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리더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팀장이 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들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팀원들의 업무에 있어 코칭과 피드백을 잘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는 대답들이었다.
분명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결과는 왜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지 참 궁금한 일이다.
팀장이라면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며 일을 해주길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팀장의 속마음을 살펴보면, 자신이 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니 팀원들의 업무에 개입을 해야 더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팀원들의 실무범위에까지 내려와 하나하나 다 점검하며 체크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마이크로매니징이라 하는 세밀한 업무관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고 있는 리더들을 만나 이야기해보면 그들은 그들의 행동이 팀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자신은 팀원을 도와주고 있고, 팀원의 업무적 역량이 자신의 가이드를 통해 더 개발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코칭'이라 생각하고 있는 리더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의욕이 떨어지는 순간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더 쉬울 수 있다.
예전 나는 윗상사로 부터 팀 워크숍을 준비해 보라고 업무를 지시받았었다. 처음 가보는 곳이기에 나는 최대한 이곳저곳을 찾아보면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나름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그래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에 열의와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팀장님이 오셔서 나에게 물으셨다
" 어디 잘 돼 가고 있어? 어디 보자.. 아 여기를 넣었구나 여기 별로야 차라리 저쪽으로 빠져서 가는 코스로 짜면 더 좋을 거야 , 그리고 이 식당 맛없다. 내가 아는 곳 있으니까 여기로 하고, 숙소위치는 여기 말고 지난번 내가 갔었는데 여기 좋더라고 내가 알려줄게 거기로 해~ ^^ 어때 좀 고민이 풀렸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뭔가 도와주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실제 업무를 하고 있는 나는 의욕이 점점 떨어져만 갔었다.
"아니 이럴 거면 본인이 하시지... 왜 나를 시키셨지? 나를 못 믿으시는 건가..."
순간 나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생각하니 일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게 된 듯하다.
비단 내가 만났던 팀장님의 경우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조직 안에는 마치 자신이 슈퍼맨인 것처럼 짠~ 하고 나타나서 모든 것을 다 고쳐서 업무를 완결 지어버리게 만들면 그것이 팀원을 도와주는 것이라 착각하는 팀장들이 존재하고 있다.
팀원들의 주도성을 가로막게 되는 원인들을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다.
결과물에 대해 모든 부분을 자신의 수준과 취향으로 맞추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서의 문체나 다이어그램, 색상등 자신이 작업하면서 선호했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워딩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팀원과 진행되는 미팅은 결과물에 대한 의도나 방향을 묻고 커다란 틀에서 수정되는 부분이라기보다는 사소한 것들을 수정하고 맞추는 시간으로 대부분 활용된다.
한두 번 겪어보면 어느 정도 버틸 만 하지만, 이런 미팅이 반복되기 시작하면 팀원은 아마 혀를 내두르며 의욕이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신이 지금 누군가의 업무에 대해 피드백해 주는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는가?
업무의 커다란 방향을 설정해 주었다면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은 팀원의 몫이다. 그 과정을 통해 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풀어내는 과정에 있어 당신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도를 물어보고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팀원의 생각과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논의하면서 결과물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팀원의 생각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팀장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주 사소한 경우라면 담당자의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어느 정도 업무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팀장과의 상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며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결과를 떠나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자신이 결정하지 못했던 사항을 알게 되었을 때를 몹시 불쾌해하는 팀장들이 있다. 팀원의 생각으로는 이런 사소한 것들까지 팀장에게 의사결정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본인의 판단으로 진행되었던 것들이 결국 팀장은 자신을 제외했다고 인식하며, 과정에 있어서의 업무공유가 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진행과정에서 모든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다 보고하며 일을 진행하게 되면, 업무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못한 상태로 팀원은 인식하게 되고, 과정 중에서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개발되지 못하여, 수동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어진다. 업무에 대한 전 과정을 손에 쥐고 스스로 책임감을 갖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주도성을 갖고 업무를 진행하라 하면서 모든 일에 대해 팀장에게 결정을 미루고 보고하며 일하게 된다면, 팀원은 주도적이 아니라 그냥 일을 대신 맡아서 하는 사람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최초 팀원스스로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 주고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과정에 팀장이 결정을 내린다면
팀원은 모든 책임을 팀장에게만 넘기고 수동적으로 변해 갈 것이다.
" 결정을 요청드립니다.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진행해도 될까요?"
경험과 능력이 언제나 정비례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경험치를 통해 상황을 점검하여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팀원들은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며 누구보다도 업무에 대해서 자세하게 잘 알고 있다. 판단에 있어 팀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팀장은 팀원의 의견을 통해 더 좋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업무에 대해 팀장이 팀원보다 유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팀으로 일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팀원들은 자신이 팀에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의견이 수용되는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이고 주도적인 태도가 높아질 수 있다.
간혹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든 회의에 있어 결정은 팀장이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팀원들의 의견을 묻지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회의가 끝나면 팀원들은 한 목소리로 속삭일 것이다.
"왜 생각하라고 했을까? 그냥 본인이 하시면 되지..."
팀원과 함께 이야기하고 해답을 함께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을 때 팀원들은 주도적으로 팀에 공헌하고자 스스로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모든 것의 해답을 아는 사람이 팀장이 아니다. 팀장은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확산시키고 팀원들이 스스로 팀의 문제에 참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팀원들을 통해 팀의 성과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팀원들을 움직여야 한다.
당신의 생각이 가장 좋고 모든 결정은
당신이 내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커지게 될수록
팀원들은 입과 귀를 막고 당신을 쳐다보며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다.
"빨리 대답해 주세요~ "
주도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팀원들의 주도성을 막고 있는 팀장들은 자신의 잘못된 점들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신이 팀원의 모든 업무를 세밀하게 점검해 주고, 팀원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고,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추진하며 업무를 이끌어가는 행동이 리더로서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원의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업무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때론 실패를 통해 책임감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어야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위험한 환경으로 노출시킬 필요도 있다. 이것이 무책임한 것이라고 느끼며, 리더 스스로가 업무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며 안전하게만 가고자 한다면 팀원들은 리더의 손과 발이 되어줄 뿐 진정 팀멤버로서의 인식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팀장이 일하는 안전한 환경이 아닌 팀원들이 일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 주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