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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LTE 비전, 기가비트4G,
선언서 현실로

55부. LTE-A 프로 완성

by 김문기

4세대 이동통신, LTE의 출발점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2008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4G 비전에 따라 이동 중 환경에서 최대 1Gbps 속도를 제시했다. 그러나 선언과 현실의 간극은 컸다. 한국이 2011년 7월 LTE를 상용화했을 당시 이론적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75Mbps에 불과했다. 비전과 실체 사이에는 13배가 넘는 차이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4G 시대의 승자는 LTE였다. ‘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 이름 그대로 LTE는 미완의 기술로 출발해 진화를 전제로 설계된 표준이었다. 초기에는 속도와 품질 모두 부족했지만, 주파수가 늘어날수록 캐리어를 엮었고, 안테나와 변·복조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동일 자원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밀어 넣었다. LTE는 단절이 아니라 누적의 기술이었다.


그 진화의 종착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이었다.1)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S9’은 국내 최초로 기가비트 LTE를 구현할 수 있는 단말로 소개됐다. LTE-A 프로로 완성된 네트워크 위에, 마침내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단말이 올라온 순간이었다.


현장에서 박진효 당시 SK텔레콤 ICT기술원장은 “갤럭시S9은 SK텔레콤을 통해 1Gbps LTE 속도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네트워크·단말·주파수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Gbps 속도는 1GB 영화 한 편을 약 8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LTE 대비 13.3배 빠르다. 일반 LTE 환경에서는 1분 50초가 걸리던 작업이다. SK텔레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파수 구조가 있었다. 1.8GHz와 2.6GHz 광대역 LTE 2개, 여기에 800MHz와 2.6GHz 일반 대역까지 총 4개의 주파수를 조합할 수 있는 사업자는 당시 SK텔레콤이 유일했다.


기술적 계산도 명확했다. 일반 LTE 하향 속도는 75Mbps를 기준으로 한다. 다운링크 256QAM을 적용하면 약 33%가 늘고, 4x4 MIMO를 적용하면 대역별 속도가 두 배로 뛴다. 이 결과 일반 대역은 약 100Mbps, 광대역은 200Mbps 수준까지 가능해진다. 4x4 MIMO가 적용된 광대역 LTE 한 개와 일반 대역 두 개를 조합하면, 이론적으로 1Gbps에 도달한다. 이 구성은 MWC 현장에서 실제 시연을 통해 증명됐다.


이 중심에는 단말이 있었다. 갤럭시S9에 탑재된 삼성전자 엑시노스 9810은 6개 주파수를 동시에 묶을 수 있는 통신 모뎀을 내장했다. 총 12개의 데이터 스트림을 처리할 수 있는 이 모뎀은 업링크 64QAM, 다운링크 256QAM, 4x4 MIMO를 모두 지원하며 LTE 카테고리 18, 이론상 최대 다운로드 1.2Gbps 성능을 구현했다. LTE-A 프로가 설계한 ‘최대치’를 실제 제품이 처음으로 받아낸 셈이다.

다운로드 (2).jpeg SK텔레콤 갤럭시S9 출시 행사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단말 출시와 동시에 커버리지 확장에 나섰다. 서울·인천·부산·광주 등 주요 광역시 트래픽 밀집 지역을 시작으로, 강남역·가로수길·명동·종로·신촌·홍대·이태원, 인천 부평,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광주 충장로, 대전 시청 등 상징적인 상권이 우선 대상이 됐다. 2018년 말까지 85개 시, 28개 군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도심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SK텔레콤은 ‘외곽지역 LTE 품질 향상 3개년 계획’을 수립해 2019년까지 전국 약 1천400개 읍·면 단위 행정구역, 100대 명산 등산로, 유인 도서 지역, 군부대 등을 대상으로 기지국 증설과 용량 확충에 나섰다. 기가비트 LTE를 ‘체험용 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이 성과는 국제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에릭슨이 2021년 2분기 발표한 ‘에릭슨 모빌리티 보고서’에 따르면, 이론상 1.2Gbps에 해당하는 LTE 카테고리 19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단 6곳에 불과했다. 그 명단에 국내 이동통신사가 이름을 올렸다. LTE 비전이 선언된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기가비트 LTE는 기술의 완주였다. LTE는 결국 ITU가 제시한 4G 비전에 도달했고, 그 과정은 단절이 아닌 축적의 역사였다. 동시에 이는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직전의 성공적인 종결이기도 했다. 4G는 더 이상 진화할 필요가 없었고, 산업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5G로 이동했다.

다운로드 (3).jpeg [사진=SK텔레콤]

부록|핵심 연표

2008년 : ITU, 4G 비전 속도 1Gbps 제시

2011년 7월 : 한국 LTE 상용화(이론 최대 75Mbps)

2016년 : LTE-A 프로 상용화

2018년 2월 : MWC 2018, 기가비트 LTE 공개 시연

2021년 : LTE Cat.19 구현 국가 전 세계 6곳 확인


1) 김문기 기자, [MWC2018]갤럭시S9, 국내 최초 '기가비트LTE' 연다, 아이뉴스24, 2018.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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