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LTE 대중화 바람 불다
국내 LTE 상용화는 단순히 고객을 상대로 빠른 속도의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끝은 아니었다. 속도 그 이상의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정부 정책 방향 변화다. 민간 통신 경쟁구도를 조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라는 거대 3강 종합유무선통신기업의 탄생을 가져왔다. 그에 따른 견제책으로 알뜰폰(MVNO) 도입을 불렀다. 정부의 역할은 포지티브 방식에서 내거티브로 전환됐다. 이같은 의미는 그간 통신이 진흥을 위한 분야가 아니라 규제를 해야 하는 선도분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우연치 않게 정부 조직도 변화됐다.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발전에 이바지한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방송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설립됐다. 자연스럽게 거버넌스의 성격 역시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 정보통신 흐름은 국가 주도에서 완전한 민간 자율로 이양됐다. 정부는 병풍 뒤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민간 기업이 차지했다.
정부가 원했듯 민간 자율에 따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1위를 수성해야 하는 SK텔레콤과 LTE에서 잠시나마 승기를 잡은 3위 LG유플러스, 2G 종료에 발목 잡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KT는 5:3:2라는 전통적 경쟁구도를 깨야만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격렬하게 타오른 경쟁 구도는 정부가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가시적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LTE 전국망이 완성됐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1, 2위 사업자를 위협했다. LTE 상용화 9개월만인 2012년 3월 29일 인구대비 99%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완성했다.1) SK텔레콤, KT 대비 LG유플러스가 가입자면에서 열위에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상황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 네크워크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청정지역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살짝 늦은 2012년 4월 1일 인구대비 95%를 커버하는 전국망을 완성했다.2) 이후 양사는 같은해 6월 인구대비 커버리지를 벗어나 전국방방곡곡에서도 LTE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읍면단위까지 뻗어 나갔다.
2012년 1월 3일에서야 LTE를 시작한 KT 역시 급하기는 마찬가지. 3개월만인 4월 23일 26개시 망 구축을 완료하고 주요 84개시에 대한 커버리지를 완성했다.3) 상용화 6개월만에 읍면 단위까지 나아갔다. KT로서는 이제부터가 경쟁사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된 셈. 그간 많은 것들을 잃었기에 더 빠르게 치고 나가야만 했다.
또한 이통3사는 경쟁사 대비 월등한 LTE 네트워크 인프라를 홍보해야만 했다. 그 결과 고객친화적인 다양한 신조어가 쏟아졌다.
SK텔레콤은 프리미엄 품질(Premium quality), 탁월한 전송속도(Excellent speed), 안정적인 망운용(Total stability), 발전된 기술력(advanced technology)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담아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을 통칭해 ‘페타(PETA)’라 명명했다.
LG유플러스는 First All-IP Seamless Total network를 줄여 패스트(FAST)라 명명했다. IP 기반의 서로 다른 망을 통합한 구조로 만들어 음성과 데이터, 영상 등을 통합해 처리할 수 있는 All-IP 기반의 네트워크망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KT는 3G망에도 적용했던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를 LTE에도 도입했다. 기존 기지국 시스템을 디지털 신호처리부(DU)와 무선신호를 송수신하는 무선 신호처리부(RU)를 분리해 DU는 국사에 집중 배치,RU는 서비스 지역에 설치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KT는 스타워즈를 차용한 워프(WARF)라는 마케팅 용어를 만들어냈다. 해당 영화의 등장인물인 다스베이더가 “워프”라 외치는 TV광고가 회자되기도 했다.
LTE 초기는 커버리지가 승패를 좌우했다. 하지만 전국망이 완성된 후 커버리지라는 경쟁요인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품질로 전환됐다.
네트워크 품질을 결정하는 근간은 주파수다. 마치 농사에 필요한 토양에 비유됐다. 주파수의 위치와 대역폭은 품질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핵심 요소다. 이미 1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SK텔레콤은 1.8GHz 주파수 20MHz대역폭을, LG유플러스는 2.1GHz 주파수 20MHz대역폭이라는 유휴 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LTE 전파를 쏘아올린 후 정확히 1년째 되는 2012년 7월 1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네트워크 고도화 일환으로 ‘LTE 멀티캐리어(MC)’ 기술을 도입했다.4) 이 기술은 두 개의 주파수를 이용해 네트워크 서비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게 해준다. 두 주파수 중 좀 더 원활하게 소통되는 망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안정된 속도를 보장해준다.
SK텔레콤은 800MHz 주파수에 이어 1.8GHz 주파수에 LTE를 도입했다. LG유플러스도 800MHz 주파수에 이어 2.1GHz 주파수에 LTE를 도입했다.
LTE 멀티캐리어 도입은 주파수 운용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줬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주파수에는 하나의 통신규격이 적용됐고, 사용자도 이 중 하나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통신규격으로 가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총동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두 개의 주파수 중 트래픽이 몰리지 않는 원활한 망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됐기에 이론상 하향 속도는 75Mbps였으나 보다 안정적인 LTE 서비스가 가능했다.
양사는 트래픽이 몰리는 지역부터 커버리지 구축에 돌입했다. LTE 멀티캐리어는 두 개의 주파수를 쓰기는 하나 마치 메인과 보조가 나뉜 형태로 움직였다. 즉, 보조 역할을 하는 주파수의 경우 급하게 나갈 필요가 없었다.
SK텔레콤은 서울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2012년말까지 서울 전역과 6대 광역시 등 주요 지역을 커버했다. LG유플러스는 보다 공격적으로 나서 강남뿐만 아니라 광화문과 명동, 신촌, 홍대 등에서 우선 적용하고 연말까지 SK텔레콤과 동일한 커버리지를 유지하도록 했다. KT는 두 이통사 대비 늦게 LTE를 상용화하면서 멀티캐리어 기술도 좀 더 나중에 도입하게 된다.
네트워크 인프라 측면에서 LTE MC를 도입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당시 LTE MC를 쓸 수 있는 단말은 삼성전자 갤럭시S3 LTE와 팬택 베가 레이서2 2종에 그쳤다. KT는 LTE MC 도입이 늦어 해당 단말을 갖고 있어도 LTE MC 서비스를 활용할 수 없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갤럭시S3 LTE만 해당됐다.
그나마 2종의 스마트폰도 LTE MC 도입 전 출시된 모델이어서 OTA 방식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했다. 이후 9월부터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은 모두 LTE MC를 지원했다.
1) 채수웅 기자, LG유플러스, LTE 전국망 구축 완료…“LTE 1등 달성할 것”, 디지털데일리, 2012. 3.29.
2) 윤상호 기자, SKT, LTE 전국 84개시 개통, 디지털데일리, 2012. 4. 1.
3) 김문기 기자, KT, LTE 전국망 완성…"최단기간", 아이티투데이, 2012. 4.23.
4) 김문기 기자, SKT-LG U+, 제2 LTE 고속도로 개통, 아이티투데이, 2012.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