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 본사업이 공고되자마자, 그동안 시범사업에 매달렸던 이동통신 3사는 다시 긴장감을 조였다. 시범사업에서 승부를 보지 못했던 LG유플러스까지 합류하면서, 사업자는 물론 정부 각 부처까지 다시 한 번 국책 망 구축의 무게를 절감하는 분위기였다. 본사업 심사는 단순히 ‘누가 수주하느냐’의 경쟁을 넘어,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구조를 새로 짜는 일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10월 8일, 1조 7천억 원 규모의 본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공개했다. 단말기를 제외한 네트워크 구축비만 9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답게 선정 과정은 촘촘했다.1) A사업 평가에서 KT는 683.15점, SK텔레콤은 680점을 받았다. 불과 3점의 차이였지만, 그 차이는 운영 안정성과 기술 구현력, 재난 대응 시나리오 설계 등에서 KT가 고르게 점수를 얻은 반면, SK텔레콤은 일부 항목에서 보완점이 지적된 결과였다. SK텔레콤이 ‘하도급 계획 적정성’에서 만점을 받아 기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았음에도 총점에서 뒤로 밀린 이유였다.
이어진 B사업 역시 대등한 승부였다. KT가 689.5점, SK텔레콤이 685.5점을 기록하며 다시 KT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SK텔레콤은 전략 및 방법론에 강점을 드러냈으나, KT가 기술·성능의 균형에서 앞섰다.
반면 C사업에서는 SK텔레콤이 682.65점, KT가 680.55점으로 2점 차 승리를 거둬 일부 구간에서 주도권을 가져갔다. 전체적으로는 KT가 두 구역, SK텔레콤이 한 구역을 확보하면서 양사의 승패가 미세하게 엇갈렸다. LG유플러스는 세 구역 모두에서 중위권 이하 점수를 받아 끝내 본사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난망 시범사업 탈락에 이어 본사업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본사업이 속도를 내자 구축도 확연히 가속이 붙었다. 선정된 이통사들은 2019년 9월 16일, 강원·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중부권 5개 지역의 PS-LTE 1단계 준공을 완료했다. 전기안전공사와 한국전파관리소가 전기 안전과 전파 규격, 간섭 요소 등을 면밀히 점검하며 준공 검사를 병행했고, 1단계 결과는 정부가 설정한 기술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2020년 1월 14일, 행정안전부는 세종시 밀마루전망대에서 구축 시연 행사를 열고 재난망의 실질적 개통을 대내외에 알렸다. LTE 기반으로 음성과 영상, 데이터가 동시에 송수신되는 장면은 기존 단방향·저속 중심의 무전망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상징적 순간이었다.
그 사이 정부는 PS-LTE와 기술적으로 연동되는 인접 특화망, 즉 해상용 LTE-M, 철도용 LTE-R 또한 병행 구축해 통합공공망 체계를 이루려 했다. 특히 철도와 해상은 재난 대응의 최전선이기 때문에 LTE 기반의 실시간 통신 확보가 절대적이었다. 2020년 이후 본격화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은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PS-LTE를 단순 ‘망 구축 사업’이 아니라 국가 필수 인프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비는 남부권 구축이었다. 2020년 11월 3일, 전라·경상·제주 등을 포함하는 남부권 PS-LTE가 완성되며 전국망 구축의 마지막 조각만이 남았다. 수도권은 가장 인구와 기반 시설이 밀집된 지역인 만큼 기술적 난도와 현장 수요 분석이 까다로웠다. 행정안전부는 수도권을 2021년 최종 구축 대상으로 확정하며 단계적 로드맵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4월 26일, KT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 PS-LTE 전국망 개통을 선언했다.2) 2015년 시범사업 착수 이후 정확히 6년 만이었다. 경찰·소방·철도·지자체 등 8대 분야 333개 국가기관의 무선통신망이 하나로 연결된 첫 순간이었다. 무선통신 인프라가 불통으로 사고를 키웠던 과거의 사건들을 돌아본다면, 이 전국망 개통은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근본을 다시 세우는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어 2021년 5월 14일, 사업 최초의 논의가 시작되었던 대구에서 전국망 가동 선언이 이뤄졌다.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 꼬박 6년 10개월 만의 완성이다. 실제 구축 기간만 따져도 2년 3개월, 운영·구축 비용은 총 1조 5천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는 ‘재난은 준비된 시스템만이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결코 과한 비용만은 아니었다.
남은 숙제는 재난망을 실전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장비·단말·시나리오 체계화다. 망이 완성됐다고 재난 대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재난의 양상은 복잡해지고, 현장은 예측 불가한 변수를 동반한다.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은 이제 뼈대가 갖춰진 만큼, 다양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들.
그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완성된 전국 재난망이 제 역할을 하기를, 정부와 업계, 국민 모두가 바라는 시점이었다.
부록 –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 구축 연표
경찰·소방·지자체 간 통신 불가 문제 드러나며 국가 단위 재난통신망 필요성이 대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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