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LTE 대중화 바람 불다
4G LTE와 스마트폰 대중화가 가속화되자 선 없는 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내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도구는 서드파티에서 제작한 플랫폼에 LTE로 연결돼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줬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세계가 열렸다.
그 중 LTE 초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커뮤니티’ 분야였다. 본래 통신이 소통을 위한 목적이 컸기에 그에 따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은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트워터와 페이스북, 링크드인의 폭발적 성장은 전세계 소통방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우리나라 역시 모바일 시장에 한 획을 그을 커뮤니티 서비스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게임 창업자이자 NHN 공동대표를 역임한 김범수 의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설립한 아이위랩을 통해 2010년 3월 iOS 버전의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이어 8월 24일 구글 안드로이드 OS도 지원했다.
카카오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출시후 불과 6개월만에 누적 회원수 100만명을 돌파했다.1) 이 수치를 좀 더 세밀하게 바라봐야 하는데, 당시 아이폰은 KT로만 출시됐기 때문에 카카오톡을 쓸 수 있는 고객이 적었을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가 지원된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 기록한 숫자라는 것. 즉, 스마트폰을 쓴다 하는 고객들은 너도나도 카카오톡을 설치했다는 의미가 된다.
카카오톡의 성공 비결은 경쟁사가 묶어둔 제약을 모두 풀었기 때문이다. 당시 해외에서도 비슷한 모바일 채팅 서비스 '위챗'이 있었으나 유료였다. 국내서는 이통사의 문자 서비스가 활발했으나 유료에다 문자수 제한까지 있었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이같은 제한선을 모조리 없앴다.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모두 무료였다. 이같은 인기에 아이위랩은 2010년 9월 1일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했다.
카카오톡 약진은 이통사에겐 눈엣가시였다. 이통사의 문자 서비스는 유료였고 그에 따른 수익이 상당했다.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매출 하락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에게는 단순한 메시지 서비스인 ‘문자'와는 달리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PC 메신저에서 다루는 모든 서비스를 망라했다.
그렇다고 대기업인 이통3사가 스타트업 수준의 카카오를 대놓고 공격할 수는 없었다. 체면의 문제도 있었지만 여론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고객들이 무료로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그것도 관련된 회사가 이를 막는다면 그에 따른 인식이 고울리 없었다.
이통사는 대항마를 키우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톡 출범 이전부터 새로운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리치커뮤니케이션서비스(RCS)를 준비하고 있었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쌓여 있기에 승리를 자신했다.
소리없는 경쟁 속에서 결국 터질 게 터졌다.
2012년 6월 4일 카카오톡이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도입을 위한 '보이스톡' 테스터 모집을 알렸다.2) 보이스톡 역시 인터넷망을 통한 무료 음성통화였기 때문에 이통3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문자를 넘어 음성은 기간통신사업(MNO)에 중대한 수익원이었다. 게다가 당시 카카오톡은 무려 4천6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상태였고, 보이스톡은 이미 일본에 상용화돼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여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연내 ‘보이스톡’을 국내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발만 동동 굴리던 이통사가 벌떡 일어선 순간이다. 문자에 이어 핵심 수익원인 음성까지도 날아갈 판이었기에 망투자 축소와 요금인상 등을 이유로 mVoIP 전면 도입 저지에 나섰다.
SK텔레콤과 KT는 상위 요금제를 대상으로 mVoIP를 제한 허용해왔다. 데이터의 일정량만 mVoIP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소진 시 차단했다.
그랬던 이통사 진영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 이전까지만해도 전면적 제한 정책을 펼친 LG유플러스가 6월 7일 열린 집전화 '070플레이어' 기자간담회장에서 느닷없이 전 요금제에 mVoIP 제한을 풀겠다고 선언했다.3) 사실상 보이스톡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이 때까지만 해도 LG유플러스는 이후 출시할 RCS 서비스가 보이스톡 대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한이 풀린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발을 뺐다. mVoIP 서비스에 대해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은 우리나라 내에서만 벌어지는 갈등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반전은 애플이 마련해줬다. 애플은 6월 개최된 애플세계개발자대회(WWDC) 2012에서 와이파이망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영상통화 서비스 ‘페이스타임’을 3G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음성통화뿐만 아니라 영상통화까지도 셀룰러를 지원하면서 음성에 대한 메리트가 점차 사라졌다.
국내외 여러 갈등 양상이 번지자 사태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번에는 정치권이 나섰다.
6월 14일 전병헌 의원(전 민주통합당)과 민간단체로 구성된 망중립성이용자포럼은 ‘카카오톡 보이스톡 논란과 망중립성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4) 이 자리에 나선 당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이통사들이 고의적으로 보이스톡 패킷을 누락시켜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은 손실률이 거의 없지만 국내의 경우 고의적으로 누락시켜 손실률이 16.66%에 이른다는 게 근거였다. 게다가 전면 허용이라고 선언한 LG유플러스는 실제로 보이스톡 서비스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트업의 수장이 대기업 3사에 날선 발언을 토해내는 것조차도 실로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었던 때다.
당연히 이통사는 반박했다. 굳이 통화품질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제한시킬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SK텔레콤은 속도는 낮추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패킷 유실이 있을 수는 있지만 비난을 무릅쓰고 인위적 조작에 나설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KT도 카카오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엄포를 놨다. LG유플러스도 약관변경 신청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민간 기업간 갈등이 쉬이 풀리지 않자 이번에는 방통위에 활시위가 당겨졌다. 단말기 보조금 제한과 통신사 요금 결정에는 엄격하게 나섰던 방통위가 왜 mVoIP만 시장 자율에 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유부단한 망중립성 원칙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방통위를 내려 표현한 '수수방관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갈등을 숨 죽이고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카카오의 보이스톡에 앞서 먼저 mVoIP를 도입한 기업들이 있었기 때문. 네이버에 이은 양대포털인 다음은 '마이피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인터넷 전화를 도입했고, NHN 역시 '라인'에 인터넷 전화를 추가했다. 이 둘이 조용했던 이유는 카카오톡 대비 가입자가 적었고, 또 인터넷 전화 사용률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1차 토론회 이후 6월 22일 ‘카카오톡 ‘보이스톡’ 논란과 통신산업의 비전 토론회’가 개최됐다.5) 이 날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참석한 1차 토론회와는 달리 이통사들이 전면에 섰다. 대체적으로 망투지비용을 음성과 문자 등으로 회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mVoIP의 확산은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해 결과적으로 망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그에 따른 통신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면 허용에 나선 LG유플러스도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것. 다만, mVoIP 확산이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오히려 이통사를 나무랐다.
각각의 입장을 전달한 이통사와 카카오는 7월 12일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다시 만났다.6) 미래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린 통신망 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KT는 보이스톡 등 mVoIP가 본격화될 경우 이통사가 최대 2조원 가량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간 구체적 매출 감소 데이터가 없다는 지적을 정면돌파한 셈이다.
이날 역시도 두 진영의 입장차만을 확인하기는 했으나, 유의미한 발언도 있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mVoIP를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대신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현실화되기는 했으나 당시 SK텔레콤과 KT는 동의를 전제로 짧은 기간에 요금제를 전면 개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날선 공방은 7월 13일 방통위 발표7)로 희비가 갈렸다.
방통위가 이날 발표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에서는 '유무선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트래픽을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통업계는 mVoIP를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자에게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 해석했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다음과 NHN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만 전면에 나서 방통위와 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시민단체가 나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방통위 기준안이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양측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었다. 7월 19일 권은희 의원(전 새누리당)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모바일 인터넷 전화(mVoIP) 전면 허용, ICT 산업에 약인가? 독인가?’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는데, 이날은 기존 대비 한층 더 격렬한 논쟁이 발생했다.8)
이 자리에서 이통사는 ‘공유지 비극’을 주장했다. 제한된 공유자원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쓰다 결국은 파멸로 가게 된다는 의미였다. 네트워크망을 공공재로 생각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결국은 생태계 파괴가 예견된다는 것. 망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사업자에 대한 적절한 대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단순히 매출 감소를 이유로 mVoIP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다면 그만큼의 안정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필름산업이 망한 것처럼 신규 서비스는 일정한 파괴를 수반한다고 강하게 밀어 붙였다.
또한 ‘망중립성 이용자 포럼’을 결성한 시민단체는 방통위에 이통사 mVoIP 차단 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제출했다.
9월 13일 앞서 페이스타임에 대한 3G 네트워크 이용을 발표했던 애플이 ‘아이폰5’ 공개와 함께 공식적으로 이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9) 이전 대비 한발 더 나아가 LTE에서도 페이스타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깊어진 갈등 양상과는 달리 초기 mVoIP 사용률은 높지 않았다. 이통사의 음성통화 품질 대비 mVoIP의 품질이 그리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 예를 들어 전 요금제에 mVoIP를 허용했던 LG유플러스의 경우 2012년 11월 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7월 초 모든 요금제에 mVoIP를 허용했으나 실제 사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0.5%에 불과하며, 이용량도 3MB 미만의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10)
의외의 불똥은 국제전화 사업자에게 튀었다. 해외전화인 로밍에 대한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통화품질이 좋지 않더라도 무료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mVoIP)를 마다할리 없었다.
1) 김현아 기자, 스마트폰 토종 메신저 '카카오톡' 100만 돌파, 아이뉴스24, 2010. 9.13.
2) 채수웅 기자, 보이스톡 국내 서비스 돌입…이통업계 ‘초비상’, 디지털데일리, 2012. 6.14.
3) 김문기 기자, LG U+, "카카오 보이스톡 제한 '해제'", 아이티투데이, 2012. 6. 7.
4) 이호연 기자, “보이스톡 품질 하락, 이통사 탓”, 아이티투데이, 2012. 6.14.
5) 이호연 기자, 방통위 “보이스톡 따른 통신 요금 인상 옳지 않다”, 아이티투데이, 2012. 6.22.
6) 이호연 기자, 이통사, ‘보이스톡’ 활성화되면 2조 매출 손실", 아이티투데이, 2012. 7.12.
7) 이호연 기자, 이통사 'mVoIP 관리' 허용에 카톡·마플·라인 ‘당혹’, 아이티투데이, 2012. 7.13.
8) 이호연 기자, mVoIP 도입 둘러싼 논란 갈수록 격화, 아이티투데이, 2012. 7.19.
9) 김문기 기자, ‘아이폰5’ 무료 영상통화 지원, ‘보이스톡’ 지원사격? (9보), 아이티투데이, 2012. 9.13.
10) 이호연 기자, LG유플러스 “전체 가입자 0.5%만 보이스톡 사용”, 아이티투데이, 2012.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