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Surprise)

by 윤희웅

지금은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라 콜렉트 콜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 만해도 돈이 없는 학생이나 군인들은 콜랙드 콜로 전화를 했다. 처음 콜렉트 콜로 전화가 왔을 때 당황해서 거절한 적도 있었다. 아무튼 퇴근 무렵 콜렉드 콜로 전화가 왔다.

아빠, 나 제대했어.

아직 일주일 남았잖아.

포상 휴가 받은 게 있어서 일주일 일찍 나왔어.

그럼 이야기를 해줘야지.

아빠 퇴근할 때 기다려서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는데 우리 집이 아니라 남의 집이잖아. 우리 집 이사 갔어? 왜 말을 안 해줘.

나도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지. 지금 퇴근하니까 거기서 기다려. 금방 갈게.


제대한 아들을 예전 집 앞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을 했다.

축하한다. 정말 고생 많았다. 일단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저녁 먹으러 가자.

왜 말도 없이 이사했어? 무슨 일 있어?

아빠 나이에도 간혹 넘어지는 경우가 있어. 넘어지고, 일어나고 그런 게 인생 아니겠니?

내가 보기에는 간혹이 아니라 자주 넘어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잘 일어나잖아. 서프라이즈 한 이야기 하나 해줄까? 아빠, 엄마랑 따로 살기로 했어. 안 놀래? 반응이 왜 그래?

엄마랑 안 친했잖아. 언제 하나 싶었지.

그래도 너에게는 변함없는 엄마고, 아빠야. 엄마, 아빠도 더 행복해지려고 선택한 것이니까 이해 바란다. 아무튼 미안하게 됐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엄마, 아빠도 인생은 있는 거니까, 그렇게 미안하면 용돈이나 줘.

넌 어떻게 군대를 다녀와도 기승전 용돈이냐?


새로 이사한 집은 예전 집보다는 작았다. 아들은 당황한 듯 집안을 둘러봤다.

전보다 집이 좀 좁지? 아빠랑 살아도 되고, 엄마랑 살아도 되고 마음대로 해.

그냥 여기 있을래.

왜, 엄마랑 같이 살면 몸이 편할 텐데.

나는 마음 편한 게 더 좋아.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그런지 이제 고기를 직접 굽는다. 어설픈 가위질에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

이리 줘. 아빠가 할게.

아니야. 서툴러도 내가 할게. 자주 하다 보면 늘겠지. 그게 인생 아니겠어?

갖다 붙이기는,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그래서 말인데 내 진로를 정했어.

군대에서 고민 많이 했나 보네. 어떻게 정했는데?

나 배우 할래. 연기를 하고 싶어.

대학에서 연극동아리 할 때부터 짐작은 했는데 정말 배우가 하고 싶어?

아빠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며.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는데.

생각 많이 했어. 일단 단역배우나 연극무대에서 연기 경험을 쌓고 차차 오디션 보면서 성공해야지.

초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우리나라 연극영화과 그리고 비슷한 방송연예과 등등에서 일 년에 몇 명이 졸업하는 줄 알아? 거기다 연기학원에 다니는 학생들까지 엄청난 배우 지망생들이 있어. 그런데 할 수 있겠어?

이왕이면 유명인이 되고 싶지만 성공 못해도 좋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래.

인생 생각보다 짧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지. 해봐. 응원할게.


나는 소주 한 잔을 입에 털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은 하루 종일 서프라이즈네, 이제는 서프라이즈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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