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전투력을 알아버렸다.

(질문을 거부하는 리더는 신중한 걸까, 무지한 걸까?)

by Motivator

지난번 첫 피드백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예전 팀장님과의 대화를 복기하며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질문을 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다.'


그래, 의기소침할 시간은 없었다.

다시 마주할 팀장님과의 미팅. 이번 목표는 확실했다.

내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그에 대한 팀장님의 '생각'과 '방향'을 확인하는 것.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회의실 문을 열었다.


1. 다시 시작된 '답정너', 아니 '답은 네가 찾아'

"팀장님 지난번에 말씀 주셨던 부분들 모두 수정 완료하였습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겠는데,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 건지는 저는 이해가 잘 안 되어서요. 이게 연관이 있는 것 맞나요?"


또다시 원점이었다.

보고서의 앞부분에서 목적과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이해'와 '연관성'을 문제 삼았다.

나는 침착하게 다시 설명했다.


"네, 기본적으로 지난 경험을 분석해 보았을 때 직원들이 이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이야기해 주었기에..."

그러자 그는 내 말을 끊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이게 다른 회사들도 이런 식으로 진행을 하나요?"


순간 맥이 풀렸다. 우리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리에서 왜 갑자기 남의 회사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네 기본적으로 이 부분은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규모에서 아직 없다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임은 틀림없습니다. 그것보다 팀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이신지 저는 궁금해서요. 팀장님이 갖고 계신 생각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나는 대화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당신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네? 그걸 저에게 물어보시면 안 되죠~ 그건 제가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 과장님이 고민해 주셔야 할 부분 같은데..."

"네, 제가 고민했던 부분들을 정리해서 보여드렸고, 혹시 이해가 안 되시는 부분은 정확하게 짚어주시면 제가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이제 팀장님 생각을 듣고 어느 정도 방향을 맞춰가야 하기에 제 의견에 대한 팀장님의 생각이 궁금해서요."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방향을 맞추기 위해 당신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더욱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건 제가 아니라 과장님이 하실 부분인 것 같고요~ 제가 답을 드리는 것은 너무 쉽게 풀어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2. 코칭인가, 회피인가?

팀장님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듯 보였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리더가 팀원에게 자신의 생각과 방향을 공유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너무 쉽게 풀어가는 것 같다'니. 그는 지금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일부러 정답을 숨기는 '코치' 흉내를 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매번 팀장님의 마음을 맞춰야 하는 '스무고개' 게임을 하자는 걸까?


대화를 통해 생각을 맞추고 함께 방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생략된 채, "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떠미는 상황. 그러면서도 내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면 모호하게 개입하는 이 이중적인 태도에 숨이 막혀왔다.


3.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답답함이 극에 달하던 그 순간, 불현듯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팀장님은 이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게 아닐까?'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짧은 만남 속 장면들을 되감아 보았다.

입사 인터뷰 당시 내 직무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전혀 없었던 것.

첫 보고 때 내용보다는 형식에 집착했던 것.

레퍼런스(다른 회사 사례)를 집요하게 찾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질문에 단 한 번도 명확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회피했던 그 모든 순간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그래, 팀장님은 신중했던 것이 아니다. 나를 코칭하려던 것도 아니다. 그저 '모르셨던' 거다.


자신의 무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방향을 제시할 능력이 없음을 감추기 위해, 그는 '역질문'과 '모호한 태도' 뒤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의 생존 전략이었다.



진실을 마주하자 차갑게 머리가 식었다. 더 이상 답답해할 이유도, 의기소침할 이유도 없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답이 없는 사람에게 답을 구하려 애쓰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난 이제 팀장님을 리드하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질문을 해도 답을 못 하실 테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답을 정해서 가져가야 한다.

그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그럴싸한 레퍼런스로 포장하고 그가 '결정'만 내리면 되도록 선택지를 좁혀서 떠먹여 줘야 한다.


그것이 팀장님과 함께하는 이곳에서 내가 살아남는 법! 아니 그를 리드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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