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tivator Apr 08. 2023

다시 첫 팀장 시절로 돌아간다면

윗사람에게 쩔쩔매며 눈치를 보는 상사들의 모습이 정말 답답해 보였던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

"뭐 저런 것을 가지고 저렇게 고민을 다하고 있을까... 에휴..."

이렇게 동료들과 상사 험담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나의 시간들은 어느새 나를 이제 그 한심했던 상사의 자리로 옮겨주었다. 막상 이 자리에 올라와보니.. 참 내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정말 거짓말 같이 똑같은 상황이 내게도 다가오고, 나는 예전 내가 한심하게 바라보던 상사와 같은 고민을 하며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참 답답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그때  답답했던 상사였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아... 이분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때론 지금 팀장의 자리에 오른 후배들이 나를 찾아와 나와 함께 일했던 당시의 모습을 이야기하며

"팀장님은 그때 제가 얼마나 답답하셨어요?
참...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제가 많이 어렸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들을 건네줄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참 고맙다. 모르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을 내 앞에서 해줄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당시 나를 이해해 주고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도 자연스럽게 이 과정 속에 이전 상사를 찾아가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며 감사함을 전했던 것 같다.^^


정말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뭐든 올바르게 일을 진행하고 팀원들과 항상 공유하고 성장시키려고 했던 나의 열정이 가득했던 첫 팀장의 시기. 

지금의 내가 당시의 첫 시작을 하는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1. 모든 팀원들이 내가 생각한 기대치만큼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팀장이 처음 된 순간 내가 갖고 있는 경험들을 팀원들에게 쏟아부어주고자 노력했다. 그들만큼은 나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끔 내가 정리했던 당시의 생각들을 바탕으로 많은 것들을 쏟아부어주고자 했다.

당연히 나는 팀원들이 기뻐하고 좋아할 줄 알았다. 어디에서 이런 경험들을 전수받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완전 공짜 학습이나 다름없다. 지금이야 조금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나중엔 분명 나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사람마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는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날 평소 지각 한번 안 하던 친구가 아무 연락도 없이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그날은 내가 부탁한 업무에 대한 검토를 하기로 약속한 날이었기에 더욱이 난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연락이 되었고, 오후에 출근을 하기로 하게 되었다. 자리에 돌아온 나에게 다른 부서에 있던 한 친구가 말을 걸었다.


"팀장님 혹시 ooo에게 어떤 일을 시키셨어요? 요 며칠사이 매일 모니터만 켜둔 채 끙끙 앓고 있는 듯하더라고요. 걱정이 산더미 같아 보였어요."

내가 맡긴 업무가 부담이 되었나? 그럼 이야기를 해주면 되는데 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평소 나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업무역량도 뛰어났던 친구였기에 난 더 크게 충격을 느꼈다.

난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완벽한 팀운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렇게 도전적인 업무를 부여하며 팀원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팀원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난 한 가지 잊고 있었다.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작은 말 한마디와 행동들이 팀원들에게는 실로 엄청난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도...

저마다 담을 수 있는 각자의 그릇의 크기는 다르다는 것, 리더란 많은 것을 부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릇의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끔 부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번에 많은 것을 부어주는 것은 의도치 않게 그 사람을 영영 다시는 못 일어나게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목표지향적인 태도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라.

 관계가 좋으면 업무도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친분이 있으면 업무협조를 구할 때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내가 더 가깝게 챙겨주고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면 업무를 주고받는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난 가급적 팀원들과의 관계에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었다.


어느 날 팀원은 잠깐 차 한잔을 하자고 하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느꼈던 점들을 하나하나 내 앞에 모두 꺼내놓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런 점에 있어서는 저는 이런 기분이었어요. 팀장님은 어떤 의도로 그렇게 이야기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또 지난번 회의에서 이렇게 말씀 주셨을 때는 전 조금 기분이 나빴어요. 앞으로는 좀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앞세워 하나하나 털어놓으며 내 앞에 쏟아부어냈다. 난 준비도 없이 뭔가에 홀린 듯 상대방의 감정에 휩쓸려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땐 그렇게 팀원과의 관계에 뭔가 갈등이 생기면 큰일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리더십이 없어서 팀원의 마음도 하나 헤아리지 못했구나. 
팀원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게끔 더 신경을 쓰며 업무에 임해야지. 
내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야기했는지가 상대방도 다 느끼고 있구나. 더 조심해야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 모두에게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회사에 와서 인간관계만 하는 시간도 아닌데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면서 업무를 하고 있으니 목표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가 더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의사결정의 순간에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조그마한 일이 생겨도 나를 찾아와 이야기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감정을 대해야 할 상황이 늘어났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업무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을 통해 업무가 이뤄지기에 결국 관계에 있어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럴 때 나는 갈등상황에 초점을 맞춰 관계를 다시 좋게 만들고자 노력했었던 것 같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목표를 뚜렷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어났던 서로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은 목표를 흐리게 만들 뿐이다. 

리더라면 다시금 우리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잘못된 이야기를 한다면
분명하게 이야기하여 팀원으로 하여금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3. 마이크로매니징은 실무자로 남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내가 작성했던 문서에는 나의 익숙함이 담겨 있다. 자주 쓰던 폰트들, 색감이나 , 문장의 어투나 단어들.

자신이 작성하지 않은 문서를 마주하게 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수정을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여 완성을 했다 한들... 그것이 온전히 팀원의 성과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시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하기에 팀원들의 부족한 점들만 보이게 되었고, 결과물의 의도와 팀원의 생각을 깊게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잘 들어보고, 방향이 맞았다면 결국 팀원의 생각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 결국 직접 뛰어들어가서 내가 일을 하고 있었던 적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마치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처럼 말이다.

 '피드백'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피드백이란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고, 이렇게 수정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일이 더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업무의 중심에 담겨있는 담당자의 본연의 의도가 더욱 뚜렷하게 보일 수 있도록 팀원을 계속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업무현장에서 실수를 범할 때가 많다. 

이건 이렇게 수정하고, 이 부분은 그냥 넘겨줘 내가 한번 살을 붙여볼 테니까.

답을 제시하면 팀원의 생각은 멈추게 되고 팀원은 점점 수동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럴 거면 본인이 하시지... 왜 나한테 시켰을까?"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고, 팀원을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팀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여러시행 착오를 겪으며, 서툴렀던 나의 생각과 행동들도 분명 성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스스로에게 좋은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모든 것을 대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무엇에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나 스스로의 리듬이 무너지게 된다. 스스로가 가장 나답게 바로 설 수 있기 위해서는  나를 지켜나갈 수 있는 약간의 "여유"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여유"를 지킬 수 있는 시간을 정해두고 온전히 이 시간만큼은 나에게만 집중하고만 싶다. 잠시의 "여유"는 나를 더욱 멀리 볼 수 있도록, 그리고 먼 곳으로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팀을 단단히 만들고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리더'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본다면, 서툴었던 당시의 내 모습보다는 조금은 나은 모습으로 변해있지 않을까?

    


 






 




이전 12화 좋았어! 진행시켜!(팀장의 속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