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난 후 사람과의 소통이 시작됐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눈총을 주시는 주양육자 할머니의 손에 자란 나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속에 살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 나의 무가치하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보고 날 사랑하지 않고 이상한 아이라고 배척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조용한 아이. 범생이. 발표 잘하는 아이. 착한 아이. 이 정도가 나에 대한 수식어였다. 튀지 않고 조용하고 숫기 없는 아이, 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다.
나 자신의 장래를 그리지도, 이 세상을 그리 재미난 곳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나는 내가 몰입하고 의지 할 대상이 있어야 했다.
초 3, 4 때는 단짝 친구 루디아, 그리고 카드챕터 체리의 일본어판 OST 가사.
초 5, 6 때는 공부, 그리고 인터넷 다음 카페.
중학생 때는 공부 그리고 남자 아이돌.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신앙이었다.
기숙사 생활이라는 친구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환경에서, 다행히도 1학년 룸메이트와 단짝이 되었다. 그러나 3년 내내 가장 많이 싸운 친구이기도 했다. 그 아이를 중심으로 나와 비슷하게 착하고 조용한 친구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무서운 입시와 친구관계를 위해 매일매일 아침에는 예배를, 야자 끝나고 밤에는 기도모임에 참석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그리고 하나님과 끊임없이 소통했다.
나는 입시 결과가 좋았다. 고등학교도 그 어려운 외고 입시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영어과에 합격했다. 대학교는 수시, 정시 통틀어 딱 한 군 데 지원했는데 우리나라 최고의 공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다. 합격의 기쁨은 참으로 크고 달콤했다. 그게 나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느꼈다. 나에게 좋은 걸 주시고 내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사실이, 나를 사랑하신다, 나는 그분에게 중요한 사람이다라고 들렸다.
대학교에서 가서도 신앙생활을 계속했다. 매일매일 나를 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했기에 매일 기도모임이 있는 기독교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곳에서 이전에 알지 못한 하나님에 대해 깊이 알아갔다. 나의 이전의 신앙생활이 기복신앙, 즉 복을 바라고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었음을 깨닫고 회개하기도 했다. 거기서는 소그룹 리더를 하며 멤버들에게 말씀을 알려주고 중보하고 1:1로 교제하는 경험을 했다. 주님의 양을 치는 목자를 경험한 것이다. 그때부터 스몰토크라는 것도 배우고 나의 신앙만 중요한 사람에서 공동체 신앙이 중요한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한마디로 사회성을 배운 것이다.
하나님을 알게 되니 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의 관점에서 내가 얼마나 가치 있고 사랑스러운 사람인지를 알게 되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사람까지 사랑하려는 중에 있다.
나는 가정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지 못했다. 귀하게 여김 받지 못했다. 그래도 기독교 동아리를 통해 하나님을 깊이 알게 되고 공동체 안에서 소통하고 공동체를 이뤄가며 사람들에게 관심 갖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다. 나 자신만으로는 사람들을 대하기 여전히 두렵고 떨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하면 나는 용기를 내 다른 사람을 섬기고 작은 관심을 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
남편의 회사가 점점 빡세진다. 코로나 시절에 첫째를 낳을 당시만 해도 풀재택근무라 일하기 전후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 3일 야근이었다 앞으로는 주 5일 야근을 할 것만 같다. 이게 가능한 것인지… 이 정도면 주말부부 아녀? 이것도 한집에서 사는 거라고 할 수 있나?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노력하고자 한다. 아이들을 존귀하게 여기고 하나님 사랑을 가르치려고 한다. 아이들이 가능성 많은 씨앗임을 깨닫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가 굵어지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를 바란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길 소망한다.
내가 받지 못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내가 자존감이 더 높았다면, 더 도전적이고 주체적이었다면 훨씬 다양한 일들을 자신감 가진 채 해냈을 텐데... 내가 아이들에게 해주지 못한 부족한 것들은 하나님이 메우실 것이다. 우리는 그분의 은혜 안에 살 것이다. 나의 유년시절이 외롭고 척박했지만 생애기간을 거쳐 나를 만나주시고 사랑을 알게 하시고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그분의 뜻이 계속해서 나와 우리 가족의 삶에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표지 사진: Unsplash의shraga kop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