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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18. 2023

(63) LTE 1년만에 '외산폰 무덤'

15부. 스마트폰 시장 재편 

  

'소니 에릭슨 엑스페리아 아크(XPERIA arc)' 출시회



국내 LTE가 도입된 이후 스마트폰 판매량은 하루가 다르게 급증했다.


그렇다고 제조사에겐 마냥 이 흐름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 제조사들은 각자 치열한 경쟁판에서 죽음의 고비를 여러번 넘겨야 했다. 이통3사 가입자 유치 전쟁으로 인해 널뛰기하듯 뛰는 보조금으로 시장 재편에도 속도가 더해졌다.


LTE 도입전 국내 휴대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KT테크, SK텔레시스뿐만 아니라 모토로라와 리서치인모션(RIM), 소니에릭슨, 노키아, HTC, 델 등 외산 제조사들이 국내 문을 노크했다. LTE 전국망이 완성된 국가는 몇 나라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이토록 촘촘하게 설치된 곳도 없었다. 게다가 국내 고객의 네트워크 인식 수준이 높았다.


치열한 경쟁 때문일까. LTE 도입 1~2년만에 각 제조사의 명운이 갈렸다. 경쟁에서 도퇴된 제조사들은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외국 기업의 경우 한국 지사를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안착에 실패하거나 LTE 스마트폰 공급 이슈, 보즈금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꼽힌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렸는데, 일명 '외산폰 무덤'이다. LTE를 통해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는 이통사 입장에서는 타사와 변별되는 LTE 스마트폰을 공급받아야 했고, 또 과도한 보조금을 통해 웃돈을 주고 고객을 유치해야하기에 이 흐름에 타지 못한 제조사들은 속절없이 몰락했다. 가성비가 높아도 보조금에 휘둘리다보니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다. 


당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LTE가 도입된지 1년 후인 2012년 3분기에 판매된 스마트폰 10대 중 7대는 삼성전자 모델이다.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72.4% 수준이었다. 팬택은 14.2%, LG전자는 12.7%를 기록했다. 나머지 0.7%가 이외 제조사들이 총합 점유율로 기록됐다.

  

SK텔레시스 윈폰 [사진=SK텔레시스]


그 중 SK텔레시스는 중계기와 CPE, 전송장비 등을 제조하는 통신장비 회사였지만 휴대폰을 제조하기도 했다. 일명 '조인성폰'으로 불린 '윈'은 SK텔레시스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SK텔레콤 단독으로 판매됐다. 2011년 윈을 통해 재기를 꿈꿨던 SK텔레시스는 같은해 9월 휴대폰 사업을 철수했다.


KT테크 부비부비F4폰 [사진=KT테크]


2001년 한국통신프리텔(KTF)에서 단말기 부분이 분사돼 설립된 KT테크는 '에버' 휴대폰 브랜드로 유명세를 치룬 곳이다. 2010년 '스마트볼'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KT테크는 이후 '테이크'라는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출시해왔다. 친숙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과 독특한 기능들로 주목받았다.


KT 단독 모델로 출시된 KT테크 테이크는 2011년 '테이크 야누스'를 통해 듀얼코어폰 경쟁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테이크 LTE'로 LTE폰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수년간 쌓인 판매 부진으로 인해 결국 KT가 청산절차에 돌입했으며, 2013년 1월 철수에 이른다.


모토로라 스마트폰 '아트릭스' 출시회


외산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휴대폰 시장에서 절대우위를 점하고 있던 모토로라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1G 이동통신부터 우리나라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제조사였다. 스마트폰이 개화하자 국내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출시한 저력도 있다. 모토쿼티와 모토글램, 모토믹스, 디파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차별화 정책을 폈다.


하지만 LTE 도입 시기 너무 앞서 출시된 비운의 모델인 '아트릭스'의 부진과 함께, "옛 영광을 되찾자"는 의미로 굴지의 브랜드 '레이저'를 부활시켰으나 그 때 뿐이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레이저 파생 모델이 나왔으나 국내 유통은 모두 불발됐다. 결국 2013년 2월 모토로라모빌리티코리아는 한국 시장을 떠났다.


휴대폰 왕좌를 차지한 노키아는 윈도폰 운영체제(OS)로 부활을 시도, 국내서는 KT와 손잡고 '루미아710' 등을 선보였으나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이와 달리 전세계 시장에서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인 HTC는 국내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터치와 디자이어, 센세이션 등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였다. 국내 유일 와이브로폰인 '이보 4G 플러스'도 HTC의 작품이다.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 원'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판매 부진으로 2011년말 철수를 결정, 한국법인을 정리했다. HTC가 남긴 마지막 정식 모델은 비츠와의 협업모델인 ‘센세이션XL'이다.


리서치인모션(현 블랙베리)은 물리식 쿼티자판을 앞세워 국내 두터운 매니아층을 설렵했으나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해 결국 짐을 쌌다. 소니도 ‘엑스페리아 아크’ 등을 내놓으며 수성에 나섰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외산 제조사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한 곳은 애플이다. 하지만 LTE 상용화에 따라 스마트폰의 대화면이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자 3.5인치, 4인치를 유지했던 아이폰은 점유율 하락을 지켜봐야 했다. 4인치 아이폰5S를 출시하기까지 두 자릿수 점유율은 어느덧 한 자리수로 내려 앉았다.


결과적으로 LTE 시장이 열린지 1년만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으로 양분되는 소위 '삼국' 양상을 띄었다. 이후 2014년 대대적인 이통사의 영업정지 여파와 단말기유통법의 도입으로 인해 깨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3강 체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삼성전자 스마트TV 내 호핀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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