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 이불과 애착 조끼

애착물과 중독

by 캔디스

0세부터 3세까지 아이를 키우는 데에 가장 중요한 건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주양육자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민감하게, 즉시, 일관되게 반응해야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애착은 향후 세상을 탐구하고 관계 맺을 때 안정감을 주고 모험심, 창의성, 뇌발달과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나는 왜 불안하고 느릴까. 기질 때문일까 애착 때문일까.


나는 어린 시절 애착 형성이 잘 안 돼 불안정 애착유형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엄마는 4살에 맞벌이를 나가셨고 나를 키워주신 친할머니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나를 오빠와 차별해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휘둘렀다.


엄마의 빈자리를 애착 이불로 채웠다. 엄마 대신… 엄마가 없는 동안 그 이불 촉감을 느끼며 엄마를 그리워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위로가 되었다. 첫 번째 애착 이불이 구멍이 뚫려 쓸 수 없게 되자 두 번째 애착 이불을 들였다. 기준은 자주 빨지 않아도 되고 들고 다니기 쉽게 얇고 가벼울 것. 얼굴을 부비면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질 것. 그렇게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애착 이불을 끌어안고 살았나 보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할머니는 노인정에 가 계셨다. 엄마와 함께 놀고 싶고 함께 얘기하고 싶을 때 엄마가 없었다. 집에 와서 나는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티비를 보고 놀았다. 외로운 마음을 티비나 책이 채워줬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있던 수치심, 열등감에 외로움까지, 나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혼자 더 파고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사춘기가 왔는데 인터넷 카페가 성행하던 때라 온라인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고 아이돌 팬픽, 인터넷 유머글 등등을 보았다. 실제 사람들보다 온라인에서 나를 드러내고 소통하는 게 더 편하게 느껴졌다.


중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수학, 영어 학원을 다니면서도 아이돌, 반 친구 짝사랑, 음식, 인터넷과 동영상 등을 친구 삼았다.


고등학교에 가서는 밤낮으로 공부만 했다. 그때는 아이돌을 좋아할 시간이 없고, 인디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다. 대학교에 가서는 선교단체동아리를 하느라 다른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원에 가고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또다시 나는 아이돌에 빠졌다. 연구가 잘 되지 않아 유튜브를 새벽까지 보는 일이 이때 시작됐다.


세상은 버겁다. 언제부턴가 꿈을 잃었고 하고 싶은 일은 없으며 나에게 닥친 문제 - 학생 때는 시험공부, 졸업 후에는 취업, 그 후에는 회사 일... - 를 처리하기 위해 위의 것들을 의지했다. 그럼에도 인생을 언제나 허덕이며 산다. 현실의 불안, 불편함, 갈등을 잊어버리고 즉각적인 재미와 만족감을 준다. 중독, 도파민 중독인 것이다.






나는 전업주부이지만 아이와 항상 함께 있어줄 수 없기에 우리 아이도 애착물을 갖는다. 첫째 아이는 분리수면을 하다 돌 즈음 입혀준 수면조끼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13개월쯤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어린이집에 갈 때 수면조끼를 찾았다. 얼마나 어린이집이 불안할까 싶어 허용해 줬다가 나중에는 밖에 나갈 때도 조끼를 가져가려고 해 집에서만 써야 한다고 금지했다.


아이가 애착을 갖게 되는 대상은 예측할 수 없다. 아이의 조끼는 아는 언니가 물려준 황토색 바탕에 탱크와 트럭 같은 중장비가 그려진 군밤장수가 입을 것 같은 못생긴 조끼이다. 그 조끼를 3년이 넘게 매일 끌어안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챙겨서 침대 밖으로 나온다. 실밥이 뜯어져 나오고 헤어질까 봐 이제 자주 빨지도 못한다. 이 조끼가 수명을 다하면 내가 그런 것처럼 다른 조끼를 대체물 삼을까.


이젠 밖에 나갈 때 조끼를 찾진 않지만 집안에서 다양한 상황에서 조끼를 찾는다. 잠잘 때, 어린이집에 갔다 와서, 아플 때, 동생과 싸우고 혼날 때, 훈육할 때... 엄마가 자기를 혼내는 나쁜 기분이 들 때 위로해 주는 게 이 조끼의 부드러운 감촉인 것이다. 불편한 게 많은 예민한 아이인데 본인의 불편한 감정을 이불을 만지며 해소하는 것이다.


아이의 애착물은 점점 늘어난다. 애착 조끼, 애착 이불, 애착 인형... 그렇게 하나하나 자신의 물건을 모은다. 토끼 인형 토토, 빠방이 조끼 (차가 많이 그려져 있어 그렇게 부른다), 부들 이불 (촉감이 부드러운 이불)이 최애 삼총사다.


엄마가 그리워 수면 조끼를 애착물로 삼았는데 이제 엄마보다 이불이 자기를 더 위로해 주는 존재가 되었다. 이 아이, 엄마와 제대로 애착이 맺어진 게 맞을까?


뭐 먹는 걸로 푸는 나보다는 살이 안 찌겠다... 그래도 동생 때문에 화가 날 때 동생을 밀어서 혼나면 또 이불을 찾는다. 나는 아주 화가 난다.

'내 말에 집중하란 말이야. 혼나는 걸 회피하지 말고 불편함을 느끼란 말이야…'





인간은 누구나 마음을 주고 위안을 삼는 애착물을 갖는 것 같다. 애착물을 둔 이유가 나는 외로워서, 우리 아이는 불편해서였는데 우리 아이가 이 감정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해소하길 바란다.


이제 나는 여전히 영상이나 먹는 것에 심취할 때도 있지만, 다른 취미 활동을 두려고 한다. 피아노 연습, 그림 그리기, 운동 같은 몸을 쓰는 건전한 활동을 한다. 멍하니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오감을 발달시키고 적당히 멘탈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다.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너무 빠져 밤을 새우게 만들어 다음날 컨디션에 지장을 주는 것은 중독이라고 치부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감당하도록 하는 것, 힐링과 회복을 돕는 것.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방해하는 것은 중독이라고 보고 경계한다.


우리 아이도 불편한 감정이 들 때 바로 애착물을 제공해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보다 아이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말로 표현하게 하여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해소하도록 도와야겠다.


우리 아이는 언제까지 애착 조끼를 가지고 다닐까? 나중에 더 크면 안 찾으려나? 나는 이불을 두 개 바꾼 후로 학교에 들어갈 때쯤부터 안 찾았다. 몸이 바빠지고 다양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찾을 새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도 건강히 애착물에서 졸업하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