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

by 캔디스

사람은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가 할머니에게, 엄마에게, 아빠에게, 오빠에게 상처받은 만큼 많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부모님에게,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남편과 시댁 식구들, 자녀들에게까지.


아이들은 2살이 되면서부터 아이들끼리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하는 걸 연습시킨다.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 아직 말을 능숙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눈치가 생기고 말을 조금씩 알아듣는다.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누가 먼저 집었느냐와 상관없이 가지고 싶어 하니 다른 아이가 갖고 있는 걸 뺏기도 한다. 뺏긴 아이는 때리거나 소리를 지른다. 뺏은 아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선생님이 중재해 때린 아이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라고, 맞은 아이는 “내가 먼저 뺏어서 미안해”라고 말하도록 가르친다. 물론 말로 하진 못하고 머리 쓰다듬는 걸 가르치면 미안해란 말 대신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을 한다.


잘못한 아이가 미안해~라고 사과하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괜찮아. 사과를 받아주고 다시 같이 논다.


미안해~ 말을 안 하면 마음이 괘씸하다. 자기 잘못을 인정 안 하는 뻔뻔한 경우다. 같이 놀기도 싫어진다. 물론 미안해~ 한다고 다 용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큰 상처를 입었거나 마음이 여유롭지 않을 때. 그러면 그 친구가 감정을 추스르고 용서하기를 기다려줘야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라 싸워본 경험이 없었고, 그래서 사과를 하거나 용서한 경험도 적다. 부모님이 개입해도 소용없고 누구 하나 울며 끝을 봐야 하는 (대개는 내가 되는) 개싸움을 벌이는 남매 싸움을 제외하고는. 감정 표현을 자주 안 해서 그런지 진짜 감정 상하게 다투는 경우 화해가 쉽지 않고 상한 마음이 오래가곤 했다.


그런데 다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시어머니와 계속 다투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좀 커서 서로 싸우고 용서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흔한 일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어머니와 그렇게 감정골이 깊어지게 싸우고 화해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나는 어머니께 언행을 조심했을 것이고, 잘못했더라도 빨리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땐 둘째가 너무 어렸고 나에게 다툼이나 싸움 자체가 낯선 일이었고 대상이 시어머니였기에 대처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인간관계와 소통의 기술에 대한 책과 영상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의 잘못이 어떠하건 나는 내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고 알게 되었고 결국 서로 사과하며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었다 (물론 그때 일을 어머니는 두고두고 남편에게 전화로 쏟아놓기는 한다.)


아이들이 나에게도 잘못을 한다. 예를 들어 훈육을 할 상황 말이다. 동생 때리지 않고 사이좋게 놀기, 바닥에서 뛰지 않고 침대나 소파 위에서만 뛰기, 물과 핸드워시 아껴 쓰기 등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규칙이 있다. 나도 아이들에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소리 지르지 않기, 무서운 얼굴 표정 하지 않기, 때리기 않기… 부끄럽지만 첫째가 둘째를 때릴 때 나도 첫째를 많이 때렸다. 너도 아픈 걸 느껴보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둘째가 18개월을 지나며 점점 자아가 생기고 물을 떨어트리거나 음식을 떨어뜨리거나 할 때 화가 나 등짝스매싱을 하기도 한다. 아빠만큼 무섭게는 안 한다고 위안해 보지만 아이들은 감정을 폭발하는 엄마를 무서워하고 엄마가 화낼 때의 여파가 아빠가 화낼 때 보다 더 오래간다.


잠 자기 전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며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 아이들의 잘못한 행동을 회개하는 기도를 한다. 그러면서 나 또한 아이들에게 잘못한 일을 고백한다.


자존심을 세우고 싶고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 너희는 잘못을 했지만 엄마는 그렇게 잘못을 안 했다는 마음. 너희가 잘못해서 엄마가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라는 마음. 이 마음을 내려놓고 엄마도 잘못했어, 고백한다. 아이들 앞에서 정직하게 내 잘못을 고백하고 사과한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이런 잘못 인정과 사과의 모습을 아이들이 배우기 바라며. 자기 죄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며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행동을 정말로 실천하는 것.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성숙해져 가는 걸 아이들도 부모도 훈련한다.



표지 사진: UnsplashPatty Br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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