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4세대 이동통신(4G) 시대 개막
야심찬 출발 대비 효과는 미미했던 MVNO 사업이 본격적으로 부상한 때는 대기업인 CJ의 참전부터다. 그에 앞서 2011년 12월 8일 협의체로 운영해왔던 한국MVNO협회가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1)
별정 4호 MVNO가 시작된 지 반년만인 2011년 12월 28일. CJ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이 MVNO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2) 이에 따라 CJ헬로비전은 MVNO 브랜드로 '헬로모바일'을 론칭하고 CJ 콘텐츠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CJ ONE 카드와 결합해 멤버십 혜택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가장 큰 난관이었던 단말의 경우 삼성전자와 팬택, KT테크 등이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 공급을 약속했다.
결과적으로 CJ헬로비전은 MVNO 사업자이면서, MVNO 사업자가 가진 약점을 모두 해결함과 동시에 MNO 사업자와 동일한 혜택까지 줄 수 있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대기업 참전으로 인해 MVNO가 대중화 바람을 맞자 이번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섰다. 방통위는 MVNO라는 단어가 주는 난해함을 벗어나기 위해 새 이름 찾기 공모에 나섰다. 2012년 4월에서 5월까지 개최한 공모전에는 여러 이름들이 쏟아졌다. 다만, 방통위가 세운 최우수상 시상 기준에 부합하는 이름이 없다는게 흠이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우수상을 수상한 명칭 중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가장 부르기 쉽고, 취지를 잘 살린 이름. 2012년 6월 24일부터 MVNO는 '알뜰폰'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3)
CJ헬로비전이 알뜰폰 브랜드를 내걸자, 경쟁사인 온세텔레콤도 알뜰폰 브랜드로 '스노우맨'을 출범시키며 MVNO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CJ계열의 참전이 알뜰폰 시장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면, 차기 전환점은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참여였다. 물론 이통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진입은 한창동안이나 기본 취지에 맞물려 한동안 소란을 일으켰다.
초기 방통위는 이동통신 계열사의 시장진입을 유예했다. 중소기업 또는 비 이통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존 이통사는 10개월 가량의 유예기간을 가진 점과 시장의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해서, 또 법적 안정성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통위가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통사의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참여한 건 2012년 6월부터다. 대신 방통위는 결합판매 행위제한, 판매영업 관련 공정경쟁 의무, 도매제공 용량제한, 제공서비스 제한 등의 공정경쟁에 관한 조건 4가지를 부과했다.
당연하게도 기존 알뜰폰 진영의 시름은 깊어졌다. 이통3사가 전국망을 완성한 LTE에 총력을 기울였고, 또 후방에서는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항하는 기존 알뜰폰 진영은 3G만 서비스할뿐 서비스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알뜰폰 진영은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LTE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하며, 망 도매제공 내역에 LTE를 추가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LTE를 통해 가입자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이통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었으나 가계통신비 인하 기조가 거셌기 때문에 결국은 문호를 개방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7월 30일 SK텔레콤이 먼저 LTE망에 대한 도매 제공을 발표4)하고 LG유플러스가 이를 따라 움직였다.
실제 CJ헬로비전이 헬로모바일을 통해 2012년 9월 LTE 요금제를 출시5)하면서, 알뜰폰 진영에도 LTE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이제 막 전국망이 완성된 LTE 도매제공대가가 저렴할리가 없었다. 알뜰폰의 주요 무기가 저렴한 요금제지만 원가가 비싸니 가격을 내릴 수가 없었다. 이통3사의 LTE 요금제 대비 알뜰폰 LTE 요금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따라오는 혜택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기에 알뜰폰은 또 다시 어려움에 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강했다. 알뜰폰 사업자 수는 20여개로 늘어났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호한 고객들도 알뜰폰을 선택하면서 출범 3년만에 15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2차례 전환점을 맞이한 알뜰폰의 3번째 전환점은 우정사업본부의 알뜰폰 시장 진입이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다. 미래부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부 역할을 이관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알뜰폰 진흥책이었다. 최문기 초대 미래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알뜰폰 단말을 늘리고 유통망을 확대해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통신비를 인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정부는 수많은 알뜰폰 사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여러 독립계 사업자들이 모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로 2013년 9월 24일 확장 출범한다.6) 협회는 운영분과, 유통분과, 제도분과, 선불분과 등 4개 분과 위원회로 구분돼 각각의 역할을 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서비스 측면에서는 유통채널이 좁고 접근성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전면에 섰다.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에 포진한 우체국을 기점으로 알뜰폰 수탁판매를 계획했다.
2013년 9월 27일 우본은 우체국을 통해 6개 알뜰폰 업체와 17개 단말, 18개 요금제를 내놓고 수탁판매를 개시했다.7) 초기 반응은 뜨거웠다. 시작 10여일만에 6천대 이상이 판매됐다. 이를 통해 그해 연말 알뜰폰 가입자는 250만명을 돌파했다. 기존 가입자 상승률에 약 2배 이상이 뛴 결과였다.
2014년 3월 알뜰폰 가입자 300만 시대를 열고,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게다가 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순차 영업정지가 이뤄지면서 반사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같은해 10월 1일 시작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으로 인해 자급제가 활성화되면서 알뜰폰에게도 재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1) 김태진 기자, 한국MVNO협회 ‘출범’…초대 회장사 ‘KCT’, ZDnet, 2011.12. 8.
2) 윤상호 기자, CJ헬로비전 변동식 대표, “가입자 100만명, 이동통신사업 성공 기준”, 디지털데일리, 2011.12.28.
3) 황태호 기자, MVNO, `알뜰폰`으로 불러주세요, 전자신문, 2012. 6.24.
4) 강호성 기자, LTE도 '알뜰폰(MVNO)'으로 이용한다, 아이뉴스24, 2012. 7.30
5) 김문기 기자, "알뜰폰으로 LTE를..." CJ헬로비전, ‘헬로LTE' 출시, 아이티투데이, 2012. 8.30.
6) 채수웅 기자, 하나로 뭉친 알뜰폰 사업자, 가입자 유치 속도낸다, 디지털데일리, 2013. 9.24.
7) 채수웅 기자, 우체국 알뜰폰 27일부터 판매…업계, 기대반 우려반, 디지털데일리, 2013. 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