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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카 Oct 07. 2019

서울, 젊어지는 동네 집값이 오른다

<서울>에서 청소년, 노인 그리고 집값의 관계

"위 그래프는 2012년과 2018년 사이 15세 미만 인구와 (일본 도시별) 주택 지가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여준다. 15세 미만 인구의 증가율이 높거나 감소율이 낮은 곳에서만 지가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불황탈출> 69p


집값을 움직이는 요소는 뭘까. 일자리, 교통, 환경, 교육여건 등 많은 것이 떠오른다. 이 가운데 많은 사람이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 요소가 인구수다. 사람이 늘면 자연스럽게 집값이 오르고, 줄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직관적이기 때문에 믿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인구가 아니라 연령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일본 와세다대학교 국제학술원 교수인 저자는 일본의 부동산 가격 등락을 '청소년 인구 비중'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한다. 인구와 연관 짓는 분석은 익숙한데, 이 가운데 청소년에 주목한 게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청소년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도쿄와 오키나와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까? 서울의 자치구별 청소년 비율 추이를 찾아봤다. 일단 전제할 건 서울은 청소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늘고 있는 도쿄와 다르다. 그래서 분석에서 서울 전체 평균을 벤치마크로 반영해 구별로 상대적인 추이를 따졌다.


그림1 서울 구별 청소년 인구 비중 증감률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

그림1은 구별 청소년 인구 비중(인구 증감 효과를 소거하기 위해) 증감률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다. 아파트 가격은 2017년 가격을 100으로 둔 지수를 활용했다. 용산구가 청소뇬 비중 증가가 가장 빠르고 서초, 성동,마포구가 뒤따른다. '마용성'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중랑, 은평구가 가장 낮다.


회귀분석을 해보니 청소년 비중 1%가 증가할 때 아파트 값은 0.99가 오른다. 결과의 신뢰성을 나타내는 p-value는 0.046으로 일반적으로 신뢰의 기준이 되는 0.05를 넘지 않는다. 상관관계가 신뢰할 만하다는 얘기다. '동네에 애들 소리가 많이 들리는 곳이 집값도 오른다'는 명제는 어느정도 성립한다.


다시 강조하면 청소년 인구의 증감이 아닌 비중의 증감을 따졌기 때문에 전체 인구 증감의 영향을 소거한 결과다. 인구결정론을 받아들인다 가정해도 지역이 얼마나 젊음을 유지하는가는 중요한 변수라는 뜻이다. 물론 이는 소득, 일자리 변수를 제거하고 내린 결론이 아니기 때문에 빈틈이 많은 잠정적 판단이다.

그림2 서울 구별 고령 인구 비중 증감률과 아파트 가격의 상관관계

고령자 비중의 영향도 궁금해졌다. 그림2는 같은 방법으로 청소년을 65세 이상 고령자로 바꾼 결과다. 결과는 고령 인구 비중이 1% 증가할 때 아파트값은 -1.234 감소한다. 청소년 비중보다 영향이 크다. 하지만 p-value가 0.0832가 나와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 분석에서는 강북구가 아웃라이어로 등장한다. 아웃라이어를 제거 해보면 어떨까. 강북구를 빼고 계산해보니 고령자 비중이 1% 늘 때, 아파트값은 2.45 빠진다. 신뢰도도 98% 이상으로 높아진다. 이 분석을 따르면 노인은 청소년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일각에서는 '은퇴자가 살기 좋은 병원과 쇼핑시설이 가까운 교외가 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적어도 이 분석에 따르면 매우 위험한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의 비슷한 컨셉의 교외지역 부동산도 매우 처참한 결과를 보여줬다.


그림3 서울 권역별 청소년 인구 비중 증감 추이

대략적으로 청소년 비중이 집값과 관계가 있는 데이터라고 한다면 이 비중의 추이가 궁금해진다. 그림3은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분석한 자료다. 상술했듯 전 권역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서울 평균값을 제거한 수치다.


예상대로 동남권이 초강세다. 평균에 미치지 못했던 서북권은 조금씩 평균에 대한 갭을 줄여 나가고 있고, 도심권은 바닥에 누웠다. 눈에 띄는건 2008년을 기점으로 동남권과 동북·서남권의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강남이 동북·서남권 학생을 빨아들였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두 권역에서 빠진 학생들이 강남으로 갔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고 출산율의 차이가 빚은 결과일 수도 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두 권역의 경제력이 큰 타격을 받아 생활여건이 나빠졌거나 재개발 지연으로 고령인구가 급증했을 가능성도 있다. 혹시 2008년 총선 때의 뉴타운 열풍이 뭔가 영향을 미쳤을수도. 추정일 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서울 전역은 물론 한국 전체 인구에서 15세 미만 인구가 줄고 있다. 대도시 오피스 공실률이 1~2%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10~20%다. 아직 높은 경제 성장률과 전세 제도 등으로 같은 움직임을 보이진 않겠지만, 저자는 부동산 가격이 지지부진을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긴다. 서울 핵심 입지의 가격이 빠진다는게 쉽게 상상은 안가기 때문에 귀담아 들을 만한 주장이다.

그림4 서울 구별 청소년 비중 증감률 추이
그림5 2003년 대비 청소년 비중 증감률

그림4,5를 첨부한다. 그림4는 구별 추이, 그림5는 2003년 대비 증감률을 구별로 정리했다. 그림5를 보면 집값 상승세가 강한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구별 추이를 보면 서초구와 강남구의 압도적 노원, 도봉구 등 이른바 '노도강'의 빠른 침몰이 보인다.


그림6 인구 증감률과 아파트 값의 상관관계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집값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고 믿는 인구수 증감은 어떨까. 그림6은 인구증감률과 아파트값의 상관관계다. 회귀분석 해봤지만 p-value가 0.649가 나왔다. 이 값이 0.05 이상이면 신뢰하기 어렵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결과다. 적어도 서울 안에서 인구결정론을 뒷받침할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청소년, 특히 고령자 비중은 서울 구별 집값 동향을 많은 부분 설명해준다. 각각 집값 움직임의 16.4%, 34.2%를 설명한다(=r값이 각각 0.164, 0.342라는 의미). 다만 이 분석은 서울에 한정해 이뤄졌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건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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