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24년까지 수집된 10만 건의 검사 데이터로 분석하다
VLT4G 검사란?
"에듀플렉스"라는 학습 매니지먼트 회사에서는 새 학생이 등록하면 VLT4G 라는 학습 특성 검사를 실시한다. 국/영/수 성취수준과 함께 MBTI, 욕구성향, 진로의식, 학습태도, 부모관계, 귀인특성, 회복탄력성 등 약 66여가지 요인을 249개 문항으로 측정하고, 이 결과의 패턴을 분석하여 16개의 대표 유형으로 분류하여 학습 매니지먼트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이때 유형 분류는 군집분석을 활용하여 각 데이터(사례)들이 보이는 중심 특성을 기초로 16그룹으로 매핑하고, 현장 전문가들의 타당성 평가를 통해 16개 그룹에 대한 캐릭터 부여와 매니지먼트 방법론을 정의하여, 현장에서는 학생의 VLT4G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캐릭터와 유사한 결과 패턴을 비교하여 타입을 판별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검사 결과로 도출되는 16개의 유형은 다음의 별칭으로 정의되어 있다.
1타입 : 엄친아 (엄마친구아들)
2타입 : 모범생
3타입 : 학원키즈
4타입 : 꼭두각시
5타입 : 협상이
6타입 : 허영이
7타입 : 아웃사이더
8타입 : 고집쟁이
9타입 : 유리구슬
10타입 : 오지랖
11타입 : 성실이
12타입 : 학습실지킴이
13타입 : 예민이
14타입 : 마음콩밭
15타입 : 마니아
16타입 : 무심이
1에 가까울수록 학습역량, 주도성, 대인관계, 정신건강 측면에서 우수한 타입, 16에 가까울수록 그렇지 못한 타입에 속하는데, 엄격한 성적 순 나열은 아니고 성적으로 대략 기준하되 각 유형의 '중심 특성' 간 유사성에 맞추어 그룹핑하고 있다.
각 유형의 중심 특성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신념체계가 "신뢰"를 중요시하는 경우 그 사람의 많은 판단과 행동습관이 그것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와 비슷하게 어떤 사람의 신념체계가 "가족애"로 맞추어져 있다면 그는 가족간의 우애를 중심으로 그의 생각과 평소 행동이 드러난다. 이 둘이 유사한 사건,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더라도 전자는 신뢰에 기반해 세상을 판단하고 그 가치에 따라 움직이며, 후자는 가족애를 우선하여 사건을 평가하고 그 가치가 달성될 수 있게끔 행동하는 이치다.
학생도 마찬가지인데, 그에게 걸려있는 메인 테마가 "학습"인지, "학업스트레스"인지, "놀이"인지, "반항"인지, "걱정"인지, 그 중심 특성에 따라 해당 학생의 생각들, 행동들을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 (좋게 말해 메인 테마이지, 심리적 족쇄로서의 트라우마도 메인 테마가 될 수 있다.) 모든 학생이 아침에 등교하고, 오후에 학원가고, 시험으로 평가받고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학생이 가진 중심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므로 당연히 반응 행동도 다른데 각 타입에 따른 주요 중심 특성은 다음과 같다.
이처럼 학생들마다 두드러지는 중심 특성이 다르기에 학습을 하거나 주도성을 키우는 데 있어 접근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학생을 올바르게 매니지먼트하기 위해선 그 방향성을 사전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학생 특유의 학습 성향이나 대인 관계, 정서 건강 상태를 유추하는 것이 VLT4G 검사, 타입 판별의 역할이다.
14년간 축적된 데이터에 대한 시계열 분석
이런 목적으로 개발된 검사가 2011년 런칭된 이래 14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아마도 이 정도로 장기간 국내 청소년들의 심리, 학습 특성 요인을 축적한 건 국내 유일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세계적으로도 희소한 데이터일게다.) 우연히 어제 회사 내 문의사항이 있어 이를 검토하고자 약 10만 건에 해당하는검사 사례를 추출하였는데, 14년 간의 국내 청소년들의 학습 및 심리 특성의 변화 양상을 볼 수 있어서 거칠게나마 정리해보았다.
대략적으로 위 내용을 해석해보면,
1) 1~4타입에 해당하는 "학습" 중심 특성이 두드러지는 유형에는 큰 변화가 없다. 시대가 흘러도 역시 공부 잘하는 (혹은 공부를 잘하려 열심히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늘 일정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 아이들의 합산 비율이 약 13~14% 정도 되는데, 대략 인서울 지망권에 해당하는 2등급 (~89%)에 해당하는 비율이라 봐도 크게 무리는 없다.
2) 5~8타입은 캐릭터성이 중요한 그룹이다. "학습력" 측면에서의 이슈는 없지만 학습 태도나 대인 관계 이슈가 두드러질 경우 판별되는 타입이다. 이 그룹에서 특이한 점은 6타입 허영이와 8타입 고집쟁이가 합산 9% 정도로 크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시대상이 변화함에 따라 두 타입이 드러날 수 있는 환경이 축소되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3) 먼저 6타입 허영이는 "저학년때 전교1등 하다가 이제는 3~4등급 정도임에도 여전히 본인은 1등급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한편 8타입 고집쟁이는 "자기 주관과 소신에 따라서만 행동하며 보편적 상식보다 자기 자존심을 우선하여 판단하는 유형"이다. 뭐 저마다 가진 특성으로 인해 학습에 있어서도 상당한 패널티를 받게 되는데, 본 글에서는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ㅎㅎ, 2024년의 교육 환경은 6타입 허영이와 8타입 고집쟁이가 존재하기 드문 상태로 변화하였다는 점이 포인트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아무래도 양쪽 모두가 "외부 시선에 대한 저항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어야하는 타입인데, 이런 부분에서 개인이 버티는 힘 자체가 많이 약해졌거나 사회적 압박(부모의 압박 아님)이 더 강해졌다는 측면으로 해석된다.
4) 가장 변화 양상이 두드러진 건 9~12타입에 해당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학습력"측면에서의 이슈가 주요한 유형이며 그럼에도 학습 태도나 대인 관계, 정서적 건강은 무난한 성향의 아이들이 속하게된다. 유형 이름만 봐도 느껴지는 것처럼 정서적 이슈의 호소가 포인트인 9타입 유리구슬, 11타입 성실이가 대폭으로 증가하였고 12타입 학습실 지킴이 역시 2% 가까이 상승하였는데, 이는 2011년 대비하여 2024년의 학생들이 학습력 측면에서 역량 저하가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한 = 걱정거리가 많은 상태에 처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5) 어째서 11타입 성실이, 12타입 학습실지킴이 유형의 증가를 학습력의 저하로 해석하는 것일까? 사실 11타입 성실이는 조금 반어법적 별명인데 다른 특장점 없이 성실하기만 하다는 의미에서, 12타입 학습실지킴이 역시 11타입과 유사한데 성실하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 그냥 멍때리거나 잠을 자지만 어쨌든 자리에는 앉아있는 - 특성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이 왜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어휘력, 사고력, 문장이해력" 등을 꼽는데, 쉽게 말해 문해력이 상당히 부족해서 학습 자체가 어려운 유형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사람들이 말하는 "청소년의 문해력 문제" 에 해당하는 특성을 지닌 유형인데, 이 둘이 합쳐 무려 9%나 늘었다는 건, 사람들의 걱정이 그냥 기우가 아니라 데이터상으로도 확인되어지는 사회 문제라는 증거다.
6) 흥미로운 건 10타입 오지랖의 감소이다. 사실 이 유형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어디가서도 예쁨받고 귀여운, 선생님들에게는 비타민과 같은 존재이다. 지금까지 에듀플렉스는 20%~22%에 해당하는 유형이 10타입 오지랖이었고, 사실상 지점 내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는데 2024년의 비율은 13%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뭐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맞지만, 그만큼 아이들의 명랑한 에너지가 사라지고 9타입 유리구슬(걱정거리가 많은 친구들)이나, 11 혹은 12타입의 학습 부진의 상태로 전환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는 항목이다.
7) 아울러 14타입 마음콩밭도 상당히 늘었는데, 이 유형은 주의산만이 이슈인 아이들로, 성격 상 10타입 오지랖과 비슷하지만 대화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고 자주 집중력이 흐뜨러지는, 본인이 한 말에 대해서도 일관성이 유지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아마 10타입 오지랖 상태에서 어휘, 사고력이 저하될 경우에 해당하는 모습인데, 이 역시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요즘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들의 한탄
최근 부모들이 "요즘 아이들" 말을 하면서 왜 이렇게 말귀를 못알아듣고, 하고 싶은 건 없고, 또 그렇다고 싫다는 것도 없는지... 어르고 구슬려도 뜨뜻미지근하고 혼내도 잠깐 그때 뿐 의욕이 없어보인다는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너무 오냐오냐 키워 그런건지, 긴장감이 없고 저렇게 기력없이 살다 커서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는 한숨섞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도 VLT4G 14년 간의 데이터로 확인이 된다. 1~4타입에 해당하는, 또 5타입(협상이)나 7타입(아웃사이더) 같은 원체 똘끼 충만한 아이들은 제외하고서라도, 그 이하 타입들의 경우 성적으로는 중하위권에 해당하는 대략 75%가량 되는 다수 아이들이 속한다. 그런데 여기서조차 캐릭터성이 주요한 6, 8 타입이 줄어들고, 명랑발랄한 10타입 역시 줄어든 반면, 학습력 이슈가 포인트인 11, 12타입, 정서적 이슈가 포인트인 9타입이 늘어났다는 것에서 우리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나 인지 능력 전반에 부정적인 상황에 처해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교육 현실은 여전히 성적 중심으로, 또 수능은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교육 제도는 그와 맥락을 같이하여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학생들의 정신 건강, 학습력 궁극적으로 주도성과 진취의식을 다루고자 하는 기관이 과연 국내에 있을까? 아마 에듀플렉스가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되는데 여전히 이 회사는 대중에게 알려져있지 않고, 또 그나마 찾아오는 부모님들 상당수도 성적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도대체 이 교육 주류라는 건 언제까지 성적과 대입에 치중되어 있을 것인지, 또 인격적 존재로서의 아이들은 외면한 채 관성대로 변화없이 폭주할 것인지 이 현실이 답답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음이 상당히 무겁다.
언제쯤 사람들이 진정한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숙고하고 바른길을 향할 수 있을까? 이미 단단히 굳어버린 교육 주류라는 문화, 나 혼자 뒤쳐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과감히 부수고 일어날 선도자들이 있지 않고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끝이 없는 downward spiral - 악순환의 소용돌이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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