터가 있으니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호텔에서 묵을 게 아니라 식당에 가거나 숙소에서 챙겨 먹어야 하겠지만 회사도 안 가는데 챙겨 먹으면 되죠. 헬스 후 야무지게 단백질도 챙겨주고요. 암요. 얼마든지 챙겨 먹겠습니다.


9:00 모닝페이지 1시간 + 카페/커피

   몸은 충분히 깨웠으니 이제 머리를 깨울 차례입니다. 모닝페이지 3페이지를 써보려 합니다. 사실 일어나자마자 쓰는 게 매뉴얼이긴 하지만, 약간의 변주를 줘도 충분히 좋은 습관이라 생각해서 계획에 한 번 넣어봤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것은 아니고 예전에 한 3개월간 꾸준히 했었습니다. 첫 2달간은 매뉴얼대로 3 페이즈 꽉 채우니 속이 시원하고 정말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략 거의 1시간 가까이가 순식간에 지나가지요. 출근 전에 그 루틴을 수행하려면 그만큼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잠이 많고 스트레스의 취약한 저는... 지속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1페이지라도 써보자! 결심하고 1개월 더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못...안 합니다. 하하) 쓰고 난 후, 시원하고 명료해졌던 느낌을 잊지 못해서 퇴사하고 여유가 생기면 꼭꼭 해봐야지! 결심했던 것 중에 하나입니다. 명상의 일환, 그리고 글감 찾기의 일환으로 다시! 해보려 합니다.


10:00 남편과의 데이트-미팅/대화

    백수 2명이 타국에 와서 해야 할 일은 '현실 파악'과 '공유'라고 생각해서 계획에 넣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부부이자 친구이자 2인 기업 파트너가 되는 거니까요. 주제는 서로의 관심사나 여기에 머물면서 드는 생각, 새로운 아이디어, 세상 돌아가는 일, 현재 자금 상황, 하고 싶은 일 등등 다양하겠지요. 정해진 삶이 아닌 저희가 정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저희 삶의 기획자가 되는 것이지요. 어느 정도 자금흐름을 만들어놓아 생존에 큰 문제는 없다지만, 그게 삶을 살아가는 목표가 아니기에 저희 내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생산'하고 '창조'하는 삶을 살기 위해 이 시간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12:30 점심식사 (+ 산책 겸 장보기 )

    한낮의 베트남은 덥고 습하기에 점심식사 후 산책 겸 마트 장보기가 일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매일 사 먹을 수도 없고 말이죠. 또 한식이 고플 때는 집에서 한 번씩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사실, 한식집에서 사 먹거나, 시켜 먹어도 되지만, 그러면 베트남에 온 이유가 없으니 원래의 취지에 맞게 해 먹어보려 합니다. (시켜 먹는 것보다 비용이 더 나온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시켜 먹거나 사 먹는 걸로!)


1:30 낮잠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증진, 창의성 향상, 집중력 개선, 감정컨트롤, 에너지 충전에 좋다는 낮잠을 자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후에 집중력과 창의성을 요하는 생산적인 작업을 할 예정이기에 이 시간을 넣어봤습니다. 30분 이상은 좋지 않다고 하니 30분 정도 계획해 봅니다.


2:00 글쓰기 (소설, 일상에세이)

    소설가는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제목과 프롤로그만 간단하게 써놓은 글감들을 하나의 글로써,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써 발전시켜보려 합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내 머릿속에만 내 가슴속에만 있던 녀석들에게 생명을 불어놓고 세상에 내보낸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고 감동스러운 일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무엇이 되든 또는 세상에 주목을 받지 못하더라도 계속 써내려 나가는 게 제가 감당해야 할 '운명의 그림자'라고 받아들이면서요. 거창하게 썼지만, 그냥 쓰고 싶다는 마음과 쓰고 나서의 보상을 바라는 마음을 미리 컨트롤하는 거지요.  


    브런치에 일상 에세이도 꾸준히 올려보려 합니다. 일상 속 하나의 발견과 하나의 아이디어, 하나의 에피소드로 가지가 뻗어져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합니다. 그 쏟아져 나오는 것들이 나를 정화하기도, 내 잠재력을 발견하기도, 또 꽤나 멋진 통찰을 주기도 하기에 놓칠 수 없는 활동 중에 하나입니다. '라이킷' 하나가 주는 응원이 저를 계속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5:00 저녁식사 w 맥주 한잔 (+산책)

    베트남 맥주 저렴하고 맛이 좋습니다. 이걸 포기할 수 있을까요. 포기할 수 없을 바에 아예 정해서 놓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크흐~

    

6:00 하루 기록

    그날의 활동, 식사, 지출, 에피소드들을 사진, 영상, 글로 담아 올려보는 프로젝트를 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사실, 지금도 잘 못하고 있는 거라 가능할지 강한 자기 의심이 들지만, 환경의 변화가 주는 힘을 붙잡고 가려합니다. 이 기록의 모음이 콘텐츠가 되고, 나의 브랜딩이 될 수 있기에 '도전'하려 합니다.


7:00 미드 보기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습득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사실 당장 저희가 영어를 쓸 일은 없지만, 저는 늘 영어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남편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은 공부 알레르기가 있었죠. 그러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시작으로 여러 미국드라마를 접하면서 이제 한국드라마는 못 보겠다면서 계속 미드만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젖어들더니, 영어가 친숙해지고 오늘 아침에는 '자기야, 영어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더구먼. 학생 때 직독직해로 배우고 달달 외우고 이러다 보니까 거부감이 생겼던 거지, 요즘은 간단한 건 들리기도 하고, 우리말보다 오히려 단순한 거 같아!'이러다고요. 그러면서 '베트남가서는 미드 몰아서 보자!' 미끼를 물어버린 남편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9:30 독서+취침준비

    자기 전 책을 읽으면 마음에 안정이 되고 잠이 더 잘 오더라고요. 전자기기의 오색빛깔 빛에 축제인 줄 알고 계속 날뛰던 마음이, 흑과 백의 활자를 읽으면서 서서히 가라앉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 루틴을 그대로 가져가려 합니다.


 10:00 취침

    

    일단, 지금은 이렇습니다. 직접 가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제가 원하는 시간들로만 짜인 계획표입니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로 짜인 계획표라 동기부여가 더 확실히 되고 지키기 쉽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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