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아이의 취미생활 (1)

색칠놀이와 그림 그리기

by 캔디스

육아는 유년시절로 돌아가 그때 못해봤던 일들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생 2회 차 랄까, 인생 재수강이랄까.


어렸을 때 나는 공주병 시기를 거치지 않았고, 인생에서 한 번도 여성스럽다거나 여자여자 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빠가 있는 여동생이 그러하듯, 칼싸움, 레고, 미니카 놀이를 하며 자랐다.


물론 나도 색칠놀이를 하고, (공주 인형은 없었지만) 종이로 된 인형 옷 입히기 놀이를 하며 컸다. 하지만 색칠놀이를 원 없이 하거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진 못했다.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발산하는 놀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육아를 하다 보니 창의적인 활동에 대한 욕구가 올라왔다. 늘 똑같은 일상에 나만의 감정 해소 창구를 만들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예쁜 색깔을 칠하는 색칠놀이가 나에게 맞았다. 하지만 시중의 컬러링 북을 사서 도전했지만 성인용은 나에게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딸아이의 색칠놀이책으로 눈길이 향했다.

색칠을 하려면 도구가 중요한 법. 집에 있는 깎아 쓰는 색연필이 밋밋해 어린이날을 맞아 (내면아이는 6살 어린이라 선물을 챙겨줘야 한다) 파스넷 색연필 36색을 질렀다. 이렇게 많은 색깔이 필요한가 싶었지만 막상 써보니 아주 잘 산 물건이 되었다. 적은 힘을 들여서도 손쉽게 색칠이 되었고 색깔이 다양하니 원하는 색을 표현하기 쉬웠다.

다양한 색깔이 있어 색깔이름 외울 때도 유용했다.
발색표도 만들어보았다


육퇴 후 야금야금 하다 보니 다이소에서 산 동물, 바다동물, 곤충, 공룡 색칠놀이 4권을 완성했다.



공룡은 기본적으로 색이 탁하다. 회색을 적절히 섞어 예시와 같은 색을 만들었을 때의 희열이란! 어떤 색을 조합하면 더 잘 어울릴까 머리 빠지게 고민하며 칠했다.


공주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어 공주 색칠놀이북을 샀지만 계속 안 하고 있어 결국 첫째 딸아이에게 주었다.


대신 헬로 키티 색칠놀이책을 발견하고는 냉큼 사 왔다. 헬로 키티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좋아하는 캐릭터였는데 헬로 키티 단지갑을 인생 최초의 지갑으로 기억한다.

내사랑 헬로키티를 야금야금 기분 좋게 색칠하고 있다. 빨간색 리본도 사랑스럽고 분홍색도 사랑스럽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좋아하는 뽀로로, 아기상어, 넘버블럭스도 아이들에게 심장이 반응하는 캐릭터가 될까 궁금하다.

짧뚱한 팔다리와 빨간 리본이 날 미치게 하는 헬로 키티


색칠놀이를 하며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간다. 흐릿하게 칠하는 것보다 선명하게 칠하는 게 더 좋다. 내 맘대로 자유롭게 칠하는 것보다 예시로 나온 색과 가깝게 칠할수록 짜릿하다. 역시 난 매뉴얼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색칠놀이를 하며 내가 좋아하는 색이 분명해져 갔다. 바로 보라와 주황. 그리고 색과 친해져서인지 최근에는 무채색 위주의 겨울 옷장에 밝은 색 옷을 대거 구입했다. 그야말로 색이 주는 에너지를 실감하고 있다.



색칠을 넘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걸 그리고 색칠까지 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꿈이 있다.

선을 그리고 색칠하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글을 쓰고 글의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까지 직접 그릴 수 있다면 글의 내용을 전하는 데 참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런 수준까지 그림 연습을 하는 게 내 꿈이다.


아이가 한 말과 내가 꾼 꿈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


예체능 교육은 아이들 감성을 자극시키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감정 표현 창구가 된다. 예쁜 색으로 색칠하고 있으면 마음도 즐거워진다. 나의 내면아이도 그림을 그리며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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