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by 윤희웅

제대를 한 아들은 복학할 때까지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 나가고 이틀 쉬는 아르바이트로 무슨 돈을 벌 수 있을까 걱정을 하는 순간이었다. 마침 작은 공장을 하는 친구가 아들의 안부를 묻더니 한 달만 와서 일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보다 힘도 덜 들고, 용역비로 떼이는 돈도 없으니까 돈은 꽤 될 거야. 아빠 친구가 군대도 다녀왔으니 숙련자 일당으로 쳐준다고 했어. 설마 친구 아들인데 힘든 일 시키겠어?"

아들은 친구네 공장으로 일하러 갔다. 그 공장은 대형 분수를 만드는 곳이라 용접을 주로 했다. 아들의 역할은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자제를 준비하고, 작업을 마친 물건은 정리하고,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주변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쉽게 말해 용접하는 작업자가 불편하지 않게 눈치껏 수발을 들어야 하는 일이었다. 아들은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잠들 때까지 나에게 투덜거렸다.

"말이 돼? 옆에 있는 물건을 코 앞에 가져다 두지 않았다고 성질내며 욕을 해. 이미터 오십으로 파이프를 절단하라고 해서 몇 개나 하냐고 물으니까 대충 알아서 절단을 하래. 그럼 도대체 몇 개를 절단해야 하는 거야? 정확하게 말해주면 안 되냐고 물으니 시키는 일도 못하냐고 성질내고 욕하고. 난 일하러 왔는지 욕먹으러 왔는지 모르겠어. 나 이 일 계속해야 해?"

"아빠 친구는 뭐래?"

"사장님? 공장에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나와. 얼굴 보기도 힘들어. 그리고 사장님이 나를 데리고 왔다고 더 괴롭히는 것 같아."

"그래도 한 달 약속했으니까 아빠 얼굴 봐서라도 참고해."

아들은 투덜거려도 아침 일찍 출근을 했다. 정시 퇴근하는 아들과 달리 작업자들은 수시로 야근을 했기에 직원들 출근 전에 어제 작업한 것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의 마지막 주에는 전라도 광주로 출장까지 갔다. 그동안 제작한 분수를 설치하는 일에 잡부로 따라간 것이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나에게 속았다며, 다시는 아빠 말을 듣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까지 다섯 명이 출장을 갔는데 아무도 충전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 일주일 내내 밤새 자다 깨다 하면서 다섯 명 핸드폰을 충전했어. 말이 돼? 그리고 왜들 그렇게 술을 마시는 거야? 아침밥 먹을 때부터 술을 마시더니, 오전 참에도, 점심에도, 오후 참에도, 저녁 먹을 때는 한 사람당 보통 두 병 이상씩은 마시는 것 같아. 일하는 시간보다 술 심부름을 더 한 것 같아. 일주일 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술주정받으며 일했어. 내가 일하면서 아빠 욕을 얼마나 많이 했는 줄 알아. 아들을 사지로 몰아놓고 아빠는 편하게 지냈지?"

"힘들긴 힘들었네. 내가 알고 소개했겠니? 미안하다. 그래도 돈은 꽤 받았지?"

"사장님이 출장비까지 계산해 줘서 생각보다 많이 받았어."


아들은 한 동안 아빠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며 투덜거렸다. 아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는 나는 아들 눈치를 보며 피해 다녔다. 아들에게 추앙받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는데 이번 생에는 틀렸나 보다. 며칠이 지난 후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아들이 한 달 동안 어떻게 일했는지 궁금했다.

"용접하는 사람들이 거칠거든. 욕도 잘하고. 그런데도 인상 한 번 안 쓰고, 시키는 대로 잘했어. 점심시간에도 밥 일찍 먹고 남들 쉴 때 작업장 청소도 하고, 화장실 갈 때 말고는 계속 일했어. 그래서 내가 한 번 물어봤지. 왜 안 쉬냐고? 작업자들 일 할 때 짬짬이 쉬었다고 괜찮다고 하네. 그래도 작업자들처럼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마시면서 쉬라니까. 자기는 담배는 안 피고, 커피보다 콜라가 좋다고 하네. 그래서 내가 냉장고에 콜라를 쟁겨 났잖아. 출장 갔다 와서 마지막 날에 작업자들이 그동안 수고했다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용돈도 주던데. 아르바이트하러 온 사람에게 용돈 줘서 보내는 것 난 처음 봤어. 일은 서툴러도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나는 깜짝 놀랐다. 집에 와서 매일 투덜거려서 욕만 먹은 줄 알았는데 생각 밖이었다. 아들에게 물었다.

"친구 만나서 술 한 잔 했는데 너 칭찬하던데. 웬일이야?"

"내가 일은 못해도, 성실이라도 해야 아빠가 친구에게 욕을 안 먹을 거 아니야. 아빠 생각해서 욕먹어도 참고, 피곤해도 쉬지 않고 일했어. 다 아빠 때문이야."


그랬구나. 다 아빠 때문이었구나. 아들에게 괜히 미안했다. 아들이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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