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병 시기를 겪지 않은 부작용 (2)

어른들의 공주병

by 캔디스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호텔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신랑은 남편의 첫 직장 동료였는데, 올해로 결혼 10년 차인 남편보다 나이가 한 살 많으니 꽤 늦은 나이에 올리는 결혼식이었다. 호텔 결혼식 참석은 처음이었다. 우리 부부는 가진 것 없는 대학원 시절에 결혼을 했고, 대학교 기독교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라 주변 친구들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간소하게 결혼하는 경우를 주로 봐왔다.


그렇게 처음 가본 호텔 결혼식은 모든 게 화려했다. 넓은 홀과 아름다운 꽃장식, 흠잡을 데 없는 코스 요리, 그리고 선남선녀 신랑신부. 신부는 내가 본 신부들 중에 손에 꼽게 예뻤고 신랑도 멋있었다. 특히 유명가수 축가에 뒤지지 않을 만큼 좋은 실력으로 심장이 터질 듯 부른 신랑의 축가가 기억에 남았다. 마치 드라마에서 볼 법한 결혼식의 모습이었다.


'신부가 결혼식의 주인공이다'라고 말하듯이, 말 그대로 신부가 빛나보였다. 너무 빛나서 살짝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 생애 단 한 번. 내가 주인공이 되는 날. 공주처럼 드레스를 입고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나를 축하하러 온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날. 많은 사람들이 들러리로 와서 신랑 신부를 빛내주고 축하해 주는 날.


내가 이전에 참석했던 크리스천의 결혼식은 한마디로 예배로 드려지는 결혼 예식이었다. 결혼식의 주인은 하나님이었고 신랑과 신부는 하나님과 하객 앞에서 엄숙히 결혼 서약을 맺는다. 만남에서 결혼까지의 여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인도해 주시도록 은혜를 구한다. 나 또한 짧은 결혼 준비 기간 동안 내가 결혼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1도 하지 않고 결혼식을 치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신부 외모가 정말 예쁘셔서 질투가 난 걸까,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두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밥을 먹이느라 진땀을 뺐다. 남편이 오랜만에 동료들을 만나는 자리라 나는 보조 역할을 자처했다. 무엇보다 출산 후 결혼식을 잘 다니지 않아서 변변치 않은 옷을 입고 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나는 초라했고 (기혼 1일 차) 신랑 신부의 애틋함과 아이 없는 자유가 부러웠다.


나는 내 결혼식에서도 주인공을 자처한 적이 없는데 왜 남의 결혼식에서 신부가 부러워 보였을까. 그를 왜 이 결혼식의 주인공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까. 공주병 시기를 겪지 않으면,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하지 못한다.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공주병 시기를 겪지 않은 어른들이 지금이라도 공주병을 겪어봤으면 좋겠다. 어른의 공주병이란 뭘까. 그건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자신의 취향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아껴주는 것. 나 자신을 편안히 여기고 화해하는 것.


미취학 아동 시기, 우리 모두에겐 세상의 중심이 오로지 자기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 학령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면서 나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사회에서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만 해도 온 힘을 쥐어 짜내야 한다. 나 자신이 작아지고 하찮게 여겨지는 시기, 이때에는 나를 잘 돌보는 것이 공주처럼 여기는 것이다. 엄마가 딸을 돌보듯, 내가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엄마의 사랑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그럼 내가 딸을 돌보듯 나를 돌보면 된다. 깨끗이 몸을 씻기고 좋은 향기가 나는 로션을 바르고 예쁜 옷을 입혀준다. 머리를 정성스레 빗기고 예쁜 머리핀을 달아준다.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취미 생활을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지 않고 인간으로서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며 살아간다.


아이를 위한 쇼핑은 턱턱 하면서 여전히 나를 위한 소비는 주춤하게 된다. 그럼에도 생일에는 날 위한 옷 선물을 한다. 어차피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테니 약간 값비싼 것도 괜찮다. 당근마켓 중고옷 구매도 나에게 맞는 옷을 찾는 좋은 훈련 방법이다.


<내면아이 캔디스 "공주"를 위한 도전들>
- 네일아트
- 펌이나 염색하기
- 평소에 안 입어본 스타일의 옷 입기
- 가방 사기


'자기 돌봄'이 나의 가치와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 둘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방법이 되길 바란다.



수현아 넌 공주야 (출처: 유튜브 채널 AKKA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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