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LTE 대중화 바람 불다
LTE 전국망이 완성되고 제2고속도로도 뚫렸으나 여전히 3G에 대한 의존도는 높았다. 데이터는 LTE 망을 활용했으나 음성은 여전히 3G를 이용했다.
가령, 위급한 상황이 생겼는데 음성통화가 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3G는 10년 가까이 이용했기에 그만큼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촘촘했다. 하지만 LTE는 전국망이라 할지라도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만약 LTE만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 터지지 않는 지역에 있다면 긴급구조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LTE 초기 음성은 여전히 3G로 구현했다. 음성통화는 3G, 데이터통신은 LTE로 이원화됐다. 당연히 단말도 마찬가지였다. 초기 LTE 단말은 3G와 LTE가 각기 나뉜 2칩 형태의 베이스밴드가 적용됐다. 다만, 언젠가는 음성통화도 LTE로 전환돼야 했다.
음성을 3G가 아닌 LTE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LTE로 모든 것을 소화한다는 의미는 그간 이통3사가 그간 외쳤던 올아이피(All-IP) 시대와도 맞닿았다. LTE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음성통화를 하다 영상통화로 전환한다거나, 통화를 하면서 모바일웹으로 검색을 하고 별도 앱을 구동시킬 수도 있게 된다는 의미다. 지금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겠지만 그 때는 음성통화를 하다 앱을 구동시켜야 한다면 "잠깐 끊어봐. 확인하고 다시 전화할께" 라는 대사와 함께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야 했다.
LTE에서의 음성통화, 이를 통신기술상 보이스오버LTE(VoLTE)라고 불렀다. 부르는 것도 다양했다. '보이스오버엘티이', '뷔오엘티이', '볼테' 등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용어는 아니었다.
이동통신사는 앞서 VoLTE를 상용화할 것이라 예고했다. 2012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를 통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란히 VoLTE를 시연했다.
VoLTE 이전 음성통화 과거를 짚어보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가령 무전기와 비슷한 수준의 통화가 가능했다. 무전기를 한번쯤 접해봤다면 알 수 있겠지만 잡음은 당연하고 끊김 현상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통화성공률'이 중요한 핵심 요소였다. 통화 자체 연결이 안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1G는 CDMA를 만나면서 2G 수혜를 받았다. 이 때부터가 디지털 방식의 음성통화가 가능했던 때다. EVRC(Enhanced Variable Codec)라는 음성 압축 방식이 적용됐다. 8Kbps 속도로 음성을 전달했다.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니 음성통화 품질은 당연히 향상됐다.
3G로 전환되면서 음성통화 품질이 더 높아졌다. WCDMA에서는 대역폭이 12.2Kbps까지 올랐다. 음성 압축방식도 AMR-NB(adaptive MultiRate-NarrowBand)를 사용했다. 전송 대역폭이 넓어지면 그만큼 많은 음성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소리를 더 깊고 풍부하게 신속하게 보낼 수 있다보니 음질은 더 또렸해졌다.
그랬던 음성통화는 LTE를 맞이해 획기적으로 전환된다. 압축방식은 역시나 더 개선됐다. AMR-WB(WideBand)가 도입됐다. 전송대역폭은 2배 더 늘어났다. 기존보다 음질은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더 높은 품질의 'HD 음성통화'가 가능해졌다고 표현했다.
VoLTE는 3G 음성통화 대비 2.2배 더 넓어진 주파수 대역폭을 사용한다. 3G는 사람의 목소리인 300~2천400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지만, VoLTE는 50~7천Hz까지 사용한다. 사람이 감지할 수 없는 영역까지 전달해주는 것. 더 많은 음성 데이터를 통해 보다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음질만 높아진 것은 아니다. LTE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 중에도 여러 서비스를 탄력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통화연결 시간도 줄어든다. 3G 음성통화는 평균적으로 약 5초 정도가 소요됐다면 VoLTE는 2초면 바로 연결됐다.
LTE로 음성통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국망 완성이라는 선결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6월께 읍면단위까지 LTE 커버리지를 구축한 이통3사는 누구보다 빠르게 VoLTE를 상용화해야 한다는 결의를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에 봉착했다. 3G에 이어 LTE 시장이 열리면서 데이터가 음성을 잡아먹는 현상이 발생한 것. 음성 신호도 전기 신호로 전환돼 처리되기 때문에 데이터 네트워크에 실어 보낼 수 있다. 가령, PC에서 다양한 음성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서 다중역할수행게임(RPG)를 해본 유저라면, 데이터에 음성을 싣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를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사업자 중 수많은 가입자를 앞세워 데이터 음성통신 서비스를 론칭했으니 이통3사가 긴장할 만했다. 당시 라이징 스타는 다름아닌 '카카오톡', 카카오가 문자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데이터를 통해 음성통화가 가능한 '보이스톡'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통3사는 데이터음성통화(mVoIP)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맞섰으나 LG유플러스가 이를 전면 개방하면서 또 한번 시장이 술렁거렸다.
LG유플러스가 mVoIP를 전면 개방한데는 앞으로 상용화할 VoLTE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 역시도 VoLTE 시대가 도래하면 충분히 자신들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2012년 6월 20일.1) SK텔레콤은 간담회를 개최하고 'LTE 2.0' 시대를 연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빠르면 9월말 VoLTE를 론칭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All-IP 전환에 따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RCS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LG유플러스도 7월 1일 간담회를 개최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VoLTE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2) KT는 7월 17일 VoLTE로 역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3)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기술용어로서 다소 난해한 VoLTE에 대한 브랜드를 신설했다. SK텔레콤과 KT는 HD급 통화 품질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HD 보이스'라고 명명했다. LG유플러스는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라는 의미의 '지음' 브랜드를 세웠다.
2012년 9월 8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로 동시 VoLTE 상용화를 알렸다.4) KT는 이보다 1개월 느린 10월 8일 정식 도입했다.5)
VoLTE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도 이를 지원할 수 있어야 했다. 가장 먼저 VoLTE를 사용할 수 있었던 모델은 삼성전자 갤럭시S3였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 '옵티머스 LTE2'까지 지원케 배려했다. 다만, 당시에는 초창기 였기 때문에 몇몇 VoLTE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었다.
2012년 하반기부터는 플래그십 모델 대부분이 VoLTE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와 LG전자 '옵티머스G', '옵티머스 뷰2', 팬택 '베가 R3' 등이 바로 이용가능하거나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VoLTE를 지원했다. 당시 설정창에서 일반 통화와 HD 보이스를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었다.
다만, 초기 VoLTE는 동일 가입 이통사간 통화만 가능했다. SK텔레콤 고객이 SK텔레콤 고객에게 음성통화를 시도했을때 VoLTE로 연결되나, SK텔레콤 고객이 LG유플러스 고객에 음성통화를 하면 기존 3G로 연결됐다.
1) 윤상호 기자, SKT, LTE 음성서비스 9월 시작…3G 대비 요금 비슷·품질 20배↑, 디지털데일리, 2012. 6.20.
2) 김문기 기자, LG U+, LTE 1년...“85%가 선택했다”, 아이티투데이, 2012. 7. 1.
3) 김문기 기자, KT, "VoLTE로 하반기 '역전'", 아이티투데이, 2012. 7.17.
4) 김문기 기자, (종합) SKT-LG U+, 나란히 VoLTE 상용화, 아이티투데이, 2012. 8. 7.
5) 김문기 기자, [이제는 VoLTE다]② VoLTE폰 통해 HD음성통화 직접 체험해보니, 아이티투데이, 2012.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