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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l 10. 2023

(57) "아!카카오"...음성 무제한에 RCS 실패

13부. LTE 대중화 바람 불다


mVoIP 허용 관련 이통사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간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대신 기존 요금제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에는 큰 영향을 끼쳤다. 망 무임승차에 따른 이통사의 어려움은 계속됐고, 정권 교체에 따른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을 감내하기 어려웠다.


2013년 새롭게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거버넌스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정보통신부 해체에 따라 각각 또 다른 거버넌스에 흩어진 통신 부문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미래부는 기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 과학기술부가 하나로 통합된 형태로 거대 거버넌스의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에 따라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에 나서야 했다. 그 중심에는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알뜰폰 서비스 활성화뿐만 아니라 ▲인터넷전화(mVoIP) 확산도 주된 내용으로 다뤄졌다.


정권 교체에 따른 초창기 거버넌스의 힘은 컸다. 통신 분야는 거대 3대 종합통신사업자 구도가 완성되면서 국가 주도에서 민간 자율로 전환된 상태였으나, 또 다시 궤를 달리 했다. 미래부의 출범은 민간 자율에서 국가 개입으로 방향 전환을 촉진시켰다. 그러다보니 미래부가 전 요금제에 mVoIP 허용을 유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정부가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기업들도 그에 따른 답을 내놔야 했다. 가장 먼저 대안을 내놓은 곳은 SK텔레콤이다. 2013년 3월 21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SK텔레콤은 망내 무료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mVoIP 전면 개방을 포함한 ‘T끼리 요금제’를 출시했다.1) 가입자간 무제한 음성통화 시대가 이 때부터 열렸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의 파격적 행보에 KT와 LG유플러스의 긴장감은 더 팽배해졌다. 결론적으로 양사 역시 망내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출시해 뒤를 이었다. 음성이 무제한으로 풀리자, 요금 체계도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됐다.


KT는 LTE 요금에서 ‘망내 음성 3천분’ 통화 혜택을 ‘망내 음성 무제한’으로 강화하고, 3G 요금에도 확대한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새로 출시했다 [사진=KT]

하지만 미래부는 만족하지 않았다. 미래부는 12월 4일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발표하면서 mVoIP 요금 조건은 기본적으로 사업자 자율 결정이기는 하나 이용자 편익을 위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해석을 내놨다.2)


이같은 미래부의 발언은 이통사가 아직까지도 조건부로 mVoIP를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KT의 34 또는 44 요금제 등 저가 요금제 구간은 여전히 제한선을 두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통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사는 면밀한 분석 없이는 전면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 사이 초기 통화품질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mVoIP 서비스가 점차 고도화됐다. 이통사가 LTE를 고도화하면 할수록 품질도 자연스럽게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체 서버와 솔루션 등을 개발해 도입하고 외부 솔루션까지 추가하면서 활용도를 더 높여갔다.


지속적인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그에 따른 피로감도 상당해졌다. 더 이상의 공방이 무의미하게 변질됐다. 궁극적으로 이같은 갈등은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로 인해 와해됐다. 2014년 4월 2일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간 무제한 음성통화에 이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까지 출시했다.3) 이에 질세라 KT와 SK텔레콤이 나란히 비슷한 컨셉트의 요금제로 응수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4월 출시한 LTE8 무한대 요금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유명 야구해설가 허구연 해설위원을 모델로 섭외한 새로운 요금제 광고 한 장면 [사진=LGU+]

문자에 이은 음성에서까지 이통사가 무제한 길을 열자 이를 우회하고자 했던 mVoIP에 대한 필요성이 약해졌다. 보이스오버LTE(VoLTE) 활성화로 음성통화 품질이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게다가 2015년 5월 19일 미래창조과학부가 mVoIP 전면 허용을 선언하면서 그에 해당되는 요금제를 인가하자4) 더 이상의 대립이 필요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히려 음성 수익에만 기댔던 국제전화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 이후 카카오톡은 페이스톡을 도입하고 영상통화까지 나아갔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2012년 선보인 RCS 서비스 '조인' [사진=SKT, KT, LG U+] [사진=이통3사]

이통3사, RCS '침몰'


사실 이통사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시장이 열릴 것이라 전망하고 그에 따른 만반의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이동통신업체들이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기 위해 구상된 리치커뮤니게이션서비스(RCS)가 대표적이다. LTE는 기존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IP를 통해 처리할 수 있었기에 RCS가 지향하는 바를 실현하는데 기반 인프라를 제시해줬다.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 3GPP는 RCS 단말기 간의 신호연결 처리 및 서비스 데이터를 전송하는 미디어 처리와 품질, 과금방식 등을 IMS 규격을 통해 정의했다. 단말과 서비스 서버 구간인 사용자와 네크워크 인터페이스, 두 개 이상의 서비스서버 사이의 구간인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로 구분된다.


RCS의 가장 큰 특징은 카카오톡과 라인 등 메신저 서비스와는 달리 별도의 가입절차 필요없이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단문 메시지부터 사진과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전송할 수도 있고, 데이터 공유까지도 가능했다. 상대방의 상태 정보 확인과, 보이스오버LTE(VoLTE)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기존의 음성통화와 문자 서비스에서 한단계 진화한 All-IP기반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joyn.T(조인티)를 출시한 모습 [사진=SKT]

RCS가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때는 201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 2012에서다. 당시 이통사들은 새로운 서비스로 RCS를 소개했다. 국내서는 이통3사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RCS 상용화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통3사는 RCS 도입을 통해 카카오톡과 라인 등에 빼앗겼던 사용자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통3사로서는 이용자의 사용패턴뿐만 아니라 메시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인공지능(AI)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비식별 데이터로써의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서비스였다.


초기 RCS 도입 이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요금제가 지목됐다. 이통3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RCS 도입에서도 요금 설계를 두고 고심했다. 당시 RCS가 무료화된다면 이통사가 연간 1조5천억원에 달하는 SMS 수익을 포기해야만 했다. 즉, RCS를 도입하더라도 카카오톡과 같이 무료가 아닌 유료화 가능성이 높았다.5)


결국 RCS 서비스는 2012년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로 상용화가 지연됐다. 이통사에서는 RCS의 유료화를 통해 가입자 유치가 어렵기 때문에 요금제를 신설하기보다 일정 사용량을 주고 이를 차감하는 형태도 고민했다. 요금제 수위에 따라 총량을 달리하는 방법도 고려했다.

KT는 차세대 통합 커뮤니케이션 RCS를 출시한 모습 [사진=KT]

다만, 카카오 ‘보이스톡’ 도입에 따른 영향으로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 없었던 이통3사는 2012년 하반기 RCS 브랜드 명칭을 '조인(Joyn)'으로 확정하고 같은해 12월 26일 대대적인 상용 서비스에 돌입했다.


우선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에서 조인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게끔 했다. iOS기반은 2013년 초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요금제는 유료화로 결정됐지만 프로모션 기간을 2013년 5월 31일까지 설정해 이 기간동안은 대부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인'은 한 때 330만명의 사용자를 모을 정도로 눈길을 끌었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 결과 2015년 12월 1일부터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고 2016년 2월께 종료 수순을 밟았다.7)


업계는 '조인'의 실패 요인으로 초기 유료화 시도를 거론했다. 이미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서비스 차이가 크지 않은 두 서비스 성패가 갈렸다는 것. 게다가 이통3사가 조인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한몫했다.


결정적으로 이통3사가 일반적인 요금제의 문자 메시지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조인은 동력을 잃게 된다. 사실상 스타트업에서 개발된 기존 메신저 서비스에 대기업인 이통사 연합이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사례로 남았다.


1) 김문기 기자, SKT, 망내음성통화·문자 무제한 무료 선언, 아이티투데이, 2013. 3.21.

2) 미래창조과학부, 미래부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 제정, 정책브리핑, 2013.12. 4.

3) 이호연 기자, LGU+, 월 8만원 무제한 요금제 출시, 아이티투데이, 2014. 4. 2.

4) 김태진 기자, 음성 공짜!…통신 패러다임 확 바뀐다, ZDnet, 2015. 5.19.

5) 이호연 기자, 이통사 통합 커뮤니케이션 RCS 무료화..."아직도 협의중", 아이티투데이, 2012. 3. 8.

6) 이호연 기자, 카톡 저격수 '조인' 출격…뭐길래?, 아이티투데이, 2012.12.25.

7) 이호연 기자, 카톡 대항마 '조인', 3년 만에 뒤안길로..., 데일리안, 2016.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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