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야 하건만, 나는 붕어를 낚는 어부가 되었다.
아빠에게 낚시를 배운지도 언 3년 (..에게!)
평생 포도밭을 일구고 별별 과일나무며 나물이며 먹을거리 키우고 삼형제 키우고
별안간 태어난 막내딸 키우고 그렇게 평생 일만 하던 아부지가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뭔가를 시작했다는 게 마냥 좋았다 나는.
비록 아빠의 낚싯대는 고물상 아저씨가 어디서 단체로 주워온
고물 낚싯대를 오천원인가...주고 마치 슈퍼마켓 채소 떨이처럼 사온 녀석들이었지만
(아무리 고물이라도 낚시대 대여섯 채를 오천원에 산 건 그리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 싶다)
게다가 떡밥도 집에서 직접 옥수수가루, 곡식가루 빻아 만든 (나름 수제) 거였지만
간혹 눈먼 붕어들이 물었다가 생사를 달리하곤 하는 모양이었다.
3년 전 처음으로 아빠를 따라 낚싯길에 올랐다.
요즘은 아빠들이 딸들과 좋은데 놀러가고, 좋은 경치 보고, 같이 취미생활을 하는 게
아주 자연스럽고 또 별난일이 아니지만
우리 아빠는 70세를 넘기신지 이미 수년이 지났고
나는 30세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부녀지간에게는 좀 특별한 날이 아닐 수 없었다.
평생 일만 한 아부지가 처자식 먹여살릴 '일'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나는 참 고맙고 눈물날만큼 감사했다.
아빠가 직접 손봐서 제법 쓸만해진 낚싯대를 한 대 배당받고
낚시의자도 없이, 저수지 앞에 자리잡고 앉아서
낚싯대를 던지는 법 - "요래 잡고 뒤로 이래 돌려서 요래 툭 던지면 된다"
떡밥 끼우는 법 - "돌돌 말아서 요 바늘에 안 빠지게끔 끼우는데 너무 헐거우면 또 안되고"
눈먼 붕어가 입질을 했을 때 대처법 - "어!!! 확 낚아채!!!! "
만약 들어올렸는데 눈먼 붕어가 달려있을 경우 - "허이구~ 잘하네"
강한 입질에도 불구하고 들어올렸을 때 붕어가 없을 경우 - "늦었지 뭐 / 뭐하나? / 밥 주다 끝나겠네"
이런 일련의 험난하고 눈물 쏙빠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빠와 나란히 앉아 누가누가 많이 잡아서 저녁 설거지를 안 할 것인가 내기할 정도에 이르렀다.
여전히, 아부지랑 나란히 앉아 물고기를 낚을 수 있어서 좋다.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낚아도 아부지가 내 옆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좋다.
p.s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아빠의 낚시는 목적없는 시간 보내기가 아니었다 (하하)
애기 손바닥만한 붕어들을 차곡차곡 잡아서 수십마리가 모이면
큰 통에 넣고 오래오래 고아 육수라도 만들어내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