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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Jun 29. 2023

(52) 별정4호 MVNO 시작, LTE에 가려진 낮달

12부. 4세대 이동통신(4G) 시대 개막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종합통신사업자 3강이 완성됐다. 하지만 정부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실현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는데, 3강만으로는 경쟁에 불씨를 당기기 어려웠다는 것. 또 다른 경쟁요소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3강과 마찬가지 규모의 제4종합통신사를 세울 수 없었다. 3강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 싸움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 대안으로 정부는 이동통신재판매사업(MVNO)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MVNO는 기간통신사(MNO) 망을 임대해 이동통신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부터 통신요금 인하 방침에 맞춰 MVNO의 활성화 대책을 강구했다.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가 기본료를 1천원 인하하고 맞춤형 스마트폰 요금제를 내놓는 등 노력을 이어가기는 했으나 자율적인 요금인하가 아니라 정부가 밀고 끌고 한 결과기 때문이다. 한국통신(KT)을 민영화하고, 한국이동통신(SKT)을 내놓고, 데이콤 등(LGU+)을 규합시킨 것은 궁극적으로 민간 자율의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함이었으니, 언제까지 정부가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방통위는 좀 더 속도를 높였다. MVNO 활성화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재정비했다. 해당 조항에 따라 통신망 도매판매액 기준을 결정했다. 특히, 주목할 곳은 MVNO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별정 4호’  자격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별정 4호'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MVNO에 대해서 좀 더 세밀히 살펴야 한다. 


사실 MVNO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별정사업자가 국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통신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했다. KT의 경우 프리텔레콤과 에버그린모바일, 위너스텔, 에넥스텔레콤을, LG유플러스는 몬티스타텔레콤 씨엔엠브이엔오 등이 별정사업자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망임대 사업자들은 '별정 2호' 사업자다. '별정 2호'는 대부분 요금을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설비가 없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통사의 망을 임대해 판매하기는 하지만 스스로가 설계해 창의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물론 이중에서도 요금제를 따로 설계하는 곳도 있으나 그 수가 많지 않았다. 


'별정 4호'는 '별정 2호'를 좀 더 발전시킨 개념이다. 통신사에 망을 임대받고 그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비슷하나 스스로 통신설비를 갖추고 직접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사업자다.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은 해당 기업의 성격과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기간통신사업자(MNO)가 제공하는 망 도매대가가 저렴한 수준이라면 이미 설비를 모두 마련한 사업자의 경우 할인율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기존 이통사 요금제보다 20~30% 더 저렴한 요금제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도 방통위에게는 더 커다란 목표가 하나 숨어 있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있지만 SK텔레콤에는 별정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MVNO 시장에 진입시켜야 했다. 속내는 금방 드러났다. 방통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망 도매의무제공의 역무를 져야 한다고 지정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곧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겨냥한 문구다. 


방통위 정책 추진과 맞물려 SK텔레콤도 ‘MVNO 활성화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재고 단말기를 조달 지원하고, 선불 MVNO 영업전산 및 지능망 시스템 구축을 제공키로 했다. USIM 발주도 지원한다. 부가서비스도 발신번호표시와 영상통화, MMS 등 통화관련 부가서비스 15종을 열어주기로 했다.1) 

SK텔레콤 분당사옥의 네트워크 기술원 소속 연구원들이 당시 MVNO사업자들의 독자적인 요금제 및 부가서비스 개발을 도울 MRG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SKT]

MVNO, LTE와 나란히 출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첫 LTE 전파를 쏘아 올린 2011년 7월 1일.


이날은 국내 최초 4세대통신(4G)의 문을 연 LTE 상용화가 된 기념적인 날이기도 했지만, MVNO에게는 별정 4호 자격을 획득한 사업자가 첫 영업을 개시한 의미있는 날이기도 하다.


망 도매의무제공사업자로 지정된 SK텔레콤에게 망을 임대한 MVNO 사업자 아이즈비전은 선불 요금제 시장에 진출했다. 별정 2호 사업자를 다수 갖추고 있었던 KT와 LG유플러스 역시 별정 4호에 해당되는 사업자들을 규합해 MVNO 저변을 넓혔다.


당시, 새로운 세대의 최신 LTE 요금은 3G 대비 비쌌다. 그러다보니 속도가 느리긴 하나 무제한 데이터가 포함된 3G를 선호하는 비중도 높았다. 거기에 MVNO가 등장하니, 보다 저렴한 3G 요금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과, 2G 서비스만을 쓰겠다는 이용자들이 늘었다. 


방통위는 MVNO가 도입된지 1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7월 21일 MVNO 활성화를 위해 도매제공 가이드라인을 의결하고 다량구매할인율, 데이터 전용 도매대가 등의 후속조치안을 발표하면서 지원에 나섰다.2)


하지만 수요가 높다고 해서 MVNO 사업이 초기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요가 있어도 공급이 없다는 것. 즉, 단말이 부족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량을 가져와야 하는 MVNO 사업자들은 제조사로부터 플래그십 계열의 비싼 스마트폰을 가져오기 어려웠다. 제조사 입장에서 1개 스마트폰 모델을 500만대나 구매하는 MNO와 500대만 구매하고자 하는 MVNO 중 누구에게 더 싸게 먼저 줄 수 있을지를 고려해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그렇다고 MVNO가 중보급형 단말을 원활하게 수급받지도 못했다. 중보급형 단말은 공급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통3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에 더 문제가 컸다. 보조금을 풀어 단말 가격을 확 내린 이통3사에게 규모의 경제면에서 차별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결정적으로 이통3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은 MVNO에게는 제공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었다. 할인과 적립혜택을 연이어 쏘고 있는 이통3사의 마케팅을 작은 규모의 MVNO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단말 수급이 어렵고, 마케팅에서 차별화도 되지 않았으며, 저렴한 통신비가 보조금에 따른 단말 할인으로 상쇄되면서 MVNO는 찻잔 속 태풍으로 전락했다. 


1) 김문기 기자, 20% 저렴한 통신요금, MVNO ‘눈앞에’, 아이티투데이, 2011. 6.26.

2) 김문기 기자, 방통위, MVNO 도매제공 가이드라인 의결, 아이티투데이, 2011.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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