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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22. 2024

['24 암스테르담] 1. 7시간 레이오버 짧은 산책기

자정에 떠난 비행기 속에서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덧 쾌청한 하늘이 반겼다.

2024년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기 위해 네덜란드 항공사 KLM을 선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가장 저렴했다. 문제는 경유 시간이었는데, 길면 저렴하고 짧으면 비쌌다. 결론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쪽을 택했다. 시간이 좀 남는다면 레이오버를 하면 되니까. 하지만 돌아올때도 역시나 경유 시간이 길었다. 그럼 뭐 두번 가면 되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면 안됐는데.

흐린 날 새벽의 스키폴 공항, "무사히 태워줘서 고마워"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정 비행기를 타고 넘어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오전 6시반. 바르셀로나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7시간 가량. 출국 절차를 여유있게 잡으면 대략 5시간이라는 시간이 남을 듯 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공항에 있을 바에는 나가자고 결심했다. 


스키폴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방법은 꽤 단순하고도 가깝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택시와 버스도 방법이겠지만 가장 편한 방법은 전철을 이용하는 방법. 시내까지 15분만에 갈 수 있다니, 무조건 타야 했다. 입국 심사에서 자신있게 '레이 오버'를 외치고 비행기표를 보여주니 무사통과. 캐리어도 자동으로 운반됐으니 남은 건 신속하고 정확한 이동이었다. 


전철표는 또 어떻게 사야 하나 검색하다보니 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NS'라는 앱을 내려 받으면 된다. 다만, 좀 헤맬 수 있다. 어찌어찌해서 암스테르담 중앙역까지 가는 2등석 표를 구매했다. QR 코드가 곧 패스권. 가격은 4.9유로. 이 정도면 적당하다 싶다. 혹시 기념으로 패스권을 보관하고자 한다면 발권기에서 표를 사면 된다. 다만 1유로 더 비싸다. 차단기에 QR코드 인식기가 있어 그 곳에 폰을 대면 된다. 


다음은 플랫폼. 찾기가 어렵다. 내려가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어느 플랫폼이 중앙역에 가는지 헷갈린다. 일단 전광판을 보고 중앙역이라 적힌 곳의 플랫폼으로 내려간다. 양쪽 중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일단 무조건 '중앙역'이 쓰인 곳으로 향해 전철에 올랐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운이 좋은 편이었다. 잘못 타면 중앙역은 커녕 엄한 곳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다시 가라고 해도 헷갈릴 듯 싶다. 꼭 잘 알아두고 가자. 전철은 2등석 표를 구매했으나 열차칸 중 숫자 '2'가 쓰인 곳으로 가면 된다. 자유석이다. 아무 곳이나 앉으면 끝.

암스테르담 중앙역 플랫폼. 열차 외부에 '2'라고 적힌 숫자가 바로 2등석 열차칸을 의미한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5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싸맸다. 계획은 나름 거창했다. 모닝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담 광장에 들러 주변을 둘러본 후 안네의 일기 박물관을 보고, 다시 미술관이나 하이네켄 공장을 둘러보는 나름의 동선을 짜냈다. 

5시간 동안 걸어다닐 동선을 미리 짜봤다. 물론 계획은 실패했다.

드디어, 암스테르담 중앙역. 네덜란드 수도에 위치한 중심 철도역이다. 그만큼 크다. 1층 통로에는 각 플랫폼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촘촘히 배치돼 있다. 2층이 기차역이라면, 지하에서는 전철이 다닌다. 스키폴 공항에서 타고 온 전철은 전철이 아니라 기차였구나. 어쨋든 다행스럽게도 잘 내렸다. 그리고 정말 15분도 안돼 도착했다. 만약 스키폴 공항에서 레이오버할 기회가 있다면 꼭 나가보길 권한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플랫폼.
정확한 방향은 모르겠지만 위치상 이곳이 북문이다. 이 쪽은 아마스텔 강(Amstel River)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이 곳이 바로 아마스텔 강(Amstel River)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19세기말 건축돼 여러 차례 확장한 곳이다. 네오르네시안 스타일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어디로든 연결돼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남쪽. 암스테르담 시내 구경은 여기가 시작점이다.

하지만 중앙역을 나서자 마자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2월말의 바르셀로나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은 초겨울 날씨다. 어쩔때는 봄자켓만 입고 나가도 될 정도다. 짐을 줄여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옷을 너무 얇게 입고 온 게 화근이었다. 암스테르담은 너무 추웠다. 그것도 우기. 비까지 내렸다. 우산은 캐리어에 있으니 내리는 비는 맞으라고 오는 비였다. 한마디로 겨울비에 푹 젖은 들쥐마냥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중앙역을 마주하고 있는 건물들. 
중앙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감자튀김 맛집 Manneken Pis Amsterdam. 감자튀김은 네덜란드 인기 간식이다. 여기는 항상 줄 서 있는 곳이다.

그래도 꾹꾹 참고 담 광장까지 나아가는데는 성공.

네덜란드 왕궁(Koninklijk Paleis Amsterdam). 17세기 시청으로 건축됐으나 현재는 귀빈들을 모시는 장소로 활용한다. 이 앞이 바로 담(dam) 광장이다.
담 광장의 남쪽편.

그리고 좌측으로 꺾어 안네 프랭크의 집(Museum Het Anne Frank Huis)까지 걸어 갔다. 그나마 후드티를 입고 있으니 우산 없이도 버틸만은 했다. 

걸을 때마다 보이는 건물들이 예쁘긴 했으나 춥고 배고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안네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안네 프랭크와 그가족이 1942년부터 1944년까지 비밀리에 숨어 있던 곳이었다. 이 곳에서 그 유명한 안네 프랭크 일기가 탄생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변해 그녀가 살던 비밀 복도와 방들을 볼 수 있다. 다만, 너무 추워 들어갈 엄두를 못냈다는 게 함정.

안네 프랭크의 집. 현재는 그 때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박물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안네의 집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보니 더 이상 버티다가는 출장까지 말아먹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중앙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니 몸이 좀 돌아온다. '그래 일이나 하자' 싶어 노트북을 꺼내 들고 일정을 다시 조율했다. 그러다 문득 굳이 여기 있어야 하나 싶다. 

여기서도 스벅이라뉘.

암스테르담 중앙역으로 돌아오자 이번엔 플랫폼을 못 찾겠다. 분명 2층으로 올라가는 플랫폼 중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기차가 있어야 하는데 없다. 

스키폴 공항을 간다고 쓰인 곳으로 무조건 뛰어 갔다.

꾸역꾸역 어찌어찌 타보자 해서 탔는데 다행히 공항으로 간다. 이 때도 참 운이 좋았다. 버거킹에서 주린 배를 채우니 다시 비행기에 오를 시간이 됐다. 눈물을 머금고 안녕. 어짜피 귀국길에 다시 만날 암스테르담이었다. 


5시간 동안의 좌충우돌. 결국 건질 거 하나 없었던 레이오버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유럽의 북쪽과 남쪽은 겨울이라고 해서 다같은 겨울은 아니라는 점. 둘째는 암스테르담은 정말 흐리고 비오고 날씨 운을 받기 어려운 곳. 셋째는 좀 더 알아보고 도전해볼 걸 이라는 후회. 하지만 이런저런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 긍정해본다. 귀국길은 이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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