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수학이 그냥 커피라면 이쪽은 TOP
제가 전과를 생각할 무렵 가장 관심있게 살펴봤던 학과 중 하나이자,
여전히 미래에 꼭 공부해보고 싶은 과목입니다.
동시에 수백만(?) 수험생과 학부모의 골칫거리인 과목이기도 한데요.
수능에서 배우는 수학과 대학교 전공으로의 수학과는 꽤 많이 다릅니다.
바로 전공필수과목을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수학과에서는 '논리적인 체계'를 배웁니다. 엥, 수학과니까 수(number)에 대해서 배워야 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숫자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나, 숫자 자체를 다루는 것은 수학의 일부입니다.
수학은 추상적인 대상을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합니다. 그 전개 방법을 배우면서도 전개된 내용 자체를 배우는데요. 제가 쓰면서도 도대체 이게 무슨소리인가 싶습니다. 예시를 이렇게 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수학과는 규칙이 있는 게임을 배우고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들어진 게임들 중에선 제법 유명해진 것들이 있습니다. 바둑, 체스, 장기 등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게임의 룰을 배우고 규칙을 파악해서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이를 참고해 새로운 게임을 만듭니다. 정직하게 룰을 만들고 규칙을 정했지만 게임이 잘 안팔릴지도 모릅니다. 혹은 너무 복잡해서 소수의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게임도 있습니다. 그래도 만듭니다.
장기같이 비교적 유명한 게임도, 그 게임의 룰을 모르는 사람에게 게임용어나 말의 쓰임새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수학의 각 분야를 모르고서는, 그 용어와 의미를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학이 외계어처럼 느껴집니다. 외계어외문학과라는 별칭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
다른 과학들이 실험적 검증을 대단히 중요시하는것과 다르게, 수학은 논리전개와 증명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수학은 다른 과학/공학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서 개발한 수많은 논리/이론은 과학과 공학의 수많은 문제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수학에서 만드는 '어려운 게임'들이 실제 현상에 적용이 될까요? 우리가 자동차를 이해하고 싶다고 합시다. 자동차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학과에서는 직접 자동차를 분해하지 않습니다. 보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탈것"의 공통점과 그 특징들을 연구합니다. 그러면 자동차 뿐 아니라 자전거, 기차 등등이 모두 "탈것"의 일부이므로, "탈것"을 이해함으로써 자동차 뿐 아니라 기차도 알 수 있게 됩니다. 혹은 새롭게 등장한 '비행기'가 탈것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이미 아는 것이므로 손안대고 코를 풀 수 있습니다. 수학은 이처럼, 구체적 사례로부터 도출된 추상적인 "이론"을 만듭니다. 이러한 이론을 다시 적용하는 것은 보통 과학자, 공학자들이 맡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과(학부)에서 배운 내용은 그 자체로 '어떤 대상'에 적용된다기 보다는, 수학적 방법론/테크닉에 가깝습니다. 보통 수학 전공을 살리는 사람은, 수학의 추상적인 지식과 그 학문 방법론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출합니다. 이 때 수학 학계 내부에서 관심있는 분야로 진출하면 수학과로, 그렇지 않으면 '수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인접 학문으로 진출하는데요. 통계학, 컴퓨터과학, 경제학, 수리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학과의 전공필수과목은 어떤지 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어려울 조짐이 느껴집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이 5과목은 필수로 이수합니다. 과목 이름들이 다들 괴랄해보이는데요. 괜찮습니다. 수학을 아주 많이 응용하는 공대생이라고해도, 수학과 과목을 듣지 않았다면 이 내용을 거의 알 수 없습니다. 저는 물리를 배웠지만, 저 과목들의 일부 혹은 개론적인 내용밖에는 알지 못합니다.
2-(0) 기초과목
기초물리학, 화학 등을 들어두면 좋지만 딱히 안들어도 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등학교때까지 배웠던 수학에서, '수학과 수학'으로 탈바꿈하는 연습을 합니다. 수능/논술 문제풀이식 수학에서, 엄밀한 증명과 논리 전개를 기르기 위한 훈련을 합니다. 보통 그래서 1~2학년 사이에 집합론, 대학수학(수학과용)을 듣습니다.
2-(1)선형대수학
일단 아는 과목이 나왔는데요. 선형대수학은 '선형적'인 것들에 대해서 배웁니다. 행렬, 벡터, 선형사상(Linear Map)이 바로 그것인데요. 엥, 도대체 이걸 왜 배우나 싶습니다.
선형대수학은 수많은 공학적, 과학적 문제들 중에서 '선형적'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을 모아서 분석하고 이론을 세운 것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많은 나머지, 그나마 가장 쉽게 풀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선형적'인 문제들입니다. 따라서 이미 선형대수학은 비교적 잘 정립된 이론이자, 수많은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웬만한 공학, 사회과학 등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갑니다.
수학과에서는 응용보다는 '선형적'인 것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류하는지, 또 이것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무엇인지를 논리적으로, 체계적으로 공부합니다. 그리고 이 때의 테크닉과 논리전개 방법들이 이후 수학과 과목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사용됩니다.
2-(2)해석학
'함수'에 대해서 주로 다루는 과목입니다. 제가 드랍했던 과목이자 다시 도전하려고 마음먹어 공부하고 있는 과목입니다. 그냥 쉽게 쉽게 함수 계산하고 식 풀고 이렇지는 않습니다. 수학과에서 만나는 '진짜 수학'적인 과목 중 하나이고, 본격적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다룹니다. 타 전공생이 수학과를 복수전공/부전공/전과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석학을 수강한 뒤에 생각하라고 말한답니다.
크게는 미분, 적분학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엄밀하게 수학적으로 증명합니다. 또한 대표적인 함수를 분류하는 작업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해석학의 지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해석학에서 등장한 개념과 이를 익히기 위해서 단련된(?) 테크닉은, 다른 과목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방법론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2-(3)위상수학
'연속성'에 대해서 다루는 과목입니다. 보통 2학년 때 수강하여 해석학과 함께 수학과의 기초를 형성하고, 수학과로서 배우는 추상성을 대표합니다. 이후 과목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대단히 많고, 해석학에서도 관련 내용이 등장합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추상적이라 어떻게 전달해야할지가 난감해집니다.
위상수학과 관련된 수많은 과목이 있지만, 학부 수학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내용은 '일반위상'입니다. 이와 관련된 개념으로는 '열린 집합, 닫힌 집합, 위상 동형' 등인데요.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일반위상'에서는 특정 공간과 공간안의 점을 집합(수학에서 말하는 그 집합, 중학생때 배운!)으로 생각하는데요. 다양한 공간들을 집합의 관점으로 해석했을 때, 그 집합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성질을 '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두 공간의 위상이 같으면 '위상 동형'이라고 한다네요. 뭔소리야
굳이 왜 이렇게 예시를 들었느냐면, 수학과의 추상성을 딱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딱 봐도 비전공자가 진입하기에는 쉽지 않은 '추상적 내용'이 등장하는데요. 이런 추상적인 개념들이, 이후 수학과 내부의 수많은 분야(대수적 위상수학, 기하 위상수학 등)로 이어집니다. 추상개념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하면 될까요? 물리학과에서도 '물질 물리학'의 분야가 위상수학을 응용하는데요. 공간을 이리저리 변형시켰을 때 변하지 않는 '위상학적 불변량'을 중심으로 배웁니다. 이외에도 컴퓨터 이론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일상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위상수학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신기술에 적용될지 모릅니다.
2-(4)현대 대수학
'대수적 구조'를 배웁니다. 대수적 구조는 더하기 빼기등의 연산으로 이루어진 녀석들을 말합니다. 1+1=2를 만족하는 '자연수'도 대수적인 구조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눈덩이를 생각해봅시다. 눈덩이 하나와 눈덩이 하나를 합치면 눈덩이의 크기는 커지겠으나 눈덩이는 합쳐져 하나가 됩니다. 1+1=1이라고 해도 될까요? 이놈들은 분명 숫자와는 다른 '연산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 친구들도 일종의 '대수적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대수학에서는 '대수적 구조' 중에서 중요하고 많이 쓰는 것들을 배우는데요. 이딴 쓸데없는 규칙놀음이 어디에 쓰이냐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의 많은 현상들이나 공학의 문제들은, 우리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규칙으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이 때, 적합한 규칙을 가진 '대수적 구조'를 개발하거나 이미 개발된 것을 적용하기만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상식과 다른 '규칙'을 가진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물리학과이므로 양자역학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양자역학은 '작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인데요. 어떻게 하면 작은 세계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물리학자들은, 수학에서 만든 '대수적 구조'를 사용하는 방법을 만듭니다. 수학에서는 그것을 '군'이라고 부릅니다.
2-(5)미분 기하
곡선, 곡면 등을 미적분학과 선형대수학을 이용해서 분석합니다. 그나마 현실적인 대상을 다루는 군요. 위상수학과 현대대수학의 추상적인 것보다는 조금 구체적인 대상을 다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부에서는 곡선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곡면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등을 열심히 풀고 분석하는 과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바로 이 미분기하학의 이론으로 기술되는데요. 상대성이론(물리학)에서는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의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는 우리가 사는 시공간의 구조가, 바로 이 미분기하학에서 다루는 곡면의 형태라고 말합니다.
수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은 선형대수, 해석학, 위상수학, 현대대수학, 미분기하학 다섯 가지 입니다.
수학과는 정말 독특한 전공이라, 이렇게 무엇을 배우는 지 알아도 어디에 어떻게 써먹는지가 확 다가오지 않네요(ㅠㅠ). 보통 수학과도 학부만 마치고는 전공을 써먹기 어려워서, 전공을 살리려면 대학원을 간다고하는데요. 저도 대학원 이후 수학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물리학을 전공했고, 물리학은 수학을 많이 응용하는 전공 중 하나인데요. 이처럼 '수학과'의 전공필수과목을 응용하는 학문이 또 무엇이 있을지를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수학을 많이 사용하는 세부전공들은 대학원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전기/화공/기계공학: 선형대수학(필수)+미분방정식(수학과 전공선택)+수치해석(응용수학)
2)물리학과: 선형대수학+미분방정식+분야에 따라 수치해석과 위상수학, 미분기하
3)컴퓨터과학과: 선형대수학+이산수학+확률 및 통계이론(수학과 4학년 과목, 해석학 필수)
4)경제학과: 선형대수학, 해석학, 이 외에도 알면 알수록 좋다고 함.
5)통계학과: 선형대수학, 해석학+ 마찬가지로 알면 알 수록 좋다고 한다.
6)금융공학: 선형대수학, 해석학+ (이하동문)...
특히 저는 아무짝에 쓸모 없을 줄 알았던 '해석학' 같은 것이, 통계/경제/컴퓨터 이론 등에서 반드시 필수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는데요.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경제학 박사과정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은 반드시 수학과 수업들을 이수하고 성적을 잘 받아야 대학원 입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멋지군요. 수학 공부좀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도대체 이렇게 추상적인 규칙과 이론이 어떻게 세상의 많은 현상을 잘 설명하는지 놀랍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